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영화 [바빌론]의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잭 콘래드'는 100년전 할리우드 무성영화의 대배우였다.
시대가 변하며 유성영화가 등장하자, 그는 누구보다 빠르게 이를 파악하고 그 흐름을 잡으려 하지만
그가 출연한 유성영화에서, 관객들은 처음으로 콘래드의 목소리를 들으며 폭소와 비웃음을 보내고
결국 콘래드의 영화는 계속 망하게 된다.
콘래드는 절치부심하며 평소에 친분이 있던 평론가 '엘리노어'와 인터뷰를 하며 재기를 노리지만
알고 지내던 영화 제작자 '어빙'마저 노골적으로 그를 피하는데....
알고 보니, 엘리노어가 콘래드가 끝장났다는 기고문을 낸 것.
이에 빡친 콘래드는 엘리노어의 사무실로 처들어간다.
우리 사이가 친구나 하하호호하던 관계는 아니었어.
그래도 서로 가려운 곳 잘 긁어주고 나쁘지 않은 사이였잖아.
내가 처음 할리우드에 왔을 때 술집에 뭐라고 걸려 있었는지 알아?
'개와 배우는 출입 금지.'
그걸 내가 바꿨어. 이 할리우드 거리를, 당신의 집을 내가 만들었다고.
그런데 나한테 이런 식으로 보답해?
왜 그런 기고문을 낸거야?
....
미안하지만 질문이 틀렸어. 콘래드.
'왜 그런 기고문을 냈느냐' 가 아니야.
'왜 사람들은 웃었을까'를 물으려 나에게 찾아온거지.
내가 말해줄까?
.....
..........
사람들은 왜 웃었던걸까...
그래. 엘리노어. 말해줘.
이유는 없어.
당신 목소리가 틀린 것도 아니고, 음모나 협잡질 때문도 아니야. 물론 내가 쓴 기고문 때문은 절대 아니지.
당신의 잘못이나 슬럼프 때문도 아니니 그걸 고칠 수도 없어.
이유는 없고, 당신은 그냥 끝난거야. 철저하게.
....
넌 아무것도 만들지 못하면서 가십이나 써갈기는 놈이야.
빌어먹을 바퀴벌레 같은....
집에 불이 나면 사람은 죽고 바퀴벌레는 살지.
사람은 집에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바퀴벌레는 아니거든.
잭 콘래드, 시대의 흐름에 파멸한 거물은 앞으로도 백 명은 더 있겠지.
물론 나같은 백 마리 바퀴벌레가 앞으로 더 있을테고.
이 대화도 수백번은 더 반복되겠지.
그리고 할리우드라는 집에는 수백번 불이 타오를거야.
하지만 그 모든 난장판 속에서도 영화라는 놈은 계속 만들어질테지.
그래도 당신에겐 재능이 있었잖아.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스크린 가운데에 서 있었지.
그걸 감사히 여겨.
언젠가, 우리 모두가 죽는 날이 오겠지.
하지만 50년 후 태어난 어떤 아이가 우연히 금고에서 당신의 영화를 꺼내 보는 순간
그때 당신은 부활할거야.
다시 살아난 당신을 그 아이는 친숙한 친구로 여길테고
함께 모험을, 전쟁을, 로맨스를 겪겠지.
물론 당신의 연기는 여기까지지만.
그래도 그 미래의 아이가 당신의 영화를 볼 때만큼은
천사와 유령과 함께 불멸의 영생을 누리게 될 거야.
.........
....고마워.
(그리고 얼마 후)
이봐. 잭!
나 어빙이야. 지금까지 연락을 못해서 미안해.
기가막힌 영화가 들어왔는데, 거기에 널 캐스팅하려 해!
잭? 듣고 있어?
그래. 듣고 있어.
어빙. 부탁이 있는데, 단 한번이라도 사실대로 말해줘.
물론 영화는 출연할거야. 우리가 알고 지낸 세월이 얼마인데 내가 도와야지.
하지만 거짓말은 하지 말아줘.
그 영화 개쓰레기지?
.....
개쓰레기야.
다른 배우들이 전부 출연을 고사해서 나에게 온 거고.
...그래. 맞아.
....
개인적으로 손꼽는 바빌론 최고의 명장면.
단점으로는 저 장면이 너무 압도적이라 이후 씬들이 밋밋해진다는 점...
저 이후 선택도 그렇고 좋았지
제일 마지막에 극장에서 미래에 '우리'가 보는 영화들 쭉나오는게 인상적이었던...
ksykmh
2025/02/11 11:26
저 이후 선택도 그렇고 좋았지
taijifff
2025/02/11 11:29
제일 마지막에 극장에서 미래에 '우리'가 보는 영화들 쭉나오는게 인상적이었던...
조안나를좋아하는죠안▶◀
2025/02/11 11:34
이거 재밌음?
데엔드로
2025/02/11 11:35
뭔가.. 애잔한 느낌이 드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