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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프로젝트 4 월드 그레이트 게임 (270)


「홍콩, 04:02 AM」- UN 사무국 내 안전가옥
키리토는
끔찍한 두통 속에서 정신을 차렸다.
별다른 가구가 없는 사무 공간.
자신은 야전침대에 누워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그 옆에서
한심한 것들을 보는 듯한 삐딱한 눈으로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는 신이치와
걱정했다는 듯이
자신을 보고 있는
카이토, 아카코, 사구루.
『···최소 우리와 비슷한 정보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해야 해요.』
- 빈스는?
『지금 수색 나간 상태고,
항구 쪽에서 흔적을 찾은 것 같아요.
급하게 준비한 건지 도주로가 완벽하지 못했어요.』
누군가의 대화 소리에
고개를 돌리던 키리토는
머리가 빠개질 듯 아파와 ㅅㅇ을 흘렸다.
“아우, 죽겠네.”
인기척을 들은 상대가 대화를 멈추고 다가왔다.
키리토는 천천히 상체를 일으키다
처음 보는 외국인 여성과 눈이 마주쳤다.
『정신이 들어요?』
붉은 기가 감도는 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그녀는
목에 ‘블레이크’라는 이름이 적힌 UN 신분증을 걸고 있었다.
『섬광탄을 근거리에서 맞은 터라 후유증이 있을 거예요.
이거라도 드세요.』
블레이크가 키리토의 얼굴을 살피다가
물컵과 알약 하나를 내밀었다.
CIA 정예팀이라고 들어서
확실하게 일을 하는 줄 알았다가
무슨 봉변을 당한 건지 정신이 하나도 없는 키리토였고
신이치는
눈앞의 여성이나 빈스가
자신이 책임진 국제연합 정보관리국이
자신에게 비밀리에 보고한 것을 기억하고는
저들이 자신 직속이 아니고
동시에
정상적인 UN 직원이 아니라는 건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등신들만 모아놓았나 하는 생각에
점점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이거 제가 먹어도 되는 약 맞나요?』
『아스피린인걸요.』
이국적인 푸른 눈동자 속에 담긴 기색은
어딘지 선해 보였다.
가늘게 눈을 뜨고 약을 살핀 키리토는
분자 세계에서 익숙한 진통제 성분을 발견하고 꿀꺽 삼켰다.
남은 물을 다 마시고
컵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좀 살 것 같네.’
키리토는 가슴을 쓸어내린 뒤에
블레이크를 마주 보았다.
『여긴 어디고, 아까 일은 뭐였습니까?』
『여긴 UN 내부에 있는 안전시설이에요.
아까 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블레이크가 위성 통신기를 가져와
탁자 한쪽에 놓았다.
『당신 얼굴을 보고 싶다고 해서요.』
『네?』
모니터 속에
안경을 쓴 중년의 외국인이 손을 들어 보였다.
『ISTC의 네이든 국장님이세요.』
『그···ISTC 말입니다. 정말 있는 단체 맞아요?』
블레이크가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고 알아두는 편이 나중을 위해서라도
당신에게 도움이 될 거예요.』
『조금 무서운 말이네요.
물론 아까 일이 더 무섭긴 했지만.』
『그 일로 돌아가서.
우린 그들을 신무기를 노리는 다국적 용병집단이라 파악하고 있어요.
당신이 어제 분석해준 사진 속의 물질들도
전부 이들에게 도난당한 상태고.』
『그걸 정말 만든다고요? 왜?』
『목적을 특정하기엔 정보가 부족해요.
그러나
당신이 제안한 완성품의 가치를 단순하게 따지면
핵을 탑재한 ICBM의 수십 배일 거예요.
그 정도면 거의 모든 범죄, 테러단체가 움직일만한 목적이 생기죠.』
신이치와 키리토를 제외하고는
카이토, 아카코, 사구루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의 가격을 알 턱이 없었기에
그녀의 말에 멍하니 고개만 끄덕여야 했다.
그리고 한편으로
신이치와 카이토는
진짜 헛다리 중에서도 헛다리를 짚고 있다는 것을
그녀에게 알려주고 싶었지만
토끼발 문제는
저런 하급 요원에게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최고등급 기밀이라서
저 친구들을
속으로 비웃어 주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으니........
『혹시 노트북이 왜 폭발했는지 아시나요?
빈스는 모르겠다고 하고.
그들이 아밋 박사를 납치할 때,
그걸 가져갔으면 훨씬 골치 아파질 뻔했거든요.』
『글쎄요······.』
보통 사람은 몰라도 되는 세계가 있다.
아까 일도 그렇고,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키리토는
이 부분에서 침묵을 택했다.
『하긴.
섬광탄에 맞은 상태로 그걸 주시했을 리가 없죠.
신경 쓰지 마세요.
그들의 수법이 전에 없던 거라 단서가 부족해서 물은 말이니.』


『잡을 수는 있는 건가요?』
『전 팀원이 노력하고 있어요.』
블레이크의 미소와 함께 대화가 끝났다.
키리토는
아스피린의 기운이 돌아 두통이 어느 정도 가신 것을 느끼고
넌지시 물었다.
『그러면 제 일은 끝난 거죠?
할 수 있는 건 다 한 거 같은데.』
『그럼요.
도움을 주신 부분에 대한 보상은 충분히 드릴게요.
그러나
이 일이 해결될 때까지는···』
홍콩을 떠나지는 못한다, 라는 말을 하면 어쩌나
불안감에 젖은 키리토에게
블레이크의 다음 말이 이어졌다.
『···ISTC의 찰리 팀
아.
저기 서 있는 세 명이 당신과 당신 동료들의 밀착 경호를 맡게 될 거예요.』
『아, 경호.』
다행히 홍콩을 떠날 수 있겠다 생각하던
키리토는 멈칫했다.
『경호?
저를 왜요?』
『현재까진 세계에서 유일하게 EOW를 만들 수 있는 화학자니까요.』
키리토가 의문 섞인 표정이 되자
블레이크가 친절하게 덧붙였다.
『저희 분석팀이
단 한발로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에요.
당신만큼의 분석력은 없어도
무기 이름 짓는 감각은 출중하거든요.』
EOW. ‘End of War’의 약자.
스케일이 커도 너무 큰 그 의미에
신이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 전부는 ㅅㅇ을 삼켰다.
다만
키리토는 무덤덤한 얼굴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진짜 한심하네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이유가
저 여성과 ISTC의 국장이라고 가장한
CIA 작전 수석부장은
아직까지
자신과 신이치의 정체를 모르고 있다는 것 때문이었으니.........
만약 알았다면
차라리 저들 모두는
기도나 하러 갔을 테니까........
고작 세 명으로
세계정부의 삼인위 중 둘을 경호한다고?
만약
CIA의 에즈라 밀러 국장이 들었다면
국장은
곧바로
저런 등신들 다 잘라버리고
아예 군단급 병력으로
그 둘을 에워싸라고 길길이 날뛰었을테니..........
거기까지 생각하던 키리토는
문득 신이치를 보다가
니 생각대로 하라는 눈짓을 알아듣고는

블레이크에게
『그들을 찾아야 끝나는 일이라고요?』
『네.』
키리토가 고민에 빠지자
블레이크는
위성 통신기의 네이든과 마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경호에 대해선 크게 부담 가지실 필요 없어요.
저희 다 훈련받은 인원이고,
제대로 대비하면 호텔에서 겪은 문제는······.』
『얼굴을 봤어요.』
블레이크의 눈이 커졌다.
『자세한 인상착의까지는 확인 못 했지만,
한 번 더 보면 알아차릴 정도는 돼요.
그리고
그 호텔 현장에 저를 데려다주면,
흔적을 찾아내는 데 도움을 드릴게요.』
『어떻게요?』
『그 사람들은 몰라도 아밋 박사님껜 특유의 향이 났거든요.
제 코가 꽤 예민해서.』
코를 톡 친 키리토는 말했다.

댓글

  • 사이보그 탐색자
    2024/12/18 06:17

    감사합니다

    (S3FM2T)

(S3FM2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