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스자쿠 당주대행님."
"........."
"스자쿠!"
"어, 왔어?"
타카무네 히무라의 부름에
그제야 대답한
반 스자쿠 코가 닌자 가문 당주대행이었다.
그는
잇토키와
완
그리고 미에 코세츠가
그들에게 온
그날 이후로
멍하니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지금
코우가 홀딩스 그룹이 당면한 사안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까지
사쿠라바 잇토키가 박살낸
전자공장 재건 부분과
코가 고속도로 휴게소 리모델링 작업,
쿠릴 열도에 있는
코가 닌자 가문이 소유한
무인도 처리방안도 처리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도 잊고 있었다.
책상에는
계약서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1000억 엔.
계약서에 적힌 다른 글자들은
보이지도 않는다.
그것 하나만이
두 사람의 눈에 들어왔다.
이게 진짜
우리가
이가 닌자 가문 19대 당주인
사쿠라바 잇토키와 계약한 내용이 맞나 싶었다.
저절로 몸이 떨려 왔다.
상식을 불허하는
천문학적인 액수였다.
이런 계약서에
겁도 없이 서명했다니.
차라리 꿈이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당주 대행님......
죄송합니다.
제가 못나서......"
"됐어.
그만해."
타카무네 히무라의 자괴섞인 사죄에
반 스자쿠는
낯이 붉어졌다.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이었으니.....
코가 닌자 가문의 차기 하늘은 커녕,
알고 보니
자신은
우물 안 개구리에 지나지 않았다
꿈이라고 ja위한들,
계약서는 떡 하니 자라하고 있었다.
부정해 봤자 의미는 없다.
계약을 지키지 않으면
잇토키 그 소년이
무슨 짓을 할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계약서보다
반 스자쿠를 힘들게 하는 것은
그 때
잇토키와의 대결의 결과였다.
"내가
코쿠텐 인술학원에서는
우습게 봤던
잇토키 그 친구에게 개처럼 두들겨 맞다니!"
반 스자쿠의 자조적인 한탄에
타카무네 히무라는
진짜 깊이 자책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저렇게 자책하는
반 스자쿠에게
원래는
1000억엔도 넘었지만,
개평이랍시고 깎아주었다는 말까지 하면
진짜
반 스자쿠는
자신감을 완전히 잃어버릴 것 같아서
그 부분만은 함구했다.
"그래, 무슨 일이야?"
"그.......
사쿠라바 잇토키 이가 닌자 가문 당주께서
코가 닌자 가문 일족들 중
이번에 새로 뽑힌 친구들을
좀 불러달라고....."
잇토키의 요구를 듣자,
반 스자쿠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절로 흘러나왔다.
이번에 새로 뽑힌
코가 닌자 가문의 가신들을 불러달라는
정중한 요구처럼 보이나,
실상은 통보였다.
자신은 나서지 않고,
코가 닌자 가문의 당주대행인
반 스자쿠의 이름을 팔려는
의도였다.
진짜
반 스자쿠로서는 기가 차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이
언제 이런 푸대접을 받아 보았던가.
말 그대로
코가 닌자 당주를 이어받을
차기 유망주로서
그를 따르는 친구들에게는
지고무상급의 대접을 받아왔는데
이제는
잇토키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지금까지 누렸던
모든 것들이
다 허공으로 날아갈 판이었다.
그동안
뒤로 호박씨 깠다면서
손가락질받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그것도 모자라서
계약서에 저당을 잡힌
아니
돈을 안 주면 차압을 당할
맨 처음 매물은
바로
코우가 홀딩스 그룹 전체였다.
다시 말해서
지금 상황은
코우가 홀딩스 그룹 간부 전원이 허락하거나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당주대행이 맘대로
천문학적인 빚을 졌다는 뜻이 되었다.
사실이 알려져 봐라.
코가 닌자 가문 일족들과
가신들 전원이
당주대행인
반 스자쿠를 어떻게 바라보겠는가?
이건
빼도 박도 못할 외통수였다.
그 사실이 알려지기 싫은
반 스자쿠의 조치는 빨랐다.
아직 아침 해도 뜨지 않은
꼭두새벽
코우가 홀딩스 그룹 본사 회의실
그것도
대회의실에
코가 닌자 가문 가신들 전원이 모였다.
탁상을 반으로 나눠서
상석을 비워 두었다.
그런데도
이가 닌자 당주 자격으로 온
사쿠라바 잇토키는
그 상석에 앉지 않고
당연히
코가 닌자 당주대행인 반 스자쿠에게 양보했다.
어떻게 보자면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초탈함을 칭송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로
진짜 겸손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잇토키에게 개처럼 처맞은
반 스자쿠는
진짜 기가 차서
한 방 쏘아주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아마 이 자리에서 대놓고
비 오는 날 먼지나듯이 두들겨 맞을 것 같아서
속으로만 욕설을 퍼붓기만 했지
아무 말도 못하고
딱딱한 얼굴을 하고 있기만 했다.
그리고
그런 반 스자쿠를 바라보던
잇토키는
피식 웃은 뒤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을 바라보자
곧바로
딱 봐도
잘 자고 있다가 억지로 끌려나온 것 마냥
불퉁거리던
누군가가
"저희들을.......
이 꼭두새벽에
왜 오라고 하신 건지....."
라고 하자
잇토키는
반 스자쿠를 바라보면서
"아무래도
코가 닌자 가문의 당주대행이신 분을
번거롭게 하기도 그러니
의형제로서 맺어진
내가 직접 이야기하려고 하는데
그래도 괜찮지?
반 스자쿠 코가 닌자 가문 당주대행."
"아무렴, 어서 해."
대인배의 품격을 보이는
반 스자쿠 당주대행의 도량에
반 스자쿠가
어떤 인물인지 아는
과거 반 호센을 따르던
온건파 가신들은 혀를 찼다.
저럴 친구가 아님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데
태연히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다, 라고
가식을 떨었다.
"사실
요즘 코우가 홀딩스 재정 부분이
꽤 힘든 것 같아서
이참에
희토류 개발 부분에도
참여해보는 것이 어떨까 해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마침
코우가 홀딩스 그룹이 관할하는 지역 중에
꽤 가능성이 큰
희토류 매장 지역이
있는 것으로 파악이 되었거든요."
"희토류?
희토류가 매장된 곳이 있다는 말인가요?"
"사실
미노베 코가 전 당주대행이
그들과 손잡은 이유가
아니
그들이
그 미노베 코가에게 손을 내민 근본적인 연유가
바로 그겁니다.
잠재적인 측정치지만
지금 중국 전체에 묻혀있는
희토류와 맞먹을 정도의 양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으니까 말이지요."
잇토키의
그 말에
그 회의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눈동자가
피로감에 찌든 눈빛에서
순식간에
샛별 저리가라 급으로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중국 전역에서 캘 수 있는 희토류와 맞먹을 양이
지금 잇토키가 이야기하고 있는
그 곳에
한꺼번에 매장되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그들이
미노베 코가와 손을 잡는 모험을 하고도 남지 않았을까?
그 정도면
전 세계 경제를 뒤흔들 수준일 테니까.
"희토류 개발을 위한 용역이 필요하니,
이 방에 계신
모든 분들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당연히
개발 부분에 대한 기술 전수는
저희 쪽이 맡을 겁니다.
개발되면
일 할은
코가 닌자 가문의 몫이 될 겁니다.
참고로
저와 이가 닌자 가문은 육 할이고,
나머지는
코우가 홀딩스 그룹 몫이고요."
".......?"
이건 너무하는 거 아닌가?
개발을 하는 것은
순전히
코우가 홀딩스 그룹과
코가 닌자 가문이었다.
그런데
아무 것도 투자하지 않고
기술만 전수해 준
이가 닌자 가문과
사쿠라비 잇토키 그 소년이
이득의 육 할을 날로 드신단다.
그런데도
계약을 했다고?
자신들이
꼭두새벽에 급히 오느라
잠이 덜 깨서
헛소리나 환청을 들은 것이 아니라면
이런 불공정 계약(?)에 대해서
당연히
코가 닌자 가문 당주대행인
반 스자쿠는
사쿠라바 잇토키
이가 닌자 가문 당주에게 따져야 하는 것이
마땅했다.
"당주.....대행님.
사실입니까?"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그 반 스자쿠가
이렇게나 욕심이 없다고?
타카미네 엔비와
그의 아들인
타카미네 히무라도
반발을 하기는 커녕
미소를 지으면서
사쿠라바 잇토키가 쳐다볼 때마다
먼 하늘만 보고 있었다.
나는 아무 것도 듣지 않았다는
방관자적 태도였다.
"그리고
희토류 채굴 뒤
판매 부분은
제가 잘 아는 곳이 있으니까
제값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수송 부분도
뭐 그쪽에서 알아서 잘 해주실 걸로 믿지요.
이건
코가 닌자 가문 당주대행의 허락을 받은 사항이기도 하고 말이지요.
그렇지요?
"이가 닌자 가문에서도
우리 코가 닌자 가문과
코우가 홀딩스 그룹의 발전을 원하고 있으니까,
여기 계신 분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성심성의것 도와주기를 바랍니다."
반 스자쿠 당주대행의 인자함에
회의실 안에 모여 있던
코가 닌자 가문의
가신들 전원은
할 말을 잃었다.
이쯤 되면
저 중원의 부처님께서
갑자기
코가 닌자 가문
그것도
반 스자쿠 본인에게 현신한 거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득을 따져봐도
모든 상업적 활동에
오 할 이상을
이가 닌자 당주인
사쿠라바 잇토키와
이가 닌자 가문이 먹고 있었다.
이쯤 되면
고생은
너희들이 하고,
이득은
내가 다 챙기겠다는 심보였다.
그런데도
반 스자쿠 당주대행은
허허실실,
생각없이 대답하고 있었다.
그런
반 스자쿠의 모습에
뭐라고 따지려고 하는 순간!
사쿠라바 잇토키는
오해하지 말라는 모습으로
"그리고
뭔가 오해를 하시는 것 같은데,
희토류 개발 부분과
판매 부분
그리고
이득 분배 부분은
내가 아니고
반 스자쿠 코가 닌자 가문 당주대행이
먼저 제안을 한 겁니다."
".............?"
회의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고개가
순식간에
휙! 하고
반 스자쿠 당주대행에게 꽃혔다.
어떤 호구가
이딴 계약을 할까?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그 호구가
바로
자신들의 당주대행인
반 스자쿠였다.
저 반 스자쿠를
예전처럼 대하진 않더라도
자신들의 당주대행이
호구면......
자신들은
뭐가 되냔 말이다.
윽!
반 스자쿠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사전에 협상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사쿠라바 잇토키의
뒷끝과 물욕이
자신의 상상 그 이상으로 대단했다.
"천억."
잇토키가
넌저시 혼잣말을 했다.
누가 듣기를 바라지 않지만,
듣겠다면 말리지 않았다.
"제가 제안한 것이 맞습니다.
이대로 있으면
코우가 홀딩스 그룹 자체가 흔들릴 수 있으니까요.
그 부분을 외면할 수 없지요.
코가 지역과
코우가 홀딩스 그룹의 발전을 위해서
전폭적인 협력을 부탁드립니다."
계약서를 줄줄 읊을까
고민을 했지만
반 스자쿠가 반 박자 빨랐다.
계약의 전말을
절대로 알려 줄 수 없다는 단호함이 엿보였다.
이런 속도전은
대결에서도 본 적이 없을 만큼
빨랐다.
그리고
그런 반 스자쿠의 모습을 보던
회의실에 있던
코가 닌자 가문의 가신들의
머리 속을 스치는 생각들은........
'우리가 알던
그 친구가 아니다!'
'혹시.....
귀신에 씌인 거 아냐?
'저런 친구가
무슨 당주대행이야?'
'무협영화에서나 나오는
입마로 인한 탈선이 아니고서야!'
가신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당주대행의 권위로 찍어 내릴 때는
분명히
반 스자쿠 본인이 맞는데,
내용을 들어보면
진짜 구질구질했다.
이렇게나 불평등한
호구 계약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말을 듣지 않으면
당주대행의 직명을 내릴 기세라서
따져 물은들
물 건너간 상황이었다.
가주들은
불만을 속으로 삭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못한다는 자괴감에
점점 얼굴이 썩어갔고,
그런 그들을
바라보던
반 스자쿠도 그들처럼 얼굴이 썩어갔지만
그래도
그 계약이 알려지는 것보다는
낫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나마 위안이 되었고
그런
그들의 모습을
멍한 모습으로 바라보던
잇토키를 따라서
회의실로 들어온
모리야마 코조와
미에 코세츠
그리고 완은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참느라
있는 힘을 다 해야 했다.
특히
모리야마 코조는
지금까지
저 코가 닌자 가문에게 받은
수모와 치욕을
단번에 날려버리는
통쾌한 한 방을 날린
사쿠라바 잇토키 당주를
진심으로 존경한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진짜
자신들의 전 당주였던
사쿠라바 유미카와
전전 당주였던
사쿠라바 히데토키 두 분이
진짜 자랑스럽게 생각할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점점 뿌듯해지는 기분에
온 몸이 날아갈 듯 했고
그런 기분은
미에 코세츠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https://cohabe.com/sisa/4407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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