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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어려운 계절이었다.


사랑하기 어려운 계절이었다. 

썡쌩 찬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고, 잠깐의 햇살이 비치면 따뜻함을 느낄 새도 없이 
녹았던 눈이 다시 꽁꽁 얼어버리는 차가운 계절이었다. 
고단함과 가난함이 고통이 아니라 익숙함이던 계절이었다. 

그는 무뚝뚝한 사람이었다. 
그의 아버지가 그랬고, 그의 할아버지가 그랬듯이. 
하지만 그녀는 서운해하지 않았다. 

아침이면 사랑한다는 말 대신, 살짝 벌어진 옷깃을 여며주고, 
밤이 찾아와 고된 하루를 보낸 그녀가 잠이 들고나면 
꽁꽁 얼어붙은 발을 밤새 주물러주던 그런 사람이었다. 

겨우 둘이 누울만한 좁디 좁은 방이었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방바닥이었지만 얼어붙은 틈새에서 밤 사이 꽃이 피는 것처럼 
함께 있을 때 만큼은 그 작은 방에도 봄이 찾아왔다. 
서로의 온기를 나눌 수 있기에 추운 계절도 참아낼 수 있었다. 

겨울을 이겨낸 나무에서 푸른 잎이 솟아나는 것처럼 
그들의 사랑도 결실을 맺었다. 
하지만 여전히 추운 계절이었다. 

남자는 꼭 돌아오겠다는 말만 남기고 바다 건너로 떠났다. 
몇 해가 지나고 그는 한 줌 재로 돌아왔다. 

그녀는 울지 않았다. 

독한 년, 모진 년, 
그래도 그녀는 끝내 눈물 흘리지 않았다. 
더 이상 녹여줄 사람이 없기에 언 발은 부르트고, 터지고, 거칠어졌다. 
사실 그녀는 몇 번이고 포기하려 했다. 
그녀가 버틸수 있었던 건 '어머니'라는 이름을 등에 짊어 지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추운 계절을 이겨내고 따뜻한 계절이 찾아왔다. 
하지만 온기를 느낄 시간이 그녀에겐 없었다.

흘리는 대신 삼켜버린 눈물 때문인지 그녀의 심장은 녹슬어 있었다. 
삐걱거리던 심장은 결국 그렇게 멈춰버렸다. 

이제 그녀는 홀로 걸었다. 그리고 홀로 걷는 길의 끝엔 그가 있었다.

여전히 무뚝뚝한 얼굴이었지만, 
손을 호호 불어가며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늦었지만 영원한 봄이 찾아왔다. 
 







댓글
  • protein-53 2016/12/16 15:58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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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장난 2016/12/16 16:17

    아 .. 잘 읽고 있었는데 꼬릿말... ㄷㄷ

    (BGEbXl)

  • sandi 2016/12/16 17:33

    넘슬퍼...이러고 있는데 꼬릿말이 감동파괴 ㅋㅋ

    (BGEbX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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