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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프로젝트 4 월드 그레이트 게임 (281)


“으으.”
안전벨트에 짓눌린 살에서
어마어마한 쓰라림이 찾아왔다.
키리토는 죽었구나 싶어서
감고 있었던 눈을 떴다.
도로 옆에
차가 그대로 처박혀 있는 상태였다.
두 바퀴쯤 공중회전을 했다는 사실은 인지했으나
그 뒤의 기억은 온갖 아픔뿐이었다.
‘팔을 들 힘도 없어.’
차는 찌그러진 곳 하나 없이 멀쩡했다.
그러나
내부를 휩쓴 충격은 모두를 패닉으로 이끌었다.
수영장에서 배치기로 다이빙한 것의 수십 배는 되는 쇼크가
일시에 전신을 강타한 기분이었다.
치익.
- 합류지점에 도착했다.
키리토는
빈스의 허리에 걸려있던 무전기에서 들리는 음성에
억지로 고개를 돌렸다.
치익.
- 빈스. 블레이크. 대답해. 무슨 일 있어?
축 늘어져 있던 빈스가 ㅅㅇ을 뱉으며
심호흡을 했다.
이어서
뒷좌석에서도
끙끙거리는 아밋 박사의 앓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밋 박사님. 괜찮으세요?』
『괜찮네.』
블레이크까지 정신을 차리고 사태를 파악하는 사이,
빈스가 무전기를 입에 댔다.
『이동 중에 기습을 받았다.』
- 위치는?
『여기가······.』
창밖을 내다보던 빈스의 눈이 커졌다.
50m 저편에 멈춰선 트럭 한 대에서
네 명의 복면 사내들이 내려서고 있기 때문이었다.
시동 버튼을 누르자
다행히 불이 들어왔다.
차가 헛바퀴를 돌며
도로 위로 다시 올라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동안,
블레이크가
귓가의 통신기 버튼을 누르고
현재 위치와 상황을 밝혔다.
키리토는
손끝 하나 까딱할 기력이 없어
그것을 지켜만 보다가
저 멀리 복면 사내 하나가
큼지막한 총을 장전해 이곳을 겨누는 것을 보았다.
“어······.”
빈스도 그것을 보고 이를 악물었다.
『유탄이 날아와도 차는 버틸 수 있습니다.』
아직 어질어질 비몽사몽인 키리토는
멍하니 유탄발사기를 조준 중인 근육질 팔뚝을 가진 사내를 바라보았다.
터엉!
발사된 탄이
차의 엔진 덮개 위에 명중했다.
터지지 않고 흡착된 탄에서
치이익, 연기가 흘러나왔다.
『독가스?』
‘이 정도는 차량 정화장치로 버팁니다’라고 말하는
빈스의 목소리가 메아리치듯 들리는 가운데
키리토는
연기의 분자구조에 눈을 돌렸다.
『···폴리비닐 알코올에
붕산염 에어로졸 용액.
이산화가스와 혼합되면 접착성 중합체가 될 거예요.』
중얼거리듯 말하는
키리토의 목소리에 빈스가 고개를 돌렸다.
『뭐요?』
『···엔진을 멈추지 않으면 망가진다는 얘기.』
차가
부서진 가드레일 위쪽으로 드디어 올라가나 했으나
엔진이 털털거리다 멈췄다.
완벽하게 고립된 상황.
빈스는 블레이크를 돌아보고 물었다.
『지원팀과의 거린 얼마야?』
『5분이요.』
총을 장전한 빈스는 바로 지시했다.
『올 때까지
이 안에서 버티고,
정면 돌파해야겠어.
박사를 노리고 있는 이상
저들도 강한 도발은 못 할 거야.』
방탄차량 근처로 복면 사내들이 다가왔다.
다부진 팔뚝을 드러낸 사내가
빈스의 옆에서 유리창을 톡톡 두드렸다.
『다치기 전에 내리는 게 어때?
신사적으로 해결하자고.』
빈스가
총을 겨눈 채로 꺼지라는 말을 내뱉자
상대에게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차 위로 누군가 뛰어올랐다.
앞유리창에 또르르 떨어져 내리는 액체를 본
키리토는
습관적으로 분석해서 입을 열었다.
『수산화세슘에 갈륨화합물을 섞은
강력부식제.』
『부식제?』
『1분 정도의 반응시간이면
유리 구조가 물러져서 손으로 깰 수 있을 거예요.』
아까부터
한발 먼저 겪게 될 일을 알려주는
키리토의 음성.
그러나
막을 방법이 없었다.
빈스는
키리토를 향해 물었다.
『1분? 확실합니까?』
『정확히는 57초에서 0.5초의 오차가···』
다 죽어가는 표정으로 세밀하게 계산까지 해주자
빈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블레이크.
전투 준비해.
보니까 이놈들이 들고 있는 건 정상적인 화기가 아니라
전부 비살상무기야.』
결사항전의 태도를 보이는
빈스를 향해
창밖의 사내가 쓸데없는 짓 말라는 듯 손가락을 흔들었다.
부우웅―끼익.
트럭이 한 대 더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복면 사내가
알루미늄 보관 박스를 꺼내 SUV 옆으로 가져왔다.
난양기술대학 연구실의 이름이 새겨진 박스의 윗면을 본 아밋이 놀라 외쳤다.
『내 작용제잖아!』
협박 때문에 발설한 위치에서 찾아온 모양이었다.
박스 윗부분을 열어
손가락만 한 유리병을 꺼낸 사내가
녹아내리는 앞유리의 부식제 위에
그것을 올렸다.
서서히 눌어붙으며 기화된 액체가
안쪽으로 침입하려 들자
차 안은 절망적인 기운이 감돌았다.
『벤조디아제핀에 디메틸설폭시드가 1대 17실 비율로 결합된······.』
나직한 음성으로 성분을 정확하게 중얼거리는
키리토를 본 아밋은
그 와중에 눈이 더 커졌다.
『저···팀장님.』
키리토가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빈스를 불렀다.
『옆에 휴대전화 좀 주워 주실 수 있나요?』
케이블에 연결되어 발밑을 뒹구는 휴대폰을 본 빈스가
의아한 표정이 됐다.
최후를 맞을 거라는 생각에
어디 전화라도 하려는 건가,
키리토의 손에
휴대폰을 쥐여 주었다.
키리토는 손을 꼼지락거리며
간신히 말했다.
『팀장님.
블레이크.
아밋 박사님.
갑자기 이런 얘기 이상하시겠지만,
제가 공기청정 반응 하나를 유도할 건데요.
그때 문을 활짝 열어 주세요.
숨은 참으시고요.』
『뭐라고 하신 겁니까?』
빈스가 이해 못 하고 되묻자
키리토는 엷은 미소를 지었다.
『꽤 유능한 화학자 앞에서 화학 무기를 많이 쓰네요,
저분들.』
휴대폰에서
파직하는 전기스파크가 일었다.
빈스와 블레이크, 아밋은
차 안의 모든 공기가
일순간 키리토의 손 쪽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카운트할게요.
반응 유도할 기회는 한 번뿐이에요.』
빠르게 부식되던 앞유리에
작은 구멍이 생겼다.
그 안으로
아밋 박사가 개발한 무력화 작용제가 밀려들었다.
슈우우욱―!
동시에
진공청소기라도 달린 것처럼
키리토의 휴대폰을 향해 연기가 집중됐다.
세 사람은 보지 못하고 있으나,
키리토의 눈엔
중성자와 이온이 뒤엉킨 플라즈마가
작용제를 죄다 흡수해
불꽃처럼 이글거리는 것이 보였다.
『셋. 둘···』
키리토가
조수석 문고리에 손을 댔다.
『···하나!』
달칵.
SUV의 문 4개가 난데없이 열리자
주위에 있던 사내들이 움찔했다.
키리토의 손에 잔뜩 뭉쳐있던 번개별이 방출되어
사방으로 흩날렸다.
풀썩.
동시에 쓰러지기 시작한 사람들.
차 지붕에 있던 인원까지
쿵 하고
아래로 떨어졌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광경에
빈스와 블레이크는 할 말을 잃었다.
아밋은
사람에겐 처음 방출해본
그의 작용제 효과에
한 번 놀라고,
그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발현됐다는 것에
재차 놀랐다.
정작
이 기적 같은 반응을 일으킨 본인은
아무 상관 없다는 듯
시트에 힘없이 기대앉아있을 뿐이었다.
키리토가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 안의 배터리가 과열되어 부풀어 올랐다.
액정이 콰직 깨졌다.
‘망할.
아직 할부 1년 남았는데.’
작용제를 포함한 번개별들이
공기 중에 휩쓸려
저 멀리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키리토는
얼른 휴대폰을 바닥에 떨궜다.
뜨거워서
더는 붙잡고 있을 수가 없었다.
『이 마비효과는 10분 정도 가요.』
이 음성에
퍼뜩 정신을 차린 빈스가 밖으로 뛰어나갔다.
허공에서
드론이 아직도 이곳을 주시 중인 것을 본 빈스는
블레이크에게 말했다.
『아직 남아있는 적들의 숫자가 많아.
미스터 키리토와 아밋 박사는 거의 못 움직이는 상태니까.
각자 한 명씩.
차량에 탑승해서 지원팀과 합류한다.』
납치범들이 깨어나서
도로 트럭을 타지 못하도록
두 대 전부를 이용하겠다는 계획에
블레이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빈스는
비틀거리며 내려서는 아밋 박사를 부축했다.
아밋이
알루미늄 박스를 가리켰다.
『저것도 챙겨야 합니다.』
반대편 손에 박스를 든 빈스가
트럭에 탑승했다.
키리토는
안전벨트를 풀어주는 블레이크의 손길에
고개를 돌렸다.
『제가 움직일 힘이···』
『미안해요.』
짜악.
“아.”
블레이크의 양손이
뺨을 따갑게 올려붙이자 근육에 긴장이 찾아왔다.
더불어
손끝, 발끝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어라?’
화끈거리는 뺨을 부여잡으며
키리토는
이것이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 찾아온 현상임을 깨달았다.
따끔한 응급조치에
차 밖으로 걸어 나온 키리토는
블레이크의 부축을 받아
트럭에 바꿔 탔다.
부우우웅―
트럭 두 대가 자리를 떠났다.
얼마나 흘렀을까.
SUV의 트렁크가 덜커덩 열리며
한 사람이 밖으로 기어 나왔다.
『크으.』
윌러스는
온갖 인상을 쓰며
소매를 찢어 피가 흐르는 허벅지에 동여맸다.
그러다
동료들이 죄다 쓰러져있는
주변의 상황을 인지했다.
『망할.』
문짝 바로 앞에 엎어진 근육질 팔뚝의 사내에게
다리를 절며 다가선 윌러스는
가슴에 있는 무전기를 잡아챘다.
『들려? 누구 없어?』
- 윌러스?
우린 박사 쫓고 있어.
『제기랄.
여기 로스 팀원들 죄다 누워있어.
대체 왜 놓친 거야?』
- 애초에 탈출 동선 들킨
네 잘못이 큰 거 같은데.
『그렇게 따지면
호텔 방에 우리보다 CIA가 먼저 도착해 있던 게 문제지!』
버럭 소리를 지른 윌러스는 물었다.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 드론에 연소방지탄이 한발 남아있긴 한데
쫓는 차는 두 대야.
『뭐? 자세히 말 해봐.』
- 한 차에는
덩치큰 백인과 아밋 박사가 탑승.
다른 차에는
여자와 젊은 동양인이 탑승.
『잠깐. 동양인?』
윌러스는
아밋에게 들었던 정보를 떠올렸다.
계획을 눈치챈 화학자.
그가 완성했다는 공식.
현재로써는
아밋의 가치보다 저쪽이 위에 있다.
『동양인 쪽을 노려.
무슨 일이 있어도 생포해서 팔루안 기지로 데려가.』

댓글

  • 사이보그 탐색자
    2024/12/23 04:13

    생포.. 사살보다 어렵다 합니다.

    (tEX3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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