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천국 코하비닷컴
https://cohabe.com/sisa/4384618

초딩플스 사건 보고 생각난 게임피아 썰

초딩 플스보니까 생각난거지만 꽤 오래전에 게임피아라는 게임 잡지가 있었음. 


img/25/03/04/19561703c1a15a8fd.jpg


대충 게임 공략+이런저런 게임 정보+게임 번들


이런거로 유명했던 잡진데.......내가 초중등학교 다닐때 취미가 이 게임피아 모으는 거였음. 


그때도 게임을 좋아하긴 했지만 꽤 힘들게 살았던 시절인지라 집에 있는건 오래된 컴퓨터 한대였고 게임기 같은건 꿈도 못꿨음. 이 컴퓨터도 그때는 컴퓨터가 뭔가 무조건 있어야 한다는 느낌으로 산거지 게임하라고 사준건 아니었지. 이걸로 게임하다 걸리면 ㄹㅇ 죽도록 맞음ㅋㅋㅋ


그래서 대리만족으로 사던게 게임피아였음. 


그당시엔 공략집이 거의 게임 스토리를 통째로 담아두다시피해서 이걸 읽으면 내가 말로만 듣던 젤다니 마리오니 그런 게임을 정말로 플레이하는 것처럼 몰입하고 상상해볼 수 있었음.


권당 얼마였는진 기억이 잘 안나는데...대충 그때당시 한달 용돈 아껴서 모으면 1~2달에 1권은 살 수 있던거 같음. 좀 오래된 잡지는 동네 책방 아저씨가 싸게 내놓기도 했고.


정확하겐 기억 안나는데....대충 초등학교서부터 중3까지 4-5년 정도 모았던가.


근데 어느날 방학에 학원갔다가 집에 오니까 내 방에 잡지가 한권도 없더라고. 어디갔냐고 물었다가 아버지한테 니가 공부 안해서 다 가져다 버렸다고 오히려 큰소리로 욕먹었음.


그전날인가 학원에서 성적표가 나왔었는데 내 성적이 솔직히 썩 좋진 않았거든. 대충 60명 있으면 그중 한 40~50등 했던가. 진짜 운좋으면 30등 보통 40~50위권. 학교 성적도 비슷하고.. 뭐 꼴찌는 아니니까 됐지 공부 재미도 없는데 뭐 이러고 살았다만...


부모님 입장에선 아마 그게 아니었겠지. 지금은 이해가 되긴함. 부모님들도 정말 어렵게 살아오셨고 공부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셨던 분들인데 자식놈이라고 있는게 공부는 안하고 게임 잡지만 주구장창 보고 있으니 답답하셨을테지.....지금보다 게임에 대한 인식이 안 좋을때기도 하고...


근데 그때 나한테 그 잡지는 뭐라해야되나....친구들은 게임기 다 있는데 난 없고....친구네 집 가면 있는 레고도 장난감도 없고 그나마도 방학인데 놀지도 못하고 가기 싫은 학원만 몇군데 다녀와서 끝나면 밤 10시에 유일하게 마음 둘 곳이었단 말이지.


늦은 밤에 몰래 이불속에서 후레쉬 비쳐가며(밤에 안자고 잡지보면 혼나니까) 보던건데 버렸단 말에 아마 처음으로 아버지한테 소리지르고 뛰쳐나갔던거 같음.


그리고 새벽내내 동네 돌아다니면서 폐휴지 줍는 분 찾아다님. 집 앞에는 이미 없고 그분들이 가져가셨겠지 싶어서. 결국 못찾았지만...


진짜 세상 무너질거 같은 기분에 걍 길바닥에 주저앉아서 한참 울다가 어머니가 경찰이랑 찾으러 와서 집에 들어가긴 갔는데 시간이 뭐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고 정신 들고보니 방학이 끝났다더라. 걍 울다 자다 울다 자다만 반복했다는데 난 모르겠음. 집에 들어온 이후 기억은 ㄹㅇ 싹 다 날아가서 ㅋㅋ


하나 확실한건 그 이후 게임피아던 뭐건 잡지는 싹 끊었다는거? 그거 보면 잃어버린 잡지 생각나서 그 고통을 어떻게 감당이 안되더라고.


그 이후 부모님들도 이게 충격이었는지 많이 바뀌셨음. 일단 야자라던가 학원 강제로 보내던거 다 끊었고 성적 안나오면 화는 내시지만 폭력적인건 싹 없애고 가능하면 대화로 풀어보려 하시고....


 그런 부모님의 노력도 계셨고 나도 한해두해 나이먹어가면서 부모님 심정 조금씩 이해되고...부모님이랑 서로 진지하게 이거저거 털어놓고 대화하면서 지금은 큰 갈등 없이 잘 지내게 됨. 그런데도 그때 잃어버린 잡지 생각은 간혹 우울할때면 꾸준히 생각남.


이젠 내가 직장 생활하니까 개인 컴퓨터도 게임기도 다 있는데다 덕질한다고 사모은 피규어에 수년간 모은 만화책, 라노벨, 소설책이 쌓여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쉬운 추억이라 미화가 되서 더 떠오르는건지, 아니면 그만큼 상처가 커서 아직도 아물지 못한건지는 모르겠는데 걍 플스 글 보니까 문득 떠올라서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봄.


댓글
  • 조제 2025/03/04 22:56

    pc잡지 게임잡지 뉴타입 이런거 이제 안봐서 다 버렸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카이브였음 버리지말걸 ㅋㅋ

  • 극극심해어 2025/03/04 22:56

    나도 엄마가 버린 게임 시디들이 생각나는구나...

    (8KuLwx)

  • 아알호메프 2025/03/04 22:58

    번들 게임 cd들 재밌는거 많았는데 ㅋㅋㅋ

    (8KuLwx)

  • 조제 2025/03/04 22:56

    pc잡지 게임잡지 뉴타입 이런거 이제 안봐서 다 버렸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카이브였음 버리지말걸 ㅋㅋ

    (8KuLwx)

  • 아알호메프 2025/03/04 22:59

    이젠 다시 구하려고 해도 어렵지

    (8KuLwx)

  • ashiwood 2025/03/04 22:57

    저때 즈음이면 칠팔천원 정도 했을거야
    이천년대 즈음 해서 번들게임 두세개 주면서 만원 언저리 즈음 됐고...

    (8KuLwx)

  • ashiwood 2025/03/04 22:59

    게임피아는 아니긴 하지만
    https://www.gamemeca.com/magazine/?mgz=gamechamp
    예전 잡지들 몇개 풀어놓는게 있으니 심심할때 봐봐

    (8KuLwx)

  • 반다크홈 2025/03/04 22:57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았네...

    (8KuLwx)

  • 박동생 2025/03/04 22:58

    학교 다닐 때 게임잡지가 유일한 낙이어서 아직도 박스로 모아놓고 소장중임

    (8KuLwx)

(8KuLwx)

  • "따라해 보세요. 뉴 건담." [14]
  • | 2025/03/05 16:18 | 560
  • 고슬 이야기만 나오면 혈압이 존나 올라 시1발 [8]
  • | 2025/03/05 15:14 | 489
  • 역대 최악의 밸런스로 게임 폭발한 마비노기 [25]
  • | 2025/03/05 14:05 | 460
  • 동거하는 남매가 철야하는 만화.manhwa [5]
  • | 2025/03/05 12:38 | 682
  • "원신, 붕괴, 블아는 안하니?" [7]
  • | 2025/03/05 11:27 | 1159
  • 죠죠 애니보고 간 피규어샾에서 이기야!라고 말하는 여친 만화 [13]
  • | 2025/03/05 09:50 | 266
  • 트럼프 집권의 놀라운 점 [9]
  • | 2025/03/05 08:21 | 771
  • 국민의 힘 해산하면 민주 연합만으로 개헌 가능~! [3]
  • | 2025/03/05 06:04 | 1111
  • 내용물 모르게 포장해 달라고 그랬잖아요! [9]
  • | 2025/03/05 02:10 | 690
  • NG장면인데 그대로 쓴 영화 [12]
  • | 2025/03/05 00:23 | 503
  • 버튜버)아즈킥...! [6]
  • | 2025/03/04 20:38 | 673
  • 버튜버) "엄마한테 버튜버 합격했다고 말했습니다" [13]
  • | 2025/03/05 16:17 | 1082
  • 트릭컬) 클뜯) 슈로의 음모 [12]
  • | 2025/03/05 15:12 | 5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