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은 상대보다 집이 많으면 이기는 게임이다.
그 많다는 거에 반집.
그러니까 0.5집도 포함 된다.
그런데 옛날까지만 해도 이 0.5집.
반집 승부는 인간의 영역이 아니었다.
어지간하게 치열하게 두지 않는 이상 0.5집 차이가 나기 힘들기 때문에
최강급 기사들 사이에서 0.5집은 말 그대로 종이한장 차이의 명승부로 취급 되었다.
하늘이 점지해준 바둑?
뭐 그런 느낌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한 바둑 기사가 등장하는데...
바둑계 전체: 아오. 0.5집 차이로 아깝게 졌네. 진짜 비등비등한 명승부로군!
...
바둑계 전체: 조그만 더 하면 쟤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너도 반집패.
너도 반집패.
여기도 반집패.
저기도 반집패.
또 반집패
또또 반집패.
또또또또 반집패.
유독 특정 기사가 반집승을 엄청나게 쏟아내기 시작.
바둑계 전체: 뭐여. 이게.
이창호: 응 너 반집패.
이창호가 끝내기의 영역을 개척함으로서
바둑계 패러다임을 바꿔버림.
바둑을 시작부터 끝까지
전부 집계산을 때려 버리는 신메타로
하늘의 영역이라던 반집 승부를 인간의 영역으로 끌고 와버림.
물론 단순히 끝내기 영역만 개척한 게 아니라
16년 동안 이창호의 뇌지컬이 쇠할 때 까지 세계 바둑 자체가 이 남자의 손에 의해 학살당함
이창호의 전략은 지극히 단순했는데
줄건 주고 지킬건 지키는 철저한 실리 바둑형이었다.
초창기 알파고에서 이창호 느낌이 났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아무튼 이런 계산 바둑은 가뜩이나 머리를 많이 쓰는 바둑의 뇌지컬을 극한까지 사용하게 만드는 거라
이창호의 등장이후
40~50대 였던 바둑 기사들의 전성기가
20대 후반으로 극단적으로 주는 현상도 발생함.
스포츠에서 에이징 커브 오는 거랑 비슷한 나이대가 되어버린 것
참고로 현대 바둑에서는
바둑계를 격변 시키는 세 번의 신메타가 있었는데
현대 바둑의 시작이라는 오청원의 신포석
인간 바둑의 완성인 이창호의 끝내기
인간의 영역 그 너머의 알파고의 등장
이 세 개가 있다.
계산의 극한 = 컴퓨터
"뭐 상대가 원하는거 다 해줘도 어쨌던 이기면 되는거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