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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사겼던 허준같은 여자친구 썰.txt

잦은 술자리로 위가 안좋아 약을 지어온걸 마주보니
문득 과거에 만나던 여친이 생각나는 밤입니다.
그녀는 항상 건강을 최우선으로 여겼던 사람입니다.
본인보다는 항상 제가 먼저였고 남자가 돈이 없고 능력없는건 괜찮아도
몸아픈 남자친구는 용납할 수 없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고 살았죠.
시골 고향에는 연세는 지긋하시지만 정정하신 두 부모님이 계시고
오빠가 둘. 그리고 막내인 당시 20대였던 여자친구 혼자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중 저와 우연히 만남을 갖게 되었습니다.
생활력 강하고 미모도 빼어났던 그녀에게 한가지 흠이 있다면
일상의 모든걸 민간요법과 연결짓는 습관이 있더군요..
이를테면 제가 체를 해서 약국에 다녀오려는걸 굳이 붙잡아두고
인터넷 검색을 한참 한 끝에 제 뒤로 살포시 다가와 엄지손가락
끝으로 어딘가를 강하게 지압하기 시작하더니
'이제 괜찮아질꺼야' 라며 흐뭇해 하더군요.
물론 저는 곧 구토를 시작했고 약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하는 사이
'빨리 엄지 손가락 피를 빼야하는데..' 하며 안절부절 합니다.
어느날은 해삼음식과 정체모를 약재를 수산시장과 먼 곳에서
공수해왔다며 요상한 음식들이 식탁에 즐비했는데 한다는 말이
오빠 잘때보니 손과 발에 땀이 왜이리 많아 한겨울에?
이거 먹으면 직빵이래..
그래서 제가 '너 다한증이 뭔줄 알아? 나 수족 다한증이야.'
'그런건 모르겠고 이거 먹으면 직빵이라니깐 일주일만 잡숴봐^^'
그날도 대판 싸웠습니다..
해삼이 좋은 술안주로만 알았지 그렇게 역한 음식이 될 수 있다는
것도 그때 첨 알았습니다.
감기가 심했던 어느 날은 왠만해선 감기약을 먹지 않는 저였지만
미열과 두통으로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감기약을 사다달라고 부탁했건만
생강과 레몬 하나를 이쁘게 포장해서 제 앞에 내미는걸 보고
두 주먹이 불끈 쥐어지는 경험도 있었습니다.
매사가 그런식이었죠.
그날그날의 제 얼굴색을 보고.. 컨디션을 보고 그날 먹어야 할 음식을
결정하고 또 인터넷을 뒤지고 저도 모르고 있는 질환을 만들어가며
저를 케어했습니다...;
그녀와 헤어지게 된 결정적인 날입니다.
언제인가는 인터넷에서 '마' 가 건강에 좋다는 글을 봤나봐요.
사온건지 야산에서 저몰래 재배해온건지 사람 허벅지만한
마를 보여주면서 쌀밥 대신 마를 물에 끓여서 옛날 설렁탕집
깍두기마냥 큼지막하게 썰은 일명 마탕과 함께 식탁엔 마
간장조림. 마 고추장무침? 도대체 이런 음식이 존재하는가는
여전히 미스테리지만 머.. 아무튼 그런 비쥬얼의 식사가 놓여져
있었습니다.
진짜 그날만큼은 빡쳐서 개도 안먹는 음식 나에게 더이상 주지마라
했더니, 개가 안먹는지 어떻게 아냐며 버럭버럭 싸우기 시작했고
이딴음식도 하루이틀이지 매일 개한테 주면 물린다고 강하게
경고도 해봤으나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했습니다.
그 때 만나는 동안 7킬로 정도 몸무게가 빠지고 음식때문인지
스트레스가 원인인지 없던 흰머리가 생기고 없던 위장질환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친구...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는지 문득 궁금하네요^^

댓글
  • 패시브인생 2016/12/17 02:34

    이미 넌 고마운 사람 -김연우-

    (YGfuVb)

  • 알레스구때 2016/12/17 02:35

    착한 분이네여 ㄷ ㄷ ㄷ

    (YGfuVb)

  • 패시브인생 2016/12/17 02:35

    청소하던 날 -김연우-

    (YGfuVb)

(YGfuV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