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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극장에서 다 내려가서야 쓰는 미키17 후기(요약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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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해되고 재조립되는 나사빠진 인간들의 유토피아

첨단 기술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인간성을 소외시키는 체제의 본질을 드러낸다니. 이 얼마나 봉준호 스러운가. 그리고 이 얼마나 SF적인가.
결국 본작에서 보이는 '봉준호다운' 것들의 핵심은 체제와 시스템에 대한 저항에 뿌리를 두고 있다. 봉준호의 작품들은 언제나 체제와 시스템을 불신한다. 그의 작품 세계에서 체제와 시스템을 벗어난 인물은 얼마 없다. 괴상하긴해도 소시민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부조리한 구조 속에서 한계를 맞이하고 부딪칠 뿐이었다. 이런 그의 작품 세계에 할리우드가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봉준호의 작품 세계에 혁명이라는 변화가 일었다.
가 그 시작이었다. 이후 , 까지 그의 작품에는 이전에는 없던 혁명을 향한 날카로운 외침이 강해졌다. 그리고 그 변화의 흐름 가장 끝자락에서 이 탄생했다.

본작의 지구는 짧게 묘사되지만 철저히 희망없는 세계로 묘사된다. 자연 파괴로 황폐화 된 지구에는 떠나려는 이들만이 가득하다. 그러나 기껏 지구를 떠나 우주선에 탑승해도 사회는 여전히 부조리로 가득차 있다. 우주선은 마샬(마크 러팔로)이 만든 시스템에 기반하여 철저히 통제된다. 칼로리 소모를 막기 위해  환호마저 작아져가는 이 사회는 절망적이다. 인류가 부조리를 통감함에도 혁명을 일으킬 의지없이 유약(幼弱)하기 때문이다.
본작의 주인공인 미키17(로버트 패틴슨)은 그 중에서 특히 유약(幼弱)하다. 에서 어수룩하던 도준(원빈)조차도 특정 상황에서는 폭발하는 내면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런데 주인공 미키17은 저항이라는 걸 제거당한 양 모든 것을 수용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원죄를 자동차라는 시스템 속에서 빨간 버튼을 잘못 누른 과거의 자신에게 종속 시킨다. 이 원죄의 서사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은 중요한 부분이다. 미키 반스를 미키17로 만드는데 있어 인과관계보다 미키 내면의 자기혐오가 더 중심적이라는 사실을 각인시키기 때문이다.
영화의 첫장면을 떠올려보자. 절벽에 떨어진 미키17은 구원을 바라지만 아무도 그를 도와주지 않는다. 뒤이어 등장하는 미지의 크리퍼에게 미키는 별다른 공포를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고통을 피하기 위해 한번에 끝나기를 기대하는 미키17의 나른한 나래이션은 깊은 체념을 느끼게 한다. 이렇듯 익스펜더블이라는 안정화된 시스템 속에서 미키17과 인류는 별다른 저항 없이 너무도 쉽게 부조리에 순응한다.
이것이 익스펜더블의 정서이다. 인류는 효율을 위해 시스템의 버튼을 눌러 사회에 뒤쳐진 인물을 소모품화(익스펜더블)한다. 미키 반스는 행복했던 어린 시절에 남아 존엄, 정체성, 자기 결정권까지 분해된 시스템 속의 공인된 나사이자 시체 조각이다.

유약한 인류에게 미키18같은 과격한 인물이 혁명가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는 자신을 소모품 취급하는 자에게 관용이 없다. 비관용의 자세는 자신과 같은 뿌리를 공유한 미키17에게도 적용된다. 이에 미키17은 살해당하지 않기위해 처음으로 저항한다. 이 지점에서 두 미키의 갈등은 '기능적 정체성이 실체화된 소모품 미키17'과, '자율성을 기반으로 의인화된 미키18' 사이의 충돌로 읽힌다. 이렇듯 SF 장르가 늘 탐구해왔던 인간성에 대한 질문은, 미키의 내면이 부조리에 저항하면서 펼쳐진다.
의인화된 미키18의 존재는 오직 기능적인 객체여야하는 익스펜더블이 시스템을 벗어난 오류이다. 동시에 안이한 인간들과, 치명적인 통제 실패의 상징이기도 하다. 일종의 이상향처럼 보이는 크리퍼들과 인류의 대비를 보면 이 실패는 한층 더 또렷해진다. 그들은 모든 생명 하나하나를 소중히 하며, 공동으로 힘을 합쳐, 타인의 고통을 공유하여 분노할 줄 안다. 설령 그게 무모할지언정 그들에게 이런 분노는 마땅한 상호작용이다. 같은 맥락에서 잘못 누른 버튼으로 프린트 된 미키18이 버튼으로 독재자를 처형한 것은, 시스템의 나사 취급받던 인간이기에 마땅한 상호작용 일지도 모른다.

봉준호는 미키18이라는 숫자를 성인 되는 나이인 18세를 의미해 설정했다고 말했다. 이 맥락에서 보면 인류가 각자의 어설픔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혁명에 성공한 모습은 이제 갓 성인이 된 인류의 졸업식을 보는 듯 하다. 이들이 어딘가 뒤틀리고 모자란 소위 나사빠진 인물들임을 생각해보면 미키 못지않게 귀여울 정도이다.
그 와중에 미키의 내면은 졸업식에서 벗어나 있다. 그는 아직도 부조리한 시스템에 미련을 품고있다. 어쩌면 당연하다. 혁명은 그가 시작한게 아니었으니까. 미키는 나중에 고통에 몸부림 칠지언정 소스 뿌려진 배양육을 받았을 때는 맛있게 먹고 고맙다고 인사하던 사람이다. 사치를 명목으로 부조리한 고통을 주는 구조가 다시 반복될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그에 저항하기 힘들어하는 사람말이다. 그러나 내면에서 재조립되는 얼토당토않는 힐난과 죄책감에 순응하지 않게된 미키17의 일갈은 묵직하다. 미키의 의지로 빨간 버튼은 다시 한 번 눌린다. 이제 트라우마 속 자동차처럼 견고하게 설계된 체제와 시스템은 굉음과 함께 사라진다. 미키 반스의 이름을 되찾는 행복 선언은 미시적이지만 인류 전체를 성장시키는 지극히 건강한 방식의 치유이다.

은 봉준호의 이름값을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측면에서 본다면 실망스러운 점들이 산재해있다. 우선 장르적인 맛이 현저히 줄어든게 큰 단점이다. SF가 꼭 화려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1억 달러라는 대형 제작비에 비해 눈요기거리가 현저히 적고, 기껏 도착한 외계 행성 역시 북극과 별다를 거 없는 환경 탓에 시각적인 즐거움을 느끼기 어렵다.(물론 '봉준호 다운' 환경은 조성 되어있지만..)  웃음과 절망을 오가던 봉준호의 블랙 코미디도 언어적 간극 때문인지 한국에서 찍은 전작들과 비교하면 대사가 아쉽게 느껴진다. 이는 봉준호 특유의 리듬감과 스릴러적 요소들이 옅어졌는데 기여했다.
클리셰를 피하려는 시도가 지나친 것이었을까? 미키17의 나른한 정서에 더해 SF적인 담론들과 파국이 깊게 파고들지 못하고 흘러가는 탓에 이야기의 동력 또한 약하다. 더불어 모든 악의를 독재자와 일당들에게 몰아 처단하고 큰 후폭풍도 없는 결말은 아무리 할리우드 영화이고 생략된 서사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생경하고 납작하다. 요컨데 스토리 속에 관객들의 심리를 내리꽃던 그 사회 비판의 비수가 말랑하다. 이것을 봉준호가 말랑해졌다고 생각하는건 섣부른 판단이겠지만 우리가 기대하던 양상과 다른 것도 사실이다.
결국 '봉준호 다운 것'으로 가득차 있는 은 봉준호에 대한 의문으로 회귀한다. 왜 봉준호는 문득 인류를 성장시킬 행복의 근원으로 사랑을 찾은 걸까? 왜 혁명을 일으킬 디스토피아 배경이 지구가 아닌 우주였을까? 언어적 간극을 감수하고서 외국 배우들로만 작품이 이루어진 이유와 본작에서만 유독 그의 작품 세계가 고루 녹아들어간 것은 무슨 의도였을까? 은 '봉준호 다운 것'들로 가득차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봉준호의 패턴에서 멀어지려는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노년에 접어들어가는 봉준호가 그간 자신의 작품들의 뿌리가 된 본질들을 재조립하여 성급하게나마 열매를 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봉준호는 자신에게서 가장 먼 곳에서 자신의 작품 세계를 프린트(재조립)하고, 새로이 시작하고 있다. 의 진짜 목적은 거기에 있으리라.







장점
인간을 ‘부품’으로 대하는 체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 복제와 주체성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 서사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음

봉준호 특유의 블랙코미디와 상징성은 여전히 유효

디테일한 연출, 세트, 미장센, 감정의 결까지 살아 있음




단점
서사 전개의 동력이 약하고, 갈등의 봉합이 평면적

장르적 쾌감(특히 SF/스릴러적 긴장감)이 부족

봉준호가 할리우드 영화 찍을 때마다 생기는 단점 중 하나이긴 한데
언어적 간극으로 인한건지
한국에서 찍은 작품보다 대사가 약함



호불호
SF보단 윤리적 우화에 가까운 구성





요약 버전(by Chat gpt)

은 시스템에 순응하던 ‘나사빠진’ 인간 미키17이, 자기혐오와 체념을 딛고 처음으로 저항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봉준호는 이번 영화에서 ‘효율’과 ‘통제’라는 명목 아래 인간성을 소외시키는 체제를 날카롭게 드러내고, SF 장르 특유의 질문—“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던진다. 다만 이전작들에 비해 장르적 쾌감이나 서사의 동력은 약화되었으며, 할리우드 시스템 속에서 봉준호의 색깔이 변화한 지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작은 봉준호가 자신의 세계관을 재조립하며 ‘새로운 시작’을 모색하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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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저번달에 봐놓고
후기는 쓰다말다 반복하고
결국 저번 주 주말에 올리려다
바뻐서 이제서야 올림..

어찌 올렸으니 묵은 체증이 싹 내려가는 기분이다.





댓글
  • 익명-TM2MDA3 2025/04/24 06:12

    뭐야 이거 벌써 극장에서 내려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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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랙뿔테 2025/04/24 06:18

    4월 중순부터 거의 다 내려갔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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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파카바나 2025/04/24 06:21

    슬슬 OTT에 올린준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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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랑포트 2025/04/24 06:22

    슬프게도 한 달을 못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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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라라 2025/04/24 06:23

    인격 기억 데이터로 변환시켜서 죽을때마다 사람다시만들어냄 세이브 로드식으로 가끔 편집도하고 그래서 호불호 강할거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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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파카바나 2025/04/24 06:20

    전체적으로는 잘만들었는데 세세하게 보면 크게 인상깊은 장면이 없던게 아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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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쓸애기 2025/04/24 06:21

    기대하고 봤는데 실망한 작품.
    기승전결의 전과 결이 아쉬움, 기와 승은 괜찮았었음.....
    마무리만 잘 지었어도 수작이상급은 됐을거같은데
    망작은 아니지만 무난한 평작 수준의 영화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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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oliVer 2025/04/24 06:22

    전형적인 SF 장르로 접근하면 파괴력이 약한데
    봉준호라서 만들 수 있는 '우화적인 느낌'은 굉장히 좋았다고 생각
    인간성이 상실된 미래, 블랙코미디로 구현한 작품은 전에도 많았지만 미키17이 유별나게 섬뜩한 느낌은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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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0927 2025/04/24 06:23

    재밌게 봤지만 아무리 봐도 드라마화헤서 스토리쫌 늘려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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