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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 꽃이나 사람이나 ^^^^^^^^^^^^

지난 달, 남편이 마당숲을 정리했다.
강풍에 꺾인 가지, 전지하고 남은 잔가지들.. 을 걷어서
계곡 건너 야산에 차곡차곡 쌓는다.


이 일이 쉽지 않은 작업이다.
부산물들을 묶거나 담아서 계곡 건너까지 가져가서
야산 아래 쪽에 흉하지 않게 잘 쟁여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천천히 흙으로 돌아간다.





새순이 올라오기 전에 이 작업을 마쳐야 한다.
새순을 밟아서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부산물들을 거두는 과정에서 식물의 씨방이 뭉개지고
남아 있던 몇 톨의 씨앗은 땅으로 떨어진다.


그 와중에 남아 있던 더덕 열매이다.
씨앗은 이미 다 떨어지고 빈집만 남았다.
1더덕.jpg
2더덕.jpg
마당숲과 화원에 식물들은 늘 보고 대화하는 터라
녀석들의 이름을 거의 다 알고 있다.


음.. 이 녀석 이름은 모르겠다.
왕고들빼기 같기도 하고..
구글 검색을 해 봐도 마른 꽃은 명쾌한 답이 없는 편이다.
3왕고들.jpg
4왕고들.jpg
여름 장마에 피기 시작해서 7월이면 화원 한 곳을 밝혀 주는모나르다.
베르가못이라고도 부르는데 베르가못 나무의 꽃과 향기가 비슷해서 불러주는 별명이다.


울집 화원의 아랫집 돌담 쪽에 모여 있다.
정열의 붉은 꽃 모나르다.
모나르다는 붉은색 외에도 보라색과 분홍색이 있다.




강렬한 붉은 색을 자랑하던 모나르다도 겨울이 되면 갈잎으로 변한다.
씨앗을 땅으로 떨구고 남아 있던 마른 꽃잎도 바람에 엉클어져 있다.
식물의 삶도 사람과 닮았다.
5모나르다.jpg
6모나르다.jpg
7모나르다.jpg
3월이 되면 남편은 화원과 마당숲 정리를 한다.
갈비도 대충 긁어내고 가지치기한 가지들도 치우는 작업이다.
겨울 동안 쌓였던 부산물들은 계곡 건너 야산으로 간다.
시간이 지나면서 쌓아 놓은 부산물들은 숨이 죽고 자연의 퇴비가 된다.


이 작업을 하자면 남아 있던 마른 식물체들도 함께 정리가 된다.
아직까지 붙어 있던 씨앗들도 땅으로 떨어지고 마른 줄기는 눕는다.
이제 마지막으로 보는.. 빛나던 지난 시절의 흔적들이다.
에키네시아
8에키네.jpg
산부추
9산부추.jpg
산수국
10산수국.jpg
3월이 되면 겨울은 균열이 가고 산산이 흩어진다.


산수국이 기지개를 쭈욱~~ 켜는 중이다.
겨우내 접어 두었던 쭈굴쭈굴한 주름이 펴지면서
어김없이 그 사이로 연두색 새싹이 얼굴을 내밀겠지..





며칠 전 '서브 스턴스'라는 영화를 보다가 꺼 버렸다.
데미 무어가 왜 이 영화를 하겠다고 했을까..? 싶을 정도로 데미 무어 스러운 영화다.
날이 갈수록 끔찍한 장면이 나오는 영화는 외면하게 된다.
좋은 것만 보고 싶고 좋은 사람들만 만나고 싶고 좋은 곳에만 머무르고 싶다.





젊음이 봄이라면 ㅡ
그 봄은 추억이고 향수이지 욕망이 될 수는 없다는 것.
돌이켜 보면 봄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기도 했지만
인생에서 빛나던 그 한 페이지는 또 그토록 잔인했다.


댓글
  • 노뭘레인 2025/04/11 17:24

    멋진사진과 글 잘보고 갑니다! 접사사진도 잘찍으시네요~

    (RjLzTp)

  • 고래공주 2025/04/11 17:28

    칭찬의 말씀 감사합니다 ~*
    점점 접사 사진 촬영이 힘드네요. 자세도 그렇고요. ㅎㅎ

    (RjLzTp)

  • 순간의기록[不良文原] 2025/04/11 18:07

    특유의 접사, 즐+감 입니다.
    저도 접사사진 해보고 싶은데, 맘 뿐입니다.

    (RjLzTp)

  • 고래공주 2025/04/11 18:13

    접사는 묘하게 빠져드는 매력이 있지요.
    그런데 자세의 난이도가 있어서 촬영하고 나면 파김치 됩니다. ㅎㅎㅎ
    컨디션 좋을 때 시도해 보세요~*

    (RjLzTp)

  • clsdn 2025/04/11 18:22

    최고 입니다..

    (RjLzTp)

  • 고래공주 2025/04/11 19:09

    감사합니다 ~*

    (RjLzTp)

  • 어느날갑자기 2025/04/11 19:22

    자연의 순리겠지요! 우리네 인간도 그런데요^^
    메마른 자연과 대화 하시는 작가님!
    생명을 불어 넣는 봄의 예찬이십니다~~~~~~~~~~~~~!

    (RjLzTp)

  • 고래공주 2025/04/11 19:25

    식물의 사이클을 보면서 우리네 인생을 봅니다.
    때가 되면 모두 빈손으로 떠나는 거더라구요.
    그래도 자손을 남긴다는 의미가 있겠지요.
    강파른 삶이었는데 자연 속에서 평안을 얻고 있습니다. ㅎ

    (RjLz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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