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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우스 심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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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볼리 루돌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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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꽃이 흐린 날씨의 교토 경기장에 아름답게 피었습니다! 【황제】가 우리 우마무스메 역사에 이름이 길이 남을 클래식 3관을 달성합니다!』
3관의 영광을 딴 순간이 다시금 스피커에서 나오는 가운데, 단둘만이 있는 대기실에서 가을의 공기에 증기를 몸에서 피워 올리고 있는 심볼리 루돌프는 발끝을 살짝 들어 누군가와 입을 맞추고 있었다. 시계 초침이 흘러가는 소리만 다시 남은 방 안에서 오랫동안 붙어있던 두 인영(人影)은 찬찬히 떨어지며, ‘황제’는 자신의 입을 어루만졌다.
“신기하군, 몽중상심(夢中相尋)이었는데, 실제로 해보니 상상하던 것과 느낌이 또 다를 줄이야.”
쭉 머릿속에서 그려오기만 하던 것을 실제로 이뤘기 때문일까. 아니면 들이닥친 감정이 예상과는 약간 달랐기 때문일까. 클래식 3관이라는 위업을 달성한 군주의 표정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런 그녀의 젖은 앞머리를 말없이 쓸어 넘겨준 트레이너는 갈색 눈으로 조용히 쳐다봤다. 생각할 것이 많은 것인지 한참 동안 열리지 않던 입은 이윽고 천천히 열렸다.
“루나.”
“듣고 있네, 트레이너군.”
“다음은 드림 트로피에 네가 발을 디딜 때로 하자.”
그의 부탁에 터프의 폭군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어째서?”
“널 위해서야. 이런 모습이 현역일 때 언론을 타버리면 독이면 독이 되지 득이 되지 않아.”
이제 막 삼관 우마무스메라는 영광의 자리에 오른 그녀가 담당 트레이너와의 스캔들이라는 구설수에 오르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트레이너는 상상하기도 싫었다. 게다가 고작 중등부. 그와 나이 차이가 5살밖에 안 난다는 걸 고려하더라도 이건 문제 되기 딱 좋았다. 이러면 오랫동안 지켜오다가 스며 나오기 시작한 그녀의 독점력을 다시 잠시 수면 아래로 내려보내야 했다. 최소한 고등부는 되어야 뭐 사회가 이해라도 해지 지금은 일러도 너무 일렀으니까.
“흐음.”
그런데 루돌프의 생각은 좀 다른 모양인지 그 말에 발끝으로 바닥을 찼다. 꼭 저러면 기상천외한 답을 내놓아서 머리를 굴리려 했지만-.
“G1 7관.”
“응?”
“그 정도면 대놓고 트레이너군하고 어울려도 그 누구도 말할 엄두를 못 내지 않겠는가?”
폭탄선언이 나와버렸다.
눈빛마저 형형한 걸 보니 이걸 진심으로 말하고 있다는 게 더 무서웠고, 그럴 만한 실력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걸 오늘의 국화상에서 입증한 것이 더 두려웠다.
“트레이너군의 백낙일고(伯樂一顧) 끝에 나는 3개의 보석을 취할 수 있었네. 이제 그 너머를 봐야겠지.”
불과 조금 전까지 감정적이던 모습과 달리, 지독할 정도로 냉정한 모습으로 돌아온 루돌프는 다음 목표를 정했다.
“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압도적 승리, 더 많은 승리를 이 손에 넣어 옥좌를 장식해야 하네. 그걸 위해선 어디 보자, 다음 재팬컵부터 시작해 보는 것이 어떨까?”
“재팬컵이라.”
‘나쁘지 않은데’라고 트레이너는 생각했다. 뭐, 루나의 폭탄선언은 잠시 뇌리에서 지우도록 하고, G1 7승이면 진짜로 황제에 걸맞은 기록이 될 터. 지금의 실력이면 그걸 실현하고도 남을 테니까.
“컨디션 조절을 잘해야겠다. 훈련량부터 조절해야겠네.”
“후훗, 그렇게 말해줄 줄 알았어.”
‘우웅, 우웅-.’
위닝라이브의 준비가 끝났음을 알리는 휴대전화의 진동이 울리는 가운데, 그는 루돌프에게 딱 하나를 부탁했다.
“무리하지 마, 한 번쯤 진다고 해도 또 이길 수 있는 거니까.”
“하핫, 트레이너군. 이 내가 질 리가 있겠는가?”
황제가 지다니, 그건 역천(逆天)이 일어나야 하지 않겠는가.
-⏲-
황제가 지는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카츠라기 에이스, 당당히 도주해 냈습니다! 카츠라기 에이스가 놀라운 도주로 재팬컵을 제패했습니다!』
원대한 목표에 처음으로 걸림돌이 나타났다.
그녀는 그것이 언젠가 만날 가능성이 농후한 미스터 시비를 언제나 염두에 뒀지만, 허를 찌르는 일격을 맞아 카츠라기 에이스의 대도주에 재팬컵을 빼앗겼다.
‘꾸드득.’
전광판을 올려다보고 있는 루돌프의 양손이 일그러졌다.
하얀 장갑을 낀 손이 붉게 물들어갔다.
자신을 이겼다.
그 사실 하나로 환호받고 있는 에이스를 지켜보던 황제는 여운에 잠긴 채 퇴장 게이트로 들어오던 그녀에게 스쳐 지나가듯 말했다.
“이번엔 내가 방심했군, 에이스. 하지만 다음번 행운은 없을 거다.”
“루, 루돌프?”
살벌하기 그지없는 선언에 승리했음에도 쾌활한 우마무스메의 안색이 새파랗게 변해버리는 사이, 3개의 훈장을 제복에 단 황제는 몸을 돌렸다. 황제는 맹렬한 투쟁심으로 마음 깊은 곳까지 불타오르고 있었다.
목표를 위하여.
원하는 미래를 위하여.
그녀는 결코 누구에게도 얕잡아 보일 수 없었다.
다음 목적지는 아리마 기념으로 정해졌다.
그리고 그 연말의 그랑프리 경주에서-.
“....”
그녀는 보는 이들의 숨이 막히게 하는 압도적인 위압감을 뿜어내며 내달렸다.
카츠라기 에이스는 물론이고 수많은 우마무스메들은 숨도 쉬기 힘들 정도의 위협적인 기세에 귀가 젖혀진 채 시선을 피했고, 자신을 한번 제쳤던 라이벌을 찍어 누르는 폭군의 패도는 가차 없이 나카야마를 휩쓸었다.
황제의 신위는 폭정으로 길을 뚫어나갔다.
-⏲-
“그래서 손이 이 모양이 되셨단 말이지요.”
“그래.”
“당분간 서류 업무는 힘드시다는 거고요.”
“정확하다, 그루브.”
새로이 뽑힌 부회장, 에어 그루브는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의 회장 선거에서도 루돌프는 연임했고, 대신 후보에 오른 이들은 부회장 자리를 채웠다. 그 결과 에어 그루브와 나리타 브라이언이 부회장직에 오르며 임시로 자리를 채워주던 마루젠스키와 미스터 시비는 작별을 고했다.
그리고 설마 부회장직에 올라서 생긴 첫 사고가 회장의 손 부상이라니, 아이고 맙소사.
“승부욕이 강해도 적당히 강하셔야지 손을 이 꼴로 만드실 정도면 문제 있으신 겁니다, 회장.”
“음, 자중하도록 하지.”
양손에 붕대를 감은 채 빙글빙글 도는 루돌프의 모습을 보면 아무래도 몇 번 사고가 더 날 거 같긴 했지만, 앞으로의 고난을 예고하는 일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아-.”
“무슨 일이십니까?”
“붕대를 손에 감았더니, 감(感)이 왔군.”
“.....”
이날, 에어 그루브의 컨디션이 급격히 하락했다.
루나 괴문서 쓰는거 생각보다 재밌다니까?
옥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