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정신차려!!!
제발!!! 돈키!! 동키!!! 누나!!!
이러다 우리 다 죽어!!!
아니 그거 아냐!!!
그거 아니라고!!!
그ㄱ...
앗!
베르길리우스!!!!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모를 때
지금이 바로 그때 입니다!!!
베길수형 우리 지금 앞이 안보여!!!
모든 수감자들이 간악한 호엔하임의 간계에 속아서 전멸 하였고
부활을 돌리기에도 빠듯한 찰나에 등장하여 워더링 하이츠 때 처럼 무력을 과시함과 동시에
폭주한 돈키호테를 제압하였다.
급하게 달려온 탓인지 복장이 흐트러진 상태의 베르길리우스 였지만
지금 이 상황에선 그 무엇보다 든든해 보이는 모습으로 그는 이번 일에 대해 딱히 적개심을 보이지 않았다.
사실 솔찍히 따지면 그냥 호엔하임 팔면 그만이기도 했다.
돈키호테를 제압한 것으로 본분을 다했다 생각했는지 다시 자리를 뜨는 베르길리우스
카론과 다과회를 즐기다 심상치 않은 기운에 급히 뛰어왔을걸 생각하니 조금 안쓰럽다.
물론 곤죽이 된 수감자들의 상태를 원상태로 복구해야 되는 나 자신은 더 안쓰러웠지만.
최고시속으로 엑셀을 밟는 60톤 트럭에 치여도 그거보단 건사 할 지경이였던 돈키호테.

그녀를 다시 복구 하면서 로시난테를 발에 신겨준 후 아까 전 있었던 폭주에 대해 물어보지만
그녀는 그때 당시의 기억이 아예 완전히 날라가버린 듯 했다.
다만
지독한 허기와 갈증
찐득하게 풍기는 혈향 가득한 아우성
그래 그것은 전부 라만차랜드에서 목마름에 허덕이던 그녀의 혈족들의 외침이였다.
이미 죽어 쓰러져간 이들이 어떻게 목소리를 낼 수 있나 묻는 지극히 상식적인 싱클레어의 의문이나
단순한 인간이 아닌 혈귀의 생태에 대해선 우리도 딱히 아는바가 적었다.
돈키호테는 그저 말했다.
혈귀로서의 막중한 책임감 같은걸 말하는게 아니라 피로 이어진 운명에 결속 되어버렸다고
살아있을 적에도 애타던 갈증을 죽어서 조차 놓치 못하는 그녀의 가족들
본인의 갈증을 넘어선 수많은 혈귀들의 갈증의 파도 아래 자아가 삼켜진 그녀는 아까전 격리실에서 처럼 폭주하게 되었고
혈귀의 본능만 남았기에 사람의 피를 탐하려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말한다.
다만, 지금 그녀가 태연하게 나마 우리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이유는 역시 그녀의 발에 신겨진 로시난테 덕분이겠지.
이 새끼가 사고 쳐놓고 지 할 말한 하네.
거 '미안합니다' 5글자 말하는게 그렇게 어렵나.
눈치 좀 챙겨 시발.
시발!!!!!!!!!!!!!
안그래도 심란한 그녀에게 끝까지 속을 박박 긁어대는 언사로 대하는 호엔하임.
이새끼 걍 내 대가리로 박아버릴까?
피를 마시는 걸 참는다는게 돈키호테에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른다 쳐도
허황 된 고집이 아닌 그녀가 어버이와 약속한 맹세의 지표라는 사실이 보고서 너머로 전달 되지 못한 걸까?
그렇다고 해도 저놈의 주둥아리는 진짜 꼬집어 버리고 싶다
...옘병
타인의 심란함을 그저 몇줄의 데이터 정도로 여기는 저 자세가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끝까지 자기 생각을 타인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말하는 호엔하임이 무척이나 마음에 안든다.
저놈의 척추 내가 언젠가 잡아 펴준다.
라만차랜드에 진입하기 전에 우리에게 정보를 전달 해주던 그녀
애즈라와 모제스를 말하는것 같다.
여튼 이번 일과 그 두 사람 중 모제스가 말하는 내용을 조합해서 정리하자면.
...한 사람의 꿈을 짊어지는 것 만으로도 힘들 그녀에게
혈귀라는 존재 하나만으로 가족들 전체의 소망을 부양해야만 하는 의미룰 짊어졌다고 말하는 호엔하임
그러나 혈귀로서의 정체성을 따라가길 원하지 않던 돈키호테가 로시난테를 통해 잘 억제해 왔지만
한번 구속이 풀려남으로 억제된 갈망등이 터져나와 이번 같은 사태를 불러왔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혈액을 섭취하는 것은 단순히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을 넘어 그녀의 자아, 정체성을 보존을 하는 문제였기에
순순히 받아 들이기로 한다.
다만, 모든 것에는 끝이 있기에 부디 모든 모험을 끝내고 그녀의 어버이에게 했던 것 처럼
누군가에게 자신의 모험담을 들려줄 시간이 왔으면 좋겠다고 작게나마 중얼거린다.
...그게 좋은거 맞냐?
옘병하임.
...아오씨 저 미친 중년 연구자 새끼
생긴거 부터가 관상이 아주 그냥 모태솔로 새끼일꺼 같네.
엿이나 처먹어
따지고 보면 사고지만, 결국 그 사고도 인재로 인한 사고였다.
그래도 수감자들 사이의 정은 변치 않는다고
히스클리프가 먼저 그녀의 마음을 두둔한다.
진심으로 생각해주는 말에 조금이나마 위안을 삼는 돈키호테
...엇?
어어어어???
어... 음...
상황에 맞지 않는 갑작스러운 양심고백.
그녀가 묻는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는 있지만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아
그저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언젠가 터놓고 말해줘야 하는 문제지만.
심란한 상태의 그녀에게 말해주기엔 또 상처 받을 수 있는 일이라 말 할 수 없다 라고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며 나는 태연자약 한 척 해야 했다.
정말로 얄량한 위선이다 생각하니 속이 쓰리다.
솔찍히 말해서 이게 맞나 싶을 만큼 내 안의 양심이 말한다.
'정말로 이게 맞는걸까?'
양심은 이래서는 안된다고 말하지만
이성은 파우스트의 선택이 옳다고 말한다.
어느쪽으로 따라야 할지는... 알고는 있지만
그렇기에 나는 양심 대신 이성을 선택한 것이겠지.
사탕.. 아니 차는 잘 마시고 왔는지 궁금해지는 베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