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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사진 한 장.

DSC07952.jpg
자대 배치 받고 10개월 만에 추석이 찾아 왔다.
간단한 상차림으로 부대원 전원이 모여 제를 지냈다.
그때 부관이(중위) 주관했는데.
기념으로 사진을 찍자 한다.
그래 이거야, 이건 반드시 찍혀야 돼.
이등병 때라 감히 낄 군번이 아니 엇지만.
두고두고 큰 기념이 될 꺼란 생각에 위험^^을 무릅쓰고 끼여 들었다.
오른쪽 맨 뒤에.
앞 사람 어깨와 어깨사이에 얼굴을 디밀었다.
뒷 꿈치는 최대한 들고.
이제 찍힐 일만 남았다.
하나 두~~.
그런데.
거칠고 억센 힘으로 내 목덜미를 땅기고, 그 자리에 들어가는 6개월 위 고참.
그도 자리를 노리던 중 나를 발견 했던 것일까.
몇 칠 뒤에 사진이 나왔는데.
없다.
내가 안 보인다.
대신 그가 내 자리에서 웃고 있다.
이 사진에 나는 안 보이지만.
나는 이 사진속이 있다.
뭐 그리 대단한 사진이라고.
정리를 하거나 할 때 우선순위 중에 하나로 먼저 챙긴다.
내 사진 수첩에 내가 안 보이는 내 기념사진 이 있다.
댓글
  • 수술 2017/11/22 15:52

    저는 훈련 동기들이랑 찍었던 사진이
    앨범 어딘가에 꽂혀 있을 겁니다...군번 줄도
    서랍 어딘가에 있는것 같구요...당시엔 정말로 끔찍하고 탈출하고 싶었던 순간들인데..
    세월이 지나고나면 그 뒷모습은 늘 그립습니다..추억이 담겨진 멋진 빛바랜 사진...멋집니다

    (9Sh1T3)

  • 1Day1Shot 2017/11/22 17:40

    크...저도 군대 있을 때 선임들이 일회용 필카로 찍어준 사진이 있는데
    그땐 사진 찍히는것도 별로고 찍고 싶은 마음도 없었지만 지금 와서 보면
    참 기억에 남더라고요 ㅎㅎ
    이 사진에 나는 안보이지만 나는 이 사진속에 있다 라고 하신 부분에서 참 많이 와닿네요.

    (9Sh1T3)

  • 行人 2017/11/22 18:45

    저도 두분 덧글에 공감하며..전 어디 있는지도...사진을 찍는데도, 추억이 사진이란걸 믿지만서도 내 사진관리는 참 안하는듯..

    (9Sh1T3)

  • LV7.야간비행 2017/11/22 19:05

    군복이나 다른모양새가 비슷한연배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89년입대군번입니다...^^

    (9Sh1T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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