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천국 코하비닷컴
https://cohabe.com/sisa/44631

J와 Y이야기. 놈들이 온다.


4시 55분.. 

시계를 들여다 본 난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57분.. 58분..  5시. 

띡띡띡띡띡띡. 철컥. 

난 이불을 목까지 한껏 끌어올리고 숨을 죽였다. 

'제발.. 지나가라.. 지나가라..'

큰놈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주문이라도 외우는 것 처럼 연신 지나가라고 중얼거렸다. 
하지만. 

끼이익. 

아.. 안돼. 

방문이 열리고 큰놈이 모습을 드러냈다. 

"삼촌 뭐해?"

등줄기에 쭈뼛 하고 소름이 끼쳤다. 저지할 새도 없이 큰놈은 내 방 침대 위로 뛰어들었다. 
그 소리를 듣고 이윽고 작은놈이 모습을 드러냈다. 

"갸아아아아아아!"

아직 지구인의 언어를 완벽하게 습득하지 못한 작은 놈은 괴성을 지르며 침대 위로 기어 오르기 시작했다. 
놈들의 목표는 단 한가지였다. 

'나' 라는 존재의 완벽한 파멸. 그것 뿐이었다. 
대의도 명분도 없는 무차별한 침략이었다. 
놈들의 테라포밍이 시작된 건 제법 오래 된 일이었다. 
그때만해도 가끔 내 방에 기웃거리는 정도였지만, 지금은 더이상 혼자서 방 안에 있는 시간이 없을 정도였다. 

처음 놈들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날 찾아왔다. 

"삼촌. 같이 귤 먹을까?"

양 손에 귤을 들고 한껏 자애로운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큰놈을 보고 얘가 웬일이지? 드디어 마음을 고쳐먹은건가? 
라는 생각에 나는 흔쾌히 내 방으로 들어오는 걸 허락했다. 하지만 놈들이 음흉한 속내를 드러내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놈들과 함께있는 동안은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책을 보는 것도, 핸드폰을 만지는 것도, 영화를 보는 것도 불가능했다. 
놈들은 체계적인 방법으로 날 공략하기 시작했다. 
큰놈은 쉴새없이 침대에서 방방 뛰면서 날 정신없게 만들었다. 
무시하고 핸드폰을 보면 작은놈이 달려들었다. 
연신 핸드폰 액정을 손가락으로 건드리고, 노트북 자판을 마구 두들기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무시로 일관하려 해도 놈들은 언제나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작은놈의 아직 여물지 않은 손은 귤껍질을 깔끔하게 까는데 애로사항이 있었다. 
결국 껍질을 깐다기보다는 귤 자체를 쥐어짜는 행태를 보였고, 귤을 쥐어짤 때 마다 뚝뚝 떨어지는 귤과즙은 
내 침대시트 위로 그대로 떨어졌다. 둘 다 침대 가장자리에서 위험하게 뛰어 놀면서 날 한순간도 방심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행여나 미끄러져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그 책임은 모조리 나에게 돌아올 것이 분명했기에..

난 이성인 답게 대화를 시도하기로 했다.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작은놈과의 대화는 어려웠기에 
난 큰놈과 평화롭게 이 사태를 해결하고자 마음먹었다. 

"야 나가서 놀면 안돼?

"안돼."

짧고도, 단호한 대답이었다. 
절대 이 방을 벗어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도대체 이유가 뭔데?"

"......."

큰놈은 묵묵부답이었다. 

"이유가 뭐냐고?"

"그냥."





세상에. 겨우 그따위 이유로 날 지금까지 괴롭혔다니. 
왕따피해자가 이런 기분이겠구나.. 란 생각이 들었다. 
평화로운 방법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난 놈들을 양팔에 하나씩 끼고 거실로 나갔다. 거실에 놈들을 내려놓고는 잽싸게 방으로 뛰어들어와 문을 잠궜다.
놈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큰놈이 문을 두드리며 외쳤다. 

"삼촌! 열어줘! 열어줘! 삼촌!"

난 대답대신 입을 굳게 다물었다. 문이 열리지 않자 큰놈은 회유책을 던지기 시작했다. 
한껏 상냥한 목소리로 

"삼촌~ 같이 귤 먹자~ 응? 문좀 열어봐. 내가 귤 가져왔어~"

작은놈은 옆에서 끼야오오오옷~ 하고 말 대신 괴성으로 거들었다. 
하지만 난 같은 수법에 두 번 당할 정도로 바보가 아니었다. 마침내 문 밖이 조용해졌다. 
드디어 포기한건가? 그 때였다. 방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똑똑. 

"누구세요?"

"...택배 왔습니다."

나도 모르게 문을 열어 줄 뻔했다. 소름이 돋았다. 이토록 영악한 놈들이라니. 
놈들은 인간의 본능에 호소하고 있었다. 

"... 무슨 택배요?"

"... 귤이요.."

"거짓말 마! 어떤 택배가 방문 앞까지 배달이 와!"

"치."

놈들의 흉계를 모두 뿌리치고 드디어 내 방에도 평화가 찾아오는 듯 싶었다. 
하지만 놈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놈들은 최후의 수단으로 내 방문 앞에 서서 목놓아 울부짖기 시작했다. 

"으아아앙~ 엄마~ 삼촌이 문 안열어줘~"

"끼야야아아아오아아아으아아~~"

큰놈과 작은놈의 크라잉 콜라보레이션이 방 앞에서 펼쳐졌다. 
조금만. 조금만 참으면 된다. 나는 맘을 굳게 먹었다. 
그 순간, 딸깍 하고 문이 열렸다. 

동생짓이었다. 놈들의 생산자는 젓가락으로 간단하게 잠긴 방문을 열었다. 
놈들은 맹수처럼 나에게 달려들었다. 이제는 아예 내 양쪽에 포진한 채 본격적으로 날 괴롭히기 시작했다. 

난 다시 대화를 시도했다. 

"왜 그러는데. 자꾸 삼촌 괴롭히면 돼 안돼?"

"돼."

뻔뻔한 자식.. 그때 였다. 

"우아~ 우아!"

"아야!"

작은놈이 내 머리를 때렸다. 
태어난지 이제 고작 1년 지난 아이의 손찌검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강한 파괴력이었다. 

"뭐야! 넌 왜 때려!"

"우아~ 아버?"

설마 아퍼라고 묻는건가?

"그럼 아프지!"

큰놈은 옆에서 그 광경을 보고 호탕하게 웃기 시작했다. 
정황상 큰놈의 사주가 분명했다. 




그 사이 작은놈이 또 나를 가격했다. 

"또 때렸겠다! 아버지한테도 맞은 적 없는데!"

하지만 작은놈은 들은채도 않은 채 연신 나를 가격하며 해맑은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나는 이 싸움은 이길 수 없다고 직감했다. 
결국 나는 침대를 포기한 채 거실로 피신해야했다. 






댓글
  • charge 2016/12/17 16:01

    할머니한테 뭘일렀을까요? ㅋㅋㅋㅋ 영상의 다음 상황이 궁금하네요 ㅋㅋㅋ

    (EFgANf)

  • 프로포폴이닭 2016/12/17 22:29

    퍽 ㅋㅋㅋㅋㅋㅋ
    끝에 J가 할머니 부르러 가니까 Y의 긴장하는 모습이 ㅋㅋㅋㅋㅋ

    (EFgANf)

  • 정으니고모부 2016/12/18 00:17

    좋은 방법이 있어요 작성자님이 애를 생산해서 J와 Y의 멘탈을 탈탈 털어 아빠의 복수를 시켜버리는 거예여

    (EFgANf)

  • 타카미치카 2016/12/18 00:30

    이제 작성자는 뉴타입으로 개화되는건가 ㅋㅋㅋ

    (EFgANf)

  • 해태타이거즈 2016/12/18 02:39

    aaaba님의 꼬릿말 입니다
    놈들은 잠시 후 거실로 뛰쳐 나왔다.
    결국 목표는 내 방이 아니라 나라는 걸 깨달았다.
    문득 그 놈들은 하수인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흑막 뒤엔 누가 있을까 고민해봤다.
    날 집에서 내보내려고 하는 사람.. 진정한 비선실세..
    한 사람이 떠올랐다. 저 두놈을 수족처럼 부리는.
    집 안의 진정한 권력자..
    .... 엄마??

    (EFgANf)

  • ↕永久童精 2016/12/18 04:05

    하아... 진지하게 이 분 유튜브 채널 구독할까...
    하고 고민하는 거 저 밖에 없는 거 아니죠?

    (EFgANf)

(EFgAN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