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ail protected]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익명님이 방명록에 투고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가끔 아이들은 어른들이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괴담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동생을 가리키며 "엄마, 저 악마는 태워 죽여야해." 라고 말했다는 어린 여자아이 이야기 같은 것을 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이런 식으로 아이들이 내뱉는 말의 특징은, 그 말이 오직 발화 시점에만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전에도, 그 후에도 존재하지 않는 말인거죠.
짐작컨대 말하고 있는 아이도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나중에는 그런 이야기를 한 걸 기억조차 못합니다.
오직 "그 순간",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사람" 만이 기억하고, 그 사람만이 영향을 받는 그런 현재성만이 존재하는 이야기.
그 듣는 사람이 되었을 때, 어떠한 영향을 받게 되는지를 떠올려보면 가끔 소름이 끼치곤 합니다.
오늘은 그와 관련된, 제가 직접 겪은 이야기를 한번 풀어볼까 합니다.
저는 오랫동안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군 제대후 한의대 진학을 위해 7년 동안 수능 시험에 응시했죠.
하지만 노력에 비해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현실에, 시간이 갈수록 부모님도 지치시고, 저도 스스로 부담스러워 주변 사람들과 거의 연락을 끊고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집안의 권유로 꿈을 접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꿈을 접고 나니, 빛나는 20대를 좁은 재수학원 교실에서 몽땅 보내버린 것과, 그럼에도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집안의 돈만 쓰고 친구도 잃은 비참한 모습에 스스로 무척 힘들어하던 나날들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떨치려해도, 모의고사 때마다 오르지 않던 성적에 좌절하며 학원 화장실에서 입을 막고 혼자 울던 그 모습들과, 수능을 친 뒤 저녁시간에 차마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굶은채로 이리저리 길거리를 쏘다니던 저의 모습이 스스로를 억눌러 헤어나올 수가 없더군요.
그 자괴감들과 실망감.
그리고 결국 아무것도 해내지 못했다는 절망.
그 당시 제 가방에는 긴 빨랫줄이 하나 있었습니다.
새벽 2시가 되고, 골목에 인적이 한산해지면 집앞 전봇대에 목을 매려고 마련해둔 것이었습니다.
한두번 목 매달기 직전까지 갔지만, 죽는게 겁이 나 마지막 순간을 넘지 못했었죠.
그렇게 지내던 어느날, 누나 내외가 맞벌이를 하는 탓에 저희 집에서 돌봐주던 4살짜리 조카녀석과 단둘이 집에 있게 되었습니다.
가만히 낙서를 하고 있던 녀석이 갑자기 낙서를 멈추길래, 왜 그러나 싶어 고개를 들어 쳐다봤죠.
그런데 조카가 저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습니다.
[삼촌... 할머니는 삼촌이 필요없대.]
그리고는 다시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는 낙서를 하더군요.
그때의 충격이란.
새벽마다 빨래줄을 잡고, 나가야되나 말아야되나 망설이던 순간, 저의 발목을 잡던 것 중 하나가 부모님이었는데...
뭐, 지금은 결국 그때의 고비를 무사히 넘기고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 이후, 저는 하나의 존재를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다른 것이 전혀 섞이지 않은 순수한 악.
오로지 인간에 대한 미움과, 인간을 공격하여 좌절시키는 것으로만 머릿속이 가득한 순수한 악한 존재 말입니다.
이 악한 존재가 여러 사람의 마음 속을 떠돌아 다니면서,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스스로를 의심하고 모든 것을 포기하려는 그 순간에 [그만둬, 어서.]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의심을, 저는 지금도 가지고 있습니다.
무슨소린지;;
오늘의 괴담은 가장 어려웠던 시절, 어린 조카의 입에서 듣게 된 무서운 한마디에 관한 이야기.
정말로 악한 존재가 있어서, 좌절에 빠진 이를 수렁에 밀어넣는 것일까요.
잘 이겨내셨다니 다행이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의 좌절감은 어마어마했을 것 같습니다.
같은 말이여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내 상황에 따라 하찮게도, 무섭도록 크게 다가올수도 있는 법이죠
순수 악 맞는듯 저때 "버릇없이 삼촌한테 그게 무슨말이야" 하고 혼내면 "내가 뭘" 하면서 울꺼고 집에가서 누나하고 할머니한테 일러가지고 할머니랑 누나가 글쓴이한테 뭐라하겠지 ..
저럴땐 그냥 "아닌데 아닌데 할머니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던데 메롱메롱" 하고 놀려주는 수밖에 없나 ... 흠 ...
무언가 초자연적인 순수 악 이라는게 실제로 존재한다면 진짜 무섭겠네요 ㄷㄷ
할머니가 나는 우리 손주면 된다~ 아들이고 딸이고 필요없다~ 우리애기 어화둥둥 한 말을 삼촌도 필요없어? 하고 물어봣을때 응 우리 강아지만 있으면 되지~ 하고 품에안고 그렇게 한맏 하신걸 앞뒤 다 잘라먹고 그냥 할머니는 삼촌이 필요없데 이말만 한게 아닐까......... 저는 그렇게 믿고싶네영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무섭다능........ 뭔가 다알고있는듯 죽을거면 빨리죽어 내모는게 아니고 ㅠㅠ
순수한 선.과.악
자신의 익실이 아닌 타인의 익실도 아닌
그저 선 과 악에 충실한 한마디
무섭네요.
누군가의 심장에 악이 될지 선이 될지 모를 한마디
그러나 역시 선택은 본인의 몫
아... 저는 또 할머니라길래 이미 돌아가신 할머니가 너같은거 필요없으니 자살할 생각일랑 냉큼 버려라 라고 하는건줄 알았는데 조카의 할머니면 남자의 어머니겠군요...
순수한 악이라고 받아들여졌던 것은.
순수한 아이의 입으로 전해졌기 때문에 그것이 순수한 악으로 전해진것은 아닐런지요....
그 말의 원천은 훨씬더 복잡한 의미가 뒤섞여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주위의 것들이 나에게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주도하는 것은 나 입니다.
그것을 일찌기 깨닳고 잘 살아가시는 님이 승리자 이십니다.
애들...정말 순수한 얼굴로 사람 마음을 상처입히죠. 너무 아픕니다.
아이: 할머니 삼촌은 왜 여자친구가 없어?
할머니:(차마 오징어라서 라는 말을 못함) 아.. 그.. 삼촌은 필요없대..
결론: 아이가 삼촌한테 말할때 조사 헷갈림(은->가)
잘 이겨내셨으니 다행~~~~
아마 꼬마는 들었던 이야기인것 같네요..
꼬마 역시 할머니가 삼촌이야기를 한게 맘에 걸려 생각하고 있다 삼촌이 있으니 툭~ 던진 듯...
부모 입장에서 신세한탄할수도 있었겠죠~~
군 재대라고 7년이면~~~
부모도 사람이니 욱~해서 충분히 할수 있는 말~~
글쓴이분이 자괴감에 더 큰 충격을 받으신 상황..
만일 저런 상황이 생긴다면 혼저 끙끙 앓지 말고 꼭 여쭤보세요~~
그래야 오해 풀리고 단순해지더라구요~~
혼자 앓지 마세요 ㅠㅠ
애기들은 직접 들은것도 앞뒤잘라 말하거나 미묘하게 바꾸어서 말하곤 하곤하죠 그런경우기 아니었을까요
전 이 글이 별 감흥이 없네요... 비슷한 경험이 없어서 그런가봐요...
제가 보기엔 순수한 악이라기보단 순수한 무지가 보일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