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 관심병사 인턴 어쩌면 좋냐 ㅅㅂ...

입사하고 첫 주에는 얘 평판이 정말 좋았음.

굉장히 열심히 하려는 티를 팍팍 냈고 찐빠가 좀 있었지만

그건 인턴이니까 당연한 일이고 가르치면 되겠지 정도로 넘어갔음.

그런데 2주차쯤 들어가니까 팀원들 사이에서 조금씩 말이 나오기 시작함.

얘 좀 이상하다고.

그러다가 팀 막내가 나랑 잠깐 이야기하자고 부르길래 갔더니

'차장님, 혹시 쟤한테 보고서 쓰라고 하셨습니까?' 라고 묻더라고.

당연하지만 출근 열흘째 되는 애한테 그런걸 시키진 않았음.

기본업무 중에 하나니까 누가 시킨 일 없으면 보고 연습해보라고 샘플 몇개 보내준게 다였음.

이 이야기를 해주고 그런데 그걸 왜 묻냐고 다시 물었더니...

걔가 자기랑 비품들 들어온거 확인하고 정리하자고 했더니 내가 보고서 쓰라고 했기 때문에 안된다고 답했고

막내는 내가 그런거 안시켰을텐데? 하면서 일단 그냥 두고 나한테 물어보러 왔던거.

난 아직 모를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인턴을 직접 불러서 내가 너한테 준건 말 그대로 연습이고 우선순위가 낮다.

나는 너한테 니가 책임져야 될 일을 완성시켜 오라고 지시할 정도로 답 없는 사람 아니다.

같은 팀이지만 처리하는 일의 영역이 달라서 내가 너한테 직접 지시할 것도 없을거고

다른 팀원들이 너한테 시키는 일이 있으면 그걸 우선해라.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어떤 일을 우선할 건지 판단하는 것도 능력이다 등등 이야기를 좋게 해줬음.

보름쯤 지나니까 이제 다른 팀원이 나하고 이야기를 좀 하자고 옴.

인턴 이야기를 하면서 자기가 시킨 일을 제대로 안한다고 그러면서

'너 지금 배워야 하는 단계 아니냐, 왜 지시한 대로 안하고 일을 네 멋대로 판단해서 편하게 하냐,

혹시 내가 시킨 업무 하기 싫냐?' 고 자기가 물었는데

'네 전 OO업무엔 별로 관심이 없고 유메 차장님이 하시는 그런 일 하고 싶습니다.'라고 답했다고 함.

당연히 얘는 벙쪄서 나한테 상담하러 왔던 거였고.

그제서야 난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팀원들을 다 불러서 의논을 했음.

우리 팀 사람들이 참 착한게 그래도 어쨌든 인턴으로 왔고 채용까진 할 생각 없지만

그래도 얘 있는 동안 뭐라도 배우고 다른 곳에서 자기 밥벌이는 해야 되지 않겠냐 하면서

그나마 얘가 관심 있어하는 일의 보조라도 시키자... 고 결론을 냄.

덕분에 내 맞후임이 얘를 관심병사 다루듯이 관찰하게 되었고

맞후임이 정말 간단한 자료를 하나 찾아서 정리해오라고 지시를 했음.

30분 있다가 난 얘가 쌍욕하는걸 처음 들었음.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보여주는 서류엔 챗GPT 돌린 다음에 부제목으로 [팩트 확인 필요]라고 적어왔더라.

이번엔 내가 한시간을 잡고 타일렀고 왜 그러면 안되는지 나름 정말 차분하게 설명을 했음.

그리고 다른 팀원들한테 내가 쟤 기초부터 가르칠테니 오늘 하루는 그냥 쟤한테 아무것도 시키지 말고 두라고 했고

알고 나면 간단하지만 처음 해보면 헤맬 수밖에 없는 일을 '아무에게도 묻지 않고' 'AI 돌리지 말고'

네 스스로 찾아서 해결한 다음에 나한테 보고하라고 지시를 했음.

그 지시를 한 후에 나는 화장실에 다녀와서 다시 자리로 들어가는데

인턴이 (아마도) 다른 부서 사람을 잡고 이거 어떻게 해야 되냐고 전화로 묻고 있는 꼬라지를 봤음.

당연히 모르면 물어봐도 되지.

그런데 이건 진짜 내가 말했던 대로 그 과정에서 헤매보면서 어떻게 하는지 기초지식을 쌓아보라는 교육 차원이었고

그래서 내가 굳이 남한테 묻지 말고 너 스스로 자료 찾아서 정리하라고 했던 일인데

그걸 자기 편하겠다고 그런건지 아니면 자기도 팀 내에서 분위기 안좋다는거 느껴서

어떻게든 좀 잘해보려고 그랬던건진 모르겠지만 전화해서 다른 사람한테 묻고 있는거 보니까 진짜 석나갈것 같더라.

그 꼴을 보면서도 쌍욕까진 안한 나의 자제심 칭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