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남편과 결혼한 지 7년차 여자사람입니다.
우리 남편은 매년 크리스마스 선물 개봉을 위한 퀴즈를 만듭니다.
저희는 보통 서로 10개~20개의 선물을 준비하는데
남편은 각 선물에 번호를 매기고, 선물 개수만큼의 퀴즈를 준비해요.
보통은 A4용지 한장 짜리 퀴즈판(?)을 만듭니다.
이 사진은 4년 전 퀴즈판입니다.
이 때의 퀴즈 주제는 "마누라가 가장 잘 하는 말"이었습니다.
남편이 낸 퀴즈를 제가 맞추고, 정답과 같은 번호의 선물을 열어볼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올해는 이 퀴즈가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크리스마스 2주 전이 결혼 기념일인데, 선물이라면서 이걸 줍니다.
크리스마스 챌린지 앨범입니다.
각 장에는 남편의 사진이 있고, 퀴즈와 선물 번호가 적혀있습니다.
퀴즈의 룰을 명시한 페이지입니다.
* 첫 단어는 ing로 끝남
* 마누라와 관련해서 내가 사랑하는 것들임
* 정답을 맞춘 메시지는 선물 줌
* 굿럭
예를 들어 선물 8번의 문제는 T through E(NC?)
제가 추측한 답은 Tr에이브이eling through Europe(No Coffee?) 입니다.
남편도 이번 퀴즈는 당일에 모두 맞추기 어렵겠다 싶었는지, 2주전인 결혼 기념일부터 풀수 있는 아량을 베푸셨고
심지어 매일 한 개씩 힌트도 주십니다.
제가 굽신굽신 하면 기분이라며 한 개 더 주시기도 합니다. 관대하신 남편님...
여기 적힌 쪽지들은 제가 추측한 답일 뿐이며, 정답이 아닐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13번 정답이 정말 "Getting Old Together 함께 늙어가는 것"이라면 우리 남편은 진정한 사랑꾼...
저는 올해 남편을 위해15개의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따로 퀴즈는 안내지만 저만 알아볼 수 있게 라벨을 붙여놓았습니다."이걸 왜"라고 적혀있는 건 볼링핀입니다.
몇달 전 들른 중고품 매장에서 남편이 중고 볼링핀(장난감 아니고 진짜 볼링핀)을 보고 "어머 이건 사야해!"라고 난리난리인겁니다.
당시에는 "미쳤군"이라고 일축해놓고, 며칠 뒤에 몰래 가서 사온거예요. ㅎㅎㅎ 이런 게 사는 재미죠.
그 외에도 한강의 채식주의자 영문판 책, 남편이 좋아하는 게임과 관련된 퍼즐 등등 남편이 좋아할만 한 것들, 내가 추천해 주고 싶은 것들과
남편의 위시리스트에 있던 아이템들을 적절히 섞어서 준비했습니다.
거... 뭐... 남편의 이런 달달함을 어디 자랑하고 싶은데.... 또 딱히 자랑할만한 곳도 없고....
그래서 글을 써봤습니다...
한글로는 초성맞추기 식으로 변형해서 활용하셔도 좋을 것 같고...
물질적인 선물도 좋지만, 우리 남편이 절 항상 생각해주고 있다는 게 저는 고맙고 사랑스럽거든요. ㅎ
당연히, 선물을 주기 위한 퀴즈라는 것때문에 더좋긴 하죠 ㅎㅎㅎ
이제 크리스마스가 딱 일주일 남았네요.
모두들 즐거운 크리스마스 준비하시고, 정이 오가는 연말연시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안 되겠소! 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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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휴 나는 연애부터 해야지... 왜 이런글을 읽어서... 에휴...
오우오~~~ 베스트~~~ 추천 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영광은 일요일 오후 침대에서 일어날 줄 모르는 남편에게 돌리겠습니다. 물아일체란 저런 것....
못맞추면 어떻게 되는건가요?
폐기...?
넘나 재밌게 사시네요 ㅠㅠㅠㅠㅠㅠ
got 감동적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