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라 한들 사람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도리어 어른일수록 시야가 좁아지고 자신의 경험에 매몰되는 일이 잦을지도 모른다.
어찌됐든 선생이라는 직책이 된 이상 아이들을 넓은 시야로 보려고 하지만, 본인이 아닌 존재를 타인이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그러니 선생도 실수라는 것을 할 때가 있는 법이다.
변명이 길었지만, 보충수업부 아이들의 성적이 오른 것이 너무 기쁜 나머지 맛있는 것을 사주다가 선생의 쥐꼬리만한 통장 잔고를 잊어버린 댓가로 당장 오늘 뭘 먹을 돈도 없어졌다는 이야기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얼마 뒤가 월급날인 것일까.
하지만 샬레 식당이 저렴하다 한들 그 며칠을 위해 수중에 얼마간이라도 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모아둔 돈이야 있기는 하다만은 적금 등지의 물건이라 바로 현금으로 바꾸기도 힘든 노릇이었다.
어찌해야하나. 휴대폰의 금융 어플리케이션에 떠있는 잔액을 노려보던 선생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선생님, 무슨 고민이라도 있으신지요?"
오늘 당번 학생으로 와있던 나기사가 물었다.
잠깐의 휴식 시간, 나름 비장의 홍차를 가져왔건만 휴대폰만 노려보던 선생을 비뚜름하게 쳐다보던 나기사였지만, 아무래도 저리 끙끙대는 모습을 보고 있다면 또 한 켠에 측은한 마음이 올라오는 것이다.
"어? 아?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보라, 숨긴답시고 저리 말하면서 잔액이 훤히 찍혀있는 휴대폰 화면을 손에 들고 흔드는 꼴을.
어휴, 덩달아 같이 한숨을 내쉰 나기사가 선생의 휴대폰을 향해 흘긋 눈짓을 하며 말했다.
"티파티의 명예를 걸고, 이걸 가지고 추후 트집을 잡거나 발설하는 일은 없다고 맹세 드릴게요. 어느 정도가 필요하신가요?"
그리 말하니 선생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빙글빙글 돌았다. 어른에게 할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우습고도 또 퍽 귀여워서 나기사는 무심코 웃음을 터트렸다.
학생들을 챙길 때는 그리 진지하면서 정작 이럴 땐 어수룩하고 덤벙대니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가 없었다.
오히려 그런 점이 마음에 들지도.
게다가 선생에게 무언가 빚을 지운다는 그 사실이 나기사에게 묘한 기꺼움을 불러왔다.
"식사는 제대로 하셔야 하지 않겠어요?"
그러니 나기사는 아직도 고민하는 선생을 무심코 슬쩍 밀어버리고 말았다.
선생이 되어서 학생에게 손을 벌리는 것이 맞는지, 그래도 밥은 먹고 살아야하지 않겠냐는 고민, 그러한 것들이 뒤섞인 선생의 표정.
고뇌에 휩싸인 선생의 모습에 마음이 떨려왔다.
그리고 기어코 선생이 고개를 끄덕이며 얼마간 돈을 빌려갈 때는 희열마저 느끼고 말았다.
나기사가 선생에게 과소비를 종용하기 시작한 것이 그쯔음이었다.
-
조공마조 특)
돈을 바치며 피학성향을 채우는 마조보다 걔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되도 않는 쓰레기 흉내를 내야하는 상대방 보는게 더 재밋음
정말 비참하고 자신이 쓰레기처럼 느껴질 시츄에이션이군
하지만 그래서 마음에 들어
도와줘 세이아
너의 위기감지센서로 제발 종목 몇개만!
정말 비참하고 자신이 쓰레기처럼 느껴질 시츄에이션이군
하지만 그래서 마음에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