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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MAGA: "트럼프님이 무역흑자를 내면 우리 일자리가 늘어날거다!"


원래 유게에 작성글 직접 잘 안쓰고 성유게에 야짤찌려고 만들었던 계정인데 글쓰게 만드는 트럼프가 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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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 이어서 계속 노벨 경제학상(무역이론으로 노벨상을 딴 그 양반. 그렇다. 트럼프와 그 측근들이 요즘 떠드는 바로 그 주제!) 수상자인 크루그먼의 주장을 이어서, 이번엔 좀 더 복잡한 이야기를 해 보자. 크루그먼은 여기서 우리의 상식과 가장 맞지 않아 보이는 주장을 한다.



"무역흑자는 국내 일자리를 (장기적으로) 증가시키지 않는다 (즉, 그 자체로는 순고용을 증가시키지 않는다)"



다시 말해, 무역에서 흑자를 보냐 적자를 보냐 그 자체만으로는 국가 전체의 일자리 수와 별 상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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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우리의 직관과는 아주 달라 보인다. 그러나 전편 (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70199059 ) 에서 크루그먼이 주장했듯이, 그는 기업 경제과 국가 경제는 아주 다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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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단위에서는 매출의 증가가 고용의 증가로 이어지는 것이 맞다. 따라서, 만약에 수출기업이 수출을 잘 해서 매출이 증가하고, 다행스럽게도 그것이 영업이익 증가까지 이어졌다면, 그 기업은 고용을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1-2) 거시경제 기초 - 경제순환의 현실 : 네이버 블로그

'그 기업'은 말이다. 그러나 국가 전체로 보면 조금 다른 그림이 펼쳐진다(왜 그런지는 전편 참조). 


크루그먼은 케인즈 경제학의 기반 위에 서 있다. 그리고 케인즈 경제학에 따르면, 한 국가의 고용량을 결정하는 것은 그 국가의 총수요다. 그러면 여기서 잠깐, 고등학교 경제 시간에도 배웠을 총수요 공식을 보자.



총수요 = 소비 + 투자 + 정부지출 + 무역수지



그리고 총수요는 결국 내수의 문제이므로, 크루그먼의 주장에 따르면 정부의 재정/통화정책이나 내수시장의 규모 같은 것이 고용에 훨씬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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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런데 총수요 공식에 무역수지(수출-수입)가 있잖아요? 그러면 무역수지 흑자면 총수요도 증가하는 거 아니에요?"


맞다. 문제는 (크루그먼의 주장에 따르면) 무역수지 흑자가 총수요 공식의 다른 부문을 감소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요인은 크게 셋이다. 


첫째. 무역흑자가 났다는 것은 수출>수입이라는 의미인데, 크루그먼의 주장에 따르면, (생산량 자체 증가에 의한 것이 아닌) "수입의 감소"는 국내 내수시장의 수요, 다시 말해 총수요 공식에서의 '소비'를 감소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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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국내 총공급량 감소로 인한 가격 증가는 총소비수요를 감소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 생산량이 증가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수출의 증가는 결국 국민이 써야 했을 재화가 나갔다는 의미고, 또 생산과 수출의 동반 증가가 아닌 수입의 감소로 무역수지 흑자가 달성되었다면 이 또한 국민이 수요하는 수입품이 들어오지 않았다는 의미다. 


Nintendo Switch 2가 2025년 6월 5일(목) 발매 | News | 한국닌텐도주식회사

예를 들어, 스위치2의 수입이 감소하면 무역수지는 흑자일 수 있지만, 국내 스위치2 소비는 감소한다. 사고 싶어도 물건이 없어서(혹은 가격이 뛰어서) 살 수가 없는데 어떻게 사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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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국내에서의 생산량 증가 없이 LG 52인치 TV를 수출해버려도 국내 LG 52인치 TV 소비는 감소한다. 역시 국내에 물건이 없는데(혹은 가격이 뛰어서) 어떻게 사겠는가?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 수출의 증가로 인한 고용의 증가분은 다른 어딘가, 예를 들어 국내 유통업이나 수입업체에서의 고용 감소(이 사람들은 일거리가 사라진 것이므로)로 상쇄된다. 



둘째, 전편에서 보았던, 국제무역이론의 가장 기본이 되는 국제수지 공식을 다시 보자. 



국제수지 = 경상수지(Current Account) + 자본수지(Capital Account) = 0 

경상수지 = 무역수지 + 소득수지 + 이전소득수지 (이 중 무역수지 비중이 가장 큼)



즉, 무역수지의 흑자는 (크루그먼이 장담하듯이) 자본수지의 적자다. 무역으로 벌어들인 외화는 어떤 형태로든 결국 다시 나간다. 다시 말해, 무역수지로 흑자를 보고 있다면, 반드시 해외로부터 벌어들인 것에 상응하는 무언가가 미국에서 나간다는 것이다(즉, 국제수지=0=경상수지+자본수지의 항등식). 그것은 해외의 자산(해외의 채권 주식 등)에 투자된 금액일 수도, 해외로 나간 설비나 기계일 수도 있다.


그런데 자본수지가 적자란 말은, 다시 말해 미국의 자본(생산수단 및 금융자산) 일부가 해외로 나갔다는 말이 된다(정확히는, 미국으로 들어오는 자본보다 미국에서 나가는 자본이 더 크다는 이야기다). 그러므로, 그 자본이 과연 무엇이냐에 따라, 무역수지 흑자로 얻은 이익이 상쇄되고, 국내 총고용은 증가하지 않을 수 있다. 무역수지의 흑자가 (유출된 자본, 혹은 감소된 자본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오히려 총수요 공식의 '투자' 부문을 감소시킬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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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환율의 문제이다. 수출이 증가하면 자국 통화에 대한 해외 수요가 증가하여 통화 가치가 상승(환율 하락)하게 된다. 이는 다시 수입을 증가시키고, 수출 경쟁력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것 역시 고등학교 경제 시간에 배웠을 것이다.


무역수지 흑자로 인한 환율 변동으로 인해, 자국 물건이 상대적으로 비싸져서 수출이 감소하는 동시에, 외국 물건은 싸지니까 수입이 증가한다. 따라서, 애초에 늘어난 수출이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줄어드는 효과가 생긴다(설혹 원래부터 두 나라 사이에 격차가 존재하여 만성적인 무역적자/흑자가 존재했더라도, 거기서 더 크게 확대되거나 축소되는 건 오래 안 간단 이야기도 된다. 어느 한 나라에서 기술발전, 생산성 변화, 산업구조 변화, 미치광이의 정책 등 무역 외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런 조정 메커니즘 덕분에, 균형상태 이상으로 증가한 수출 효과는 영원히 지속되기 어렵고,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게 된다. 즉, 설혹 무역흑자로 일시적으로 일자리가 증가하더라도, 그 현상 자체가 단기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모든 것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 


 “무역수지 흑자가 고용 증가를 보장하지 않는 이유는, 국가의 고용은 총수요에 의해 결정되며, 수출 증가로 벌어들인 외화가 국내투자 감소 등 다른 부문의 수요 감소로 상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무역수지 흑자 단 하나만으로는 국내 총수요의 증가를 보장할 수 없고, 총수요가 증가하지 않으면 고용도 증가하지 않는다(국내 순고용의 증가와는 무관하다)는 게 그의 논지이다. 수출의 증가는 그 수출에 참여한 기업들의 이익은 분명히 증가시키겠고, 그들의 고용은 증가시키지만, 그것이 국내 전체의 파이를 증가시키지 못했다면, 그 기업들의 고용이 증가한 만큼 (총수요는 한정되어 있으므로) 어딘가에선 고용이 줄어들었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 그가 국제경제학 전공자고 무역이론 전문가라는 점을 생각하면 꽤 솔직한 주장인 셈이다. 보통 한 분야의 전문가는 자기 분야가 세상 모든 것과 연관되어 있다고 주장하기 마련이므로.


적어도, 그 수출 증가의 성과가 미국 내에 고루 퍼져서 미국 경제규모 자체를 키워서 국내의 총수요를 키우지 않는다면 말이다(다시 말해서, 이는 분배의 문제를 제기한다. 일자리가 늘어서 기업의 수익이 사회에 퍼지고 돈이 도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라는 게 되니까. 그래서 크루그먼이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이 총고용에 훨씬 중요한 요인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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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전편의 크루그먼의 설명에 따르면, 트럼프의 전방위적 관세는 미국과의 무역량 및 미국으로 투자되는 자본량 자체를 감소시킨다, 즉, 미국을 오가는 경제 규모 자체를 줄인다(따라서, 무역적자는 정말 감소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미국에게 좋은 소식일까?).


이게 무슨 소리인가? 국가경제 규모 자체가 쪼그라든다는 말은, 총수요도 감소한다는 의미이다(=무역수지는 흑자일 수 있지만, 그 무역수지의 절대값 자체가 줄어들며, 총수요 공식의 나머지도 줄어들 것이다).


그런데 크루그먼(과 그가 기반한 케인지언 경제학)의 논리에 따르면, 일자리의 수를 결정하는 것은 무역이 아니라 국내의 총수요, 다시 말해서 국내에서 돈이 얼마나 활발히 순환하고 있느냐다.


그렇다면, 미국의 국제무역 규모 축소(수출, 수입이 모두 하락)로 인한 미국 경제의 위축은 총수요를 감소시키므로....



(MAGA 실업자들의 희망과 달리) 오히려 미국내 총고용을 감소시킬 가능성마저 있다!



* 물론 트럼프가 반협박하는 것처럼 미국에 강제로 공장과 산업을 유치시키면 또 모르긴 한다...그러나 과연 무역수지 흑자와 자본수지 흑자(해외의 미국 투자)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 쉬운 일일까? 더구나 관세의 본질은 무역규모(=국제적으로 오가는 자본의 규모)를 축소시키는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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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go.seoul.co.kr/news/economy/2025/04/06/20250406500001 )

("트럼프는 완전히 미쳤다" 2025년 4월 3일)


실제로 크루그먼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대해서 "이거 나라경제 진짜 ㅈ되는 길임 안됨" 하고 격렬히 비판했고, 심지어 어느 정도는 "트럼프 이새1끼 이거 관세로 협박하면서 글로벌 구라핑 까는 걸지도 모름"까지 추측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지금 트럼프는 경제학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를 어겨가면서, 미국 경제가 아니라 자신의 지배력을 과시하려 한다는 것이다. 





* 이 논리의 무서운 점은, 나는 이 글을 쓰면서 산업의 특성과 생산방식(노동집약적인 저위기술산업 vs. 자본집약적인 고위기술산업)은 아예 언급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나는 이 글에서 크루그먼의 무역이론만 소개한 것이기 때문이다). 크루그먼은 정말 단순하게 무역에서 오가는 돈 이야기만 한 것인데도 이렇다.

만약 자본주의 국제경제에서 산업의 국제적 전이 법칙까지 언급하면 미국의 상황은 더더욱 끔찍해진다....

댓글
  • 병아리좋아 2025/04/10 10:52

    중딩도 이해할수 있게 설명해주자면
    달러는 세계 기축 통화다
    고로 달러는 ‘돈’ 그 자체보단
    미국이라는 정부가 만드는 ‘상품’의 개념이다
    무역 적자 라는 워딩이 나쁜게 아니라
    ‘달러’라는 상품으로 해외의 ‘물자’를 사온것이다
    만일 트럼프 방식대로 적자를 극복하겠다는건
    1. 미국 달러의 힘을 포기하는 것이며
    2. 미국 패권국의 지위도 포기하며
    3. 오히려 엔화, 유로화와 같은 다른 기축통화가 힘을 얻게 될것이다

  • 병아리좋아 2025/04/10 10:52

    중딩도 이해할수 있게 설명해주자면
    달러는 세계 기축 통화다
    고로 달러는 ‘돈’ 그 자체보단
    미국이라는 정부가 만드는 ‘상품’의 개념이다
    무역 적자 라는 워딩이 나쁜게 아니라
    ‘달러’라는 상품으로 해외의 ‘물자’를 사온것이다
    만일 트럼프 방식대로 적자를 극복하겠다는건
    1. 미국 달러의 힘을 포기하는 것이며
    2. 미국 패권국의 지위도 포기하며
    3. 오히려 엔화, 유로화와 같은 다른 기축통화가 힘을 얻게 될것이다

    (OXWij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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