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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프로젝트 4 월드 그레이트 게임 (377)


39 의무전대(36th Medical Group) 병원.
요코스카 주일미군사령부 해군기지.
요코스카
삐, 삐, 삐, 삐.
주기적인 비프음이 감각에 들어왔다.
시각과는 달리
언제나 열려 있는 청각이
가장 먼저 그 소리를 포착했다.
소년은 잠에서 깨어났다.
정확히 말하면
의식을 되찾았다.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비프음,
소년의 몸에 덮여 있는
부드러운 리넨천의 느낌,
그의 얼굴을 스치는
딱 좋은 온도와 습도의 공기를 통해
그는 자신이
마지막으로 인식했던 장소와는
다른 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그 소년은 눈을 바로 뜨지 않았다.
그 소년의 오랜 버릇에 따라,
그대로 눈을 감고,
청각과 다른 감각을 통해 현재 상황을 파악하려 했다.
은은하게 풍겨 오는 향기,
크레졸과 포름알데히드의 향,
거기에 미세하게 섞인
라벤더 향이 느껴졌다.
청각이 천천히 제 기능을 찾아가면서,
비프음 이외에
다른 소리도 들려왔다.
은은하게 깔리는 음악 소리,
그리고
에어컨이 가동되는 기분 좋은 소음이
비프음과 섞여 소년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소년은
그때서야 확신했다.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장소가 아니라는 것을.
소년은 눈을 뜨고 싶은 욕망을 느꼈다.
하지만 눈을 뜨지는 않았다.
그렇게 눈을 감고서,
자신이 기억하는 마지막 장면을 다시 떠올렸다.
눈.
자신을 바라보는 여자의 눈.
그게 소년이 바라보던 마지막 장면이었다.
그 눈을 떠올리고 있는 소년의 감각에
새로운 소리가 포착되었다.
발소리.
소년은
눈을 감고 있었지만,
그 발소리가
자신을 향해 다가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
열린 문 안으로 들어오는 소리.
소년은
궁금증과 욕망을 이겨 내지 못했다.
천천히 눈을 떴다.
가장 먼저 밝은 빛이
그의 눈을 자극했다.
하지만
소년은 다시 눈을 감지 않았다.
오랜만에 보는 빛에 적응한 눈이
사물을 판별하기 시작했다.
초점이 맞아 가면서 흐릿하던 사물의 선이
천천히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초점을 맞춘
그 소년의 시야에
두 여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물을 갈아 왔는지,
기모노를 입고 있는
한 여자는 화병에 꽃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여자
아니
자신과 비슷한 연령으로 보이는
교복 차림의 소녀는
그런 그녀를 보좌하듯이
곁에 있었다.
누워 있던 소년은
말없이
그런 두 여자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뒷모습이 현실인지,
아니면
환각인지 확신하지 못한 채로
두 여자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예전에 보아왔던
자신의 어머니와
그녀가 같이 있었을 때처럼.......
여자는
화병에 꽃을 전부 옮겨 담고 나서야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녀 옆에 있던
소녀도 같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소년을 알아챘다.
두 여자의 얼굴에 놀라움이 떠올랐다.
두 여자는
그렇게 놀란 얼굴을 하고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서
한참 동안
그 소년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몇 분이 흐르고,
두 여자는
천천히 한 걸음씩 소년을 향해 다가왔다.
조심스럽게,
마치 조금만 급하게 움직이면 사라져 버리는 신기루에 다가가는 것처럼.
그렇게
천천히 한 걸음씩 다가와
소년이 누워 있는 침대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여자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 소년의 뺨에 조심스럽게 손을 가져다 댔다.
손을 타고
그 소년의 온기가 흘러 들어왔다.
“나를 알아볼 수 있어?”
두 여자가,
완과 미에 코세츠가 동시에 물었다.
“그래요. 알아볼 수 있어요.”
소년이,
사쿠라바 잇토키가 말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코가 닌자 가문의 합법적인 사업체인
코우가 홀딩스 그룹은
지금까지
이가 닌자 가문과
다른 닌자 가문에게 저지른 죄에 대한
뼈아픈 댓가를 치르게 되었으니.......
일본
코우가 홀딩스 그룹 본사
당주 집무실 안은
팔자에 없는 술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 술판의 주인공은
바로
지금 코가 닌자 가문 당주 대행을 맡고 있는
반 스자쿠와
그를 보좌하는
타카미네 히무라였는데
평소의 단정한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술에 얼큰하게 취한 상태로
서로 푸념이나 주고받고 있는 도중
결국
욱 하는 것을 참지 못한
타카미네 히무라가
"지금까지
그 사쿠라바 잇토키
그 새끼가 저지른 깽판을
다 책임지려면
진짜......
코우가 홀딩스 그룹을
통째로 매각해도 모자랄 수 있단 말입니다!
앞으로 닥칠
피해보상은 둘째치고라도
민사소송도 모자라서
지금
우리를 잡아먹으려고
단단히 벼르는
보험회사쪽에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합니까?
진짜 너무 하는 거 아닙니까!
그냥
정부고 나발이고 간에
그냥!
미친 척 하고
확 들이받아버리지요!"
라고 술주정을 부리는 것과
동시에
코가 닌자 가문
당주 집무실의 문이 열리면서
"들이받기는 뭘 들이받아?"
라고
누군가가 퉁명스럽게
입을 열고
누가 감히
이 코가 닌자 가문 당주 집무실에
막 들어와서
그렇게 대놓고
툴툴거리나 하는지
그 간덩이가 부은 놈이 누군가 하는
화가 난 모습으로 쳐다보던
타카미네 히무라는
곧바로
화가 난 모습에서
순식간에
꼭 죄지은 사람마냥 눈동자를 굴리고
그런
그 모습을 보던
반 스자쿠는
곧바로
그 뒤에서
코쿠덴 인술학원 교복 차림으로
들어오는
사쿠라바 잇토키와

그리고
미에 코세츠의 모습을 보고는
드디어 올게 왔구나 하는
기운이 쭉 빠진 얼굴로
당주 집무실 책상 앞의 소파에 앉으라고
손짓하고
잇토키와
다른 두 사람이 앉자
소파 상석에 앉은
반 스자쿠와
그 옆에서
반 스자쿠를 호위하듯이 서게 된
타카미네 히무라는
잇토키와 같이 들어온
완의 모습이
생전
잇토키의 어머니인
사쿠라바 유미카
그 분과
진짜 쌍동이처럼 닮은 모습에
잠시 동안
혼란이 오는 것 마냥
고개를 흔들다가
잇토키의 헛기침 소리에
다시 정신을 차리고
그런 그들을
다정한 눈으로 바라보던
잇토키는
말없이
탁자에 있던
맥주와 소츄를 들더니
두 개의 잔에
한국식 폭탄주
그것도
한국 경찰 광수대 베테랑 반장이 말아 주는 식으로
술을 말더니
어디서
이런 방법을 아냐는 식으로
쳐다보는
반 스자쿠를 보면서
"예전에
내가 독립요원을 하던 중
일본 경찰로 가장해서
한국 경찰과 공조수사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나와 공조 수사를 하시던
그 한국 경찰 광수대 반장님이
이런 식으로 술을 말아 주신 적이 있어.
이렇게 하면
술이 많이 들어가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별로 들어가는 술이 없어서
경찰들 회식할 때
신참들에게
일부러 이런 식으로 술을 말아준다고 하더라고.
이렇게 하면
고참들이
신참들을 골탕먹이려는 것을
사전에 차단해 준다고 하셨거든."
라고 말하면서
두 잔 중에
한 잔을
반 스자쿠에게 주고
남은 잔을
단숨에 들이키더니
입맛을 다시면서
"내거 너랑
코쿠텐 인술학원에서 한 6개월 정도 있었나?
사실
너도 내가 많이 불편해서
니 패거리들을 동원해서
이리 저리 이지매도 시키고
막 괴롭혔지만
나도
사실
성질 죽이느라 고생했어.
오죽하면
성질 죽이기 위해서
너에게 일부러 맞아주기까지 했잖아?
솔직히
그 훈련장에서
다 죽여버릴 수도 있었지만
나는 적어도 임무를 수행하지 않을 때는
평범한 민간인에게는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원칙을 준수하면서 사니까 말이야."
라고 말하면서
멍한 모습으로
말없이 잔만 들고 있는
반 스자쿠를 바라보더니
피식 웃으면서
"원래 적보다 더 무서운 것이
아군인 법이야.
사실
지금까지
너희 코가 닌자 가문이 저지른
그 다른 닌자 가문을 습격한 일은
어떻게든
무마가 가능하겠지만
그..........
미노베 키도가
그.......와 협력해서 저지른
모든 일들은
아무래도
일본 정계
그것도
야당 쪽에서 냄새를 맡은 것 같아.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 세 분에게 부탁을 해서
야당 쪽 정치가들 중
그 부분을 파헤치려는 놈들을
전부 다
의원 배지를 뺏어버리겠다는 식으로
강압적인 조치를 취했거든.
그거
진짜 정치적으로도 엄청난 모험이야.
삼인위를 드러낼 수도 있는 일이라서
가급적이면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잘 수습되고 있어."
라고 말한 뒤
말없이
옆에 있던
미에 코세츠에게 말없이 손을 내밀자
곧바로
그녀는
들고 온 서류가방에서
서류 뭉치를 꺼낸 뒤
들고 있던 잔을
단숨에 비운 뒤
이게 뭐냐고 묻는 듯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반 스자쿠 옆에 서 있던
타카미네 히무라에게
그 서류뭉치를 건내고
히무라가
그 서류뭉치를 받는 순간
반 스자쿠의 귀에
잇토키의 말이 들려오기 시작했으니
"내가
그 쿠도 신이치(올림푸스)와 딜을 봤는데
방금 말한
그 문제
처리 부분까지 합쳐서 말이야.....
사실
그 친구가
전에 너에게 이야기한대로 하면
코우가 홀딩스 그룹 전체가 기둥뿌리까지 뽑힐 가능성도 있고 해서
방금 이야기한
그 문제 부분에
내가 부숴버린
그 코가 고속도로 휴개소 부분과
코우가 홀딩스 전자제품 공장 건
그리고
그 우리 쪽에서
아작을 낸
쿠릴 열도의
너희 코가 가문의 그 섬은
그냥 미국과 영국
그리고
일본 정부 차원에서 처리를 하기로 했지.
그 대신
우리 이가 닌자 가문과
사이가슈 닌자 가문에 입힌 손실 부분은
그래도 정산을 받아야 될 것 같아서
그냥 간단하게
그 부분에 대한 보상 부분을
지금 이가 닌자 가문 당주의 자격으로
공식적인
계약서로 만들어서 가져온 거야.
간단하게 말하자면
우리 쪽과 사이가슈 쪽 부분의 피해 비용이
260억 엔이야.
그 서류에 사인만 하면 돼."
".........?"
반 스자쿠는
그 말에
지금까지 마신 술이 다 확 깨는 듯한
기분이 들면서
동시에
말문이 막혔다.
자신이 지금
제대로 들은 게 맞는지 몰라서
서류를 확인하고 있던
타카미네 히무라를 돌아보고
방금 전까지
술주정을 하던
그 입에서
말 대신
공기만 나오는 것 마냥
입만 벌리고 있던
히무라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반 스자쿠는
기가 막히다는 듯이
사쿠라바 잇토키를 쳐다보았다.
들어오면서부터
수상한 낌새가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거하게 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래도 그렇지
260억엔이라니,
코가 고속도로 휴게소와
코우가 홀딩스 전자제품 공장을 짓고 부수고
몇 번을 해도 남는 돈이다.
이런 미친 계약서에 사인을 하라고?
부르르르!!!!
지금까지 마신
술 기운이
완전히 다 날아간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던
타카무네 히무라처럼
반 스자쿠도 동공이 흔들렸고
쌍으로 동공이 흔들리자,
잇토키는
입에 발린 말을 술술 토했다.
심적으로 궁지에 몰린 사람을
사지로 밀어넣는 화술이랄까?
"어떻게 보면
코가 닌자 가문은
인류를 멸종시키려고 한 악마와 손잡고
지금까지 꼴깝질을 했는데
겨우 이 정도로 눈감아주는 것 만으로도
진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만약
이 사실이 공론화되면
아마 코가 닌자 가문의 모든 사람들은
가롯 유다 이상의
인류의 목숨을 팔아먹은
배신자로
영원히 이름을 남기게 될 테니까."
"......그....그렇네!!"
터무니없는 액수라고 따지려고 했던
반 스자쿠의 혓바닥이
불에 덴 달팽이처럼 쪼그라들었다.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그들이 저지른 죄가 알려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진짜
인류 최악의 반역자로
영원히 낙인찍히고도 남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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