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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프로젝트 4 월드 그레이트 게임 (367)


“Saṃsāra라는 단어의 의미를 알고 있나?”
조용히 찻잔을 입으로 가져가던 완에게
얀 베르그만이 질문을 던졌다.
“……reincarnation(환생).”
평소의
이브닝 드레스 차림과는 다르게
마치
사쿠라바 잇토키의 어머니인
사쿠라바 유미카가 입었던
옷과 똑같은
기모노 차림에
머리 모양까지
그녀와 똑같은 모습을 한
완의 대답이었다.
“중국어로는 뭐라고 하지?”
“……Lún huí(轮回:윤회).”
완의 대답을 들은
얀 베르그만은
만족스럽다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두 단어의 차이점을 알겠나?”
대답을 바라는 질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에
완은 대답하지 않았다.
설사 대답을 바라는 질문이라고 해도,
대답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런 완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얀 베르그만은
계속 말을 이었다.
“환생과 윤회,
둘 다 Saṃsāra에서 번역된 단어지.
영어로,
그리고 한자로.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같은 의미라고 볼 수는 없지.
reincarnation은
육체적 관점에서
재탄생을 의미하고,
윤회는
정신적 관점에서의 순환을 의미하지.”
완은
마치 철학과 교수라도 되는 것처럼
알 수 없는 말을 늘어놓는
얀 베르그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인도에 가 본 적이 있나?”
얀 베그르만이 다시 물었다.
완은 고개를 저었다.
“인도인들에게
윤회는 중요한 관념이지.
태어나면 필연적으로 죽고,
그렇게 죽어도 다시 태어나고,
또 죽고를 반복하면서
끝없는 삶을 산다고 믿고 있지.
그러한 순환을
그들은 Saṃsāra라고 부르지.
목적지가 없는 끝없는 헤매임.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는
환생보다는 윤회가 더 근접한 표현이 되겠군.”
“…….”
“인도인들은
그 끝없는 헤매임을 끊는 유일한 방법이 있다고 믿지.
그들의 성지인 바라나시에 가서 화장하고,
재를 갠지스강에 뿌려야 한다고,
그것만이 윤회를 끊어 낼,
다시 태어나지 않을 유일한 방법이라고
그들은 믿고 있지.”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 거죠?”
완이 물었다.
얀 베르그만이
아무런 의미 없이
저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겉도는 이야기를
계속 듣고 싶지는 않았다.
그의 말 상대가 되어 주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잇토키.
사쿠라바 잇토키.”
얀 베르그만이
사쿠라바 잇토키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완의 눈이 커졌다.
“그가
나에게 있어서
바라나시와 같은 의미라는 이야기지.
내 윤회를 끊어 줄
유일한 방법.”
얀 베르그만이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죠?”
완에 얼굴에는
감정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얀 베르그만 앞에서는
최대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겠다는 각오도 잊은 듯,
그녀의 얼굴에는
놀라움이라는 감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얀 베르그만은
그런 완의 얼굴을 보면서 생각했다.
즐겁군.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감정이
자신의 마음속에 스며드는 것을 느꼈고,
그 느낌이 즐거웠다.
“키루스 2세. 들어 본 적 있나?”
얀 베르그만이 말했다.
* * *
아케메네스 제국의 샤한샤(شاهنشاه : 왕 중의 왕)이며,
페르시아 최초의 대제국인 아케메네스(Archaemenes) 제국의 기초를 닦아
역사상 최초로 대왕(The Great.) 칭호를 받은 왕 중의 왕,
키루스 2세(Cyrus II The Great)는
열 살이 될 때까지
자신이 안샨(انشان:Anshan)의 왕인
키루스 1세와
메디아의 공주였던 만다네 사이에서 태어난 왕손이라는 신분을 모른 채,
목동들 사이에서 양을 키우며 자랐다.
외조부이자
메디아의 국왕이었던 아스티아게스가
‘외손자에게 왕좌를 빼앗긴다.’는 신탁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외조부의 살해 위협으로부터 목숨을 지키기 위해,
목동들 사이에서 양을 키우며 자랐던
키루스 2세는
마치 신탁이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성인이 되는 것과 동시에 군사를 일으켜 메디아의 수도 엑바타나를 정복하고,
외할아버지를 왕좌에서 몰아낸다.
페르시아 아케메네스 제국의 시작이었다.
왕좌를 차지한 키루스 2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사람을 찾는 것이었다.
왕손임을 모르고,
목동들 사이에서 양을 치며 자라던 어린 시절,
항상 그의 곁에 있어 주던 친구이자, 누이이며,
또한 첫사랑이었던
아르드비(Aredvi)를.
키루스 2세에게는
이미 아내가 있었다.
아케메네스 가문의 딸 카산다네(Cassandane)가 있었지만,
키루스 2세가 사랑한 유일한 여자는
아르드비뿐이었다.
두 사람 사이에
사랑의 결실인 아이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짧은 행복을 공유했지만,
그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출산 중에
아르드비가 목숨을 잃어버리게 된 것.
어미의 목숨을 대가로 태어난 사내아이는
정실(正室)인 카산다네에게 입적되었고,
사랑하는 이를 잃어버린
키루스 2세는
정복 전쟁에 몰두한다.
리디아를 정복하고,
당시 세계 최대의 도시이자
신바빌로니아의 수도였던 바빌론을 정복하면서,
서아시아 최초의 대제국의 기틀을 마련했다.
바빌론을 정복한 그날,
태어난 이후 한 번도 얼굴을 보지 못한,
아니,
보지 않은 아들이 찾아온다.
장성한 청년이 된 아들의 얼굴에서
아직도 사랑하는,
하지만 영원히 만날 수 없는 아르드비의 얼굴을 본 키루스 2세는
칼을 뽑아 들고 외친다.
저놈이다!
저놈이 아르드비를 죽였다!
아버지의 따듯한 포옹을 기대했던 아들은
겨우 목숨을 건진다.
그리고
그제야 자신의 출생의 비밀에 대해 알게 된다.
어미의 목숨을 대가로 태어난 아들,
그런 아들을 증오하는 아버지.
저주받은 인생의 시작이었다.
아비에게 목숨을 위협받는 아들이었지만,
그는 키루스 2세의 장자였으며,
아케메네스 제국의 상속자였다.
그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그렇게 모인 사람들은 세력으로 성장해 갔다.
사랑받지 못한다면,
자신만의 힘으로 왕위를 계승 받겠다고 결심한 아들은
자신의 세력을 조금씩 확장하며 기회를 노린다.
그리고 기원전 830년,
아들은 스키타이 원정 중이던 아버지의 막사에 몰래 잠입한다.
그리고
잠들어 있는 아버지의 가슴에
힘차게 단검을 찔러 넣는다.
단검이 아버지,
키루스 2세의 심장을 꿰뚫는 그 순간,
아들은
머릿속에 문장 하나가 떠올랐다.
-살부(殺父), 살모(殺母)하면 불사(不死)의 능력을 얻는다.

댓글
  • 사이보그 탐색자 2025/03/02 15:04

    키루스 2세가 제일 무섭습니다.

    (doxtHj)

(doxt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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