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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생민의 영수증 이번주 편 반응 보고 깨달음

김생민의 영수증 덕후임


이번 편 오유 댓글 보고 놀랐어요

400버는 외벌이남편, 애가 셋인데
집한채 빚없이 본인들 명의에 마이너스 통장 700정도

저축 못하고 있음
남편 용돈 5만원

이거보고 아내분 단편적으로 탓하시는 분들 참으로 많더라구요.
금전개념탓부터 학원을 왜이렇게 많이 보내냐는 이야기까지......

다시 깨달았습니다. 저는 애를 안 낳을겁니다.
운 좋게 공부하던 시험에 늦게 합격, 현재 400받고 일합니다.
주말에 아이들 가르치는 거 부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더 이상 지원을 기대할 수 없어 제 몸 누일 집이라도 장만하고자 소같이 일합니다.
막 사치스러운 타입도 아닌데, 돈모으기가 참 쉽지 않더군요.

그런데 애 낳고 노후자금 돈 모을 거 상상하니 맞벌이라 하더라도 눈앞이 깜깜합니다.
제가 가르치는 애들 환경 천차만별입니다.

A는 아빠가 개업의로 서울에서 월 수천 남기시는 분입니다.
B는 아버지 직장은 모르고, 엄마는 슈퍼에서 캐셔하십니다.

같은 학원을 다니지만 꿈이 다르죠.
둘다 전교에서 손가락에 꼽히게 공부를 잘하지만
A의 꿈은 너무 많아요. 영화감독, 스포츠 디자이너.......
집에선 전폭적으로 지원해주며 심지어 영화감독들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부모가 만들어주고, 운동화수집도 하게해주죠.
악기도 몇가지 할줄 알고 영어도 외국 나가 산적 없는데도 프리토킹이 되더군요.
B는 꿈이 없어요. 꿈이래봐야 그냥 안정적으로 돈 벌 수 있는 직업.

이 둘의 나이는 고작 열여섯이에요.

A는 하고싶은건 다해요. 저한테 고액과외도 따로 부탁해요. 자소서첨삭도 부탁해요. 해주기 그래서 엄청 고가로 불렀는데도
무조건 하겠다 하더라구요. 돈문제가 아니라며.
B는 특목고를 지망하는데 주위에 제대로 자소서를 첨삭해 줄 수 사람도 없어요. 저한테도 말을 못해요. 돈내야하니까....
(결국 B는 몰래 밖으로 불러내 제돈 써가며 도와줬지만.......
저에게 고백하는데 혼자 하려니 너무 막막해 밤마다 울었다는데......돈이 뭔가 싶더군요.)

자소서는 지가 써야지!!!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죠?
그런데 현실적으로 고가의 돈 받고 대필받아 합격하는 애들 천지삐까리예요.
그런 양심에 찔리는 짓까진 안 하더라도 첨삭받는 정도의 투자도 안하고 내 자식이 투자받은 애들보다 더 잘하리란 기대는 안해야하는 시대인거예요.
옳고그름을 떠나 요즘은 그래요.


A의 형제는 4수째예요. 하고싶은 일을 할때까지 부모님이 돈을 대주는 거죠.
B의 형제는 고졸로 공장에서 일해요.

B의 형제가 A의 형제보다 뭐가 못할까요?


사교육 쓸데없다 하시는데, 요즘 애들 욕심 많아요.
애들 해보고 싶은 것도 많아요.
안 해보고 어떻게 좋은지 안 좋은지, 적성에 맞는지 안 맞는지 알아요.
제가 가르치는 과목도 들어오겠다는 아이들 줄 서 있어요.
교과과목 아닌데도 그래요.
학부모들이 전화와요. 우리 애가 너무 그 과목 듣고 싶어서 주말마다 학원가서 부러워한다고.......
반좀 개설해달라구요.
학원 평일반 애들 절반이 그래요.

하다못해 저 제일 못하는 과목이 음악이었거든요? 왜냐면 악보도 못 읽고, 들어본 적이 없었어요.
당연히 흥미를 못 느끼죠.
그런데 아빠가 외국 돌아다니며 사업하는 제 친구는 악기를 몇 개를 다루며 음악 시험은 무조건 만점이었어요.
어려서부터 클래식에 익숙하고 각종 음악회를 다니는 친구를 이기려면, 제가 어떻게 했어야 할까요?

외국어도 수능에서 혼자 공부해 1등급 찍었지만 그 친구는 외국에서 살다 오니 공부 별로 안 해도 만점......ㅎㅎ


이러니까 다들 사교육하는거예요.
사교육이라도 하지 않으면 중간도 못 따라가니까.
과외 학원 쓸모없다구요? 그거라도 해봤으니 뭐가 나한테 맞고 안맞는지 알죠.


그런데 고작 애 학원 네개, 그것도 방과후 교육이나 저렴한 것들로만 찾아 보내고도 욕먹는 그 엄마가 참으로 짠하더러고요.
없으면 없는대로 해야지!!
말은 쉽죠.
내자식 낳고 나면 그것보다 어려운 건 없을 것 같아요.
특히 저는 직업상 학구열 높은 주변분들이 많고, 유학다녀온 친구들이나 부자친구들도 많아요.
나는 이렇게 살아도 내 자식은 고작 일이백만원 더 벌려고 주7일 하루 열 시간 넘게 일하는 인생 안 살길 바래요.
그 친구들 처럼 자연스럽게 음악과 스포츠, 외국어를 배울 수 있는 환경에서 키우고 싶어요.
그래야 그 아이의 인생이 편하니까요.
별차이 없는 것 같죠?
어마어마하게 차이나요. 

애한테 그거 나중에 갚으라고 하는 게 아니고, 저도 살아보니
세상은 내가 경험한 만큼 보이는 걸 알게 되고
내 아이가 최대한 많이 알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어요.

아이가 하기 싫어한다면 모르되, 저도 낳는다면 최대한 이것저것 시킬 거 같고요.
그런데 그 정도 경제력이 안되어서 안 낳을 생각입니다.

그 아이 엄마 마음이 너무 너무 이해가 되어서 글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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