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 55분..
시계를 들여다 본 난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57분.. 58분.. 5시.
띡띡띡띡띡띡. 철컥.
난 이불을 목까지 한껏 끌어올리고 숨을 죽였다.
'제발.. 지나가라.. 지나가라..'
큰놈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주문이라도 외우는 것 처럼 연신 지나가라고 중얼거렸다.
하지만.
끼이익.
아.. 안돼.
방문이 열리고 큰놈이 모습을 드러냈다.
"삼촌 뭐해?"
등줄기에 쭈뼛 하고 소름이 끼쳤다. 저지할 새도 없이 큰놈은 내 방 침대 위로 뛰어들었다.
그 소리를 듣고 이윽고 작은놈이 모습을 드러냈다.
"갸아아아아아아!"
아직 지구인의 언어를 완벽하게 습득하지 못한 작은 놈은 괴성을 지르며 침대 위로 기어 오르기 시작했다.
놈들의 목표는 단 한가지였다.
'나' 라는 존재의 완벽한 파멸. 그것 뿐이었다.
대의도 명분도 없는 무차별한 침략이었다.
놈들의 테라포밍이 시작된 건 제법 오래 된 일이었다.
그때만해도 가끔 내 방에 기웃거리는 정도였지만, 지금은 더이상 혼자서 방 안에 있는 시간이 없을 정도였다.
처음 놈들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날 찾아왔다.
"삼촌. 같이 귤 먹을까?"
양 손에 귤을 들고 한껏 자애로운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큰놈을 보고 얘가 웬일이지? 드디어 마음을 고쳐먹은건가?
라는 생각에 나는 흔쾌히 내 방으로 들어오는 걸 허락했다. 하지만 놈들이 음흉한 속내를 드러내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놈들과 함께있는 동안은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책을 보는 것도, 핸드폰을 만지는 것도, 영화를 보는 것도 불가능했다.
놈들은 체계적인 방법으로 날 공략하기 시작했다.
큰놈은 쉴새없이 침대에서 방방 뛰면서 날 정신없게 만들었다.
무시하고 핸드폰을 보면 작은놈이 달려들었다.
연신 핸드폰 액정을 손가락으로 건드리고, 노트북 자판을 마구 두들기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무시로 일관하려 해도 놈들은 언제나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작은놈의 아직 여물지 않은 손은 귤껍질을 깔끔하게 까는데 애로사항이 있었다.
결국 껍질을 깐다기보다는 귤 자체를 쥐어짜는 행태를 보였고, 귤을 쥐어짤 때 마다 뚝뚝 떨어지는 귤과즙은
내 침대시트 위로 그대로 떨어졌다. 둘 다 침대 가장자리에서 위험하게 뛰어 놀면서 날 한순간도 방심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행여나 미끄러져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그 책임은 모조리 나에게 돌아올 것이 분명했기에..
난 이성인 답게 대화를 시도하기로 했다.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작은놈과의 대화는 어려웠기에
난 큰놈과 평화롭게 이 사태를 해결하고자 마음먹었다.
"야 나가서 놀면 안돼?
"안돼."
짧고도, 단호한 대답이었다.
절대 이 방을 벗어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도대체 이유가 뭔데?"
"......."
큰놈은 묵묵부답이었다.
"이유가 뭐냐고?"
"그냥."
세상에. 겨우 그따위 이유로 날 지금까지 괴롭혔다니.
왕따피해자가 이런 기분이겠구나.. 란 생각이 들었다.
평화로운 방법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난 놈들을 양팔에 하나씩 끼고 거실로 나갔다. 거실에 놈들을 내려놓고는 잽싸게 방으로 뛰어들어와 문을 잠궜다.
놈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큰놈이 문을 두드리며 외쳤다.
"삼촌! 열어줘! 열어줘! 삼촌!"
난 대답대신 입을 굳게 다물었다. 문이 열리지 않자 큰놈은 회유책을 던지기 시작했다.
한껏 상냥한 목소리로
"삼촌~ 같이 귤 먹자~ 응? 문좀 열어봐. 내가 귤 가져왔어~"
작은놈은 옆에서 끼야오오오옷~ 하고 말 대신 괴성으로 거들었다.
하지만 난 같은 수법에 두 번 당할 정도로 바보가 아니었다. 마침내 문 밖이 조용해졌다.
드디어 포기한건가? 그 때였다. 방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똑똑.
"누구세요?"
"...택배 왔습니다."
나도 모르게 문을 열어 줄 뻔했다. 소름이 돋았다. 이토록 영악한 놈들이라니.
놈들은 인간의 본능에 호소하고 있었다.
"... 무슨 택배요?"
"... 귤이요.."
"거짓말 마! 어떤 택배가 방문 앞까지 배달이 와!"
"치."
놈들의 흉계를 모두 뿌리치고 드디어 내 방에도 평화가 찾아오는 듯 싶었다.
하지만 놈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놈들은 최후의 수단으로 내 방문 앞에 서서 목놓아 울부짖기 시작했다.
"으아아앙~ 엄마~ 삼촌이 문 안열어줘~"
"끼야야아아아오아아아으아아~~"
큰놈과 작은놈의 크라잉 콜라보레이션이 방 앞에서 펼쳐졌다.
조금만. 조금만 참으면 된다. 나는 맘을 굳게 먹었다.
그 순간, 딸깍 하고 문이 열렸다.
동생짓이었다. 놈들의 생산자는 젓가락으로 간단하게 잠긴 방문을 열었다.
놈들은 맹수처럼 나에게 달려들었다. 이제는 아예 내 양쪽에 포진한 채 본격적으로 날 괴롭히기 시작했다.
난 다시 대화를 시도했다.
"왜 그러는데. 자꾸 삼촌 괴롭히면 돼 안돼?"
"돼."
뻔뻔한 자식.. 그때 였다.
"우아~ 우아!"
"아야!"
작은놈이 내 머리를 때렸다.
태어난지 이제 고작 1년 지난 아이의 손찌검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강한 파괴력이었다.
"뭐야! 넌 왜 때려!"
"우아~ 아버?"
설마 아퍼라고 묻는건가?
"그럼 아프지!"
큰놈은 옆에서 그 광경을 보고 호탕하게 웃기 시작했다.
정황상 큰놈의 사주가 분명했다.
그 사이 작은놈이 또 나를 가격했다.
"또 때렸겠다! 아버지한테도 맞은 적 없는데!"
하지만 작은놈은 들은채도 않은 채 연신 나를 가격하며 해맑은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나는 이 싸움은 이길 수 없다고 직감했다.
결국 나는 침대를 포기한 채 거실로 피신해야했다.
할머니한테 뭘일렀을까요? ㅋㅋㅋㅋ 영상의 다음 상황이 궁금하네요 ㅋㅋㅋ
퍽 ㅋㅋㅋㅋㅋㅋ
끝에 J가 할머니 부르러 가니까 Y의 긴장하는 모습이 ㅋㅋㅋㅋㅋ
좋은 방법이 있어요 작성자님이 애를 생산해서 J와 Y의 멘탈을 탈탈 털어 아빠의 복수를 시켜버리는 거예여
이제 작성자는 뉴타입으로 개화되는건가 ㅋㅋㅋ
aaaba님의 꼬릿말 입니다
놈들은 잠시 후 거실로 뛰쳐 나왔다.
결국 목표는 내 방이 아니라 나라는 걸 깨달았다.
문득 그 놈들은 하수인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흑막 뒤엔 누가 있을까 고민해봤다.
날 집에서 내보내려고 하는 사람.. 진정한 비선실세..
한 사람이 떠올랐다. 저 두놈을 수족처럼 부리는.
집 안의 진정한 권력자..
.... 엄마??
하아... 진지하게 이 분 유튜브 채널 구독할까...
하고 고민하는 거 저 밖에 없는 거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