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09:23 PM」- 골든 마일 호텔 7층
똑똑.
빈스는 712호의 문을 두드렸다.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조금 열렸다.
수동 잠금장치는 그대로인 상태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지?』
『ISTC 조사관입니다, 아밋 박사님.』
틈 사이로 신분증을 내밀자
상대가 움찔했다.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거야?』
『박사님께서 연구 중인 신경안정물질에 관해 의논드릴 것이···』
『꺼져!』
문이 쾅하고 도로 닫혀버리자
빈스는 헛기침하며 고개를 돌렸다.
옆에 서 있던 팀원도 어깨를 으쓱했다.
똑똑.
『박사님.』
『시끄럽게 굴면 호텔 보안직원 부르겠어!』
불안이 섞여 있는 목소리.
연락을 주고받았던 조던 교수에게 일이 생겼다는 걸 아는 듯한 음성이었다.
빈스는 침착하게 말했다.
『당국의 보호를 불신해 싱가포르에서 한참 떨어진 이곳에 몸을 숨긴 거라면,
더더욱 저희와 얘기하셔야 합니다.
원하시면 UN 사무국에 전화해
저희 신분을 확인해 보십시오.』
한동안 대답이 없던 안쪽에서
덜그럭거리며 수동 잠금장치를 해제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덜컥 문이 열리고,
마른 체구에 희끗희끗한 머리를 한 인도계 남성이
빈스와 마주 섰다.
『그놈들이었다면
강제로 문을 부수고 들어왔겠지.
ISTC?
내 연구를 위험물질로 규정하고 찾아온 건가?』
『처음엔 그랬습니다.』
『처음엔?』
『자세한 얘기는
저희 쪽 특별 자문과 이야기해 주십시오.』
빈스가
멀찌감치 서 있던 키리토에게 눈짓했다.
『···이 정신 나간 반응식은 대체 뭔가?
내 연구에
조던 교수의 연구까지 겹쳐져 있어.』
『어느 정도 추측이 들어간 거라
정확하진 않아요.』
노트북을 들여다보던
아밋 박사가
키리토를 향해 당혹의 시선을 보냈다.
『추측?』
『박사님의 연구는
처음부터 결합을 목적으로 시작된 게 아니었어요?』
『아니네.
내 무능화 작용제는
시위제압용 비살상무기를 원하는
일부 국가의 국책지원 과제였을 뿐이야.
이것을 더 효과적으로 투하할 방법에 대해
평소 친분 있던 조던 교수와 의논을 나눴던 것이고.』
말을 잇는 아밋의 시선은
키리토가 고안한 화학식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이 확산 공식은 뭔가?』
『그건······.』
정우의 눈이 빈스를 향했다.
비행기에서 듣기로는 대외비라고 해서였다.
빈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기에
키리토는 대답했다.
『모스크바 물리기술원 박사님의 연구 결과물이에요.』
『아니야.
이런 건 존재할 수가 없어.
이건 비살상무기의 수준을 벗어난 거잖아.』
화면을 보며 생각을 곱씹던 아밋의 표정이
심각해져 갔다.
긴 반응식의 한 지점을 가리킨
아밋이
키리토를 돌아보았다.
『여기.
내 무능화 작용제와 성질만 다를 뿐 같은 효과를 내는 화합물로 대체했어.
벤조디아제핀계열 대신
D3 도파민 수용체를 사용한 이유가 있나?』
『아,
자료가 부족해서 그냥 채워 넣은 거예요.
벤조디아제핀이 베이스였군요.』
아밋이 멈칫했다.
『뭐라고? 뭘 채워 넣어?』
『도파민 수용체?』
『내 연구자료를 가진 게 아니었어?
아까 추측이라고 하더니, 설마 다른 사람 것도······.』
『그게 몇 장 없더라고요.』
멋쩍게 웃는 키리토를
아밋이 경악한 표정으로 보았다.
『자네 뭐 하는 사람이지?』
『저는 일본의 화학······.』
키리토는 대답하던 도중
외부 유리창 쪽에서 뭔가가 아른거리는 것을 보았다.
‘응?’
쨍그랑.
창문이 깨지며
안쪽에 작은 원통이 툭 떨어졌다.
그것을 본 빈스가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쳤다.
『섬광···!』
콰아앙-!
말보다 폭발이 빨랐다.
귀청이 떨어져 나갈 듯한 굉음과 함께
눈을 일시적으로 멀게 하는 빛이 방안에 번뜩였다.
눈과 귀를 찌를 듯한 고통에
키리토는 비틀거리며 주저앉았다. 아밋 역시도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전등이 폭음의 여파로 전부 깨졌기에 일시에 어둠이 찾아왔다.
‘으으.’
키리토는
삐―거리는 소리가
계속 귓가를 맴도는 가운데 억지로 눈을 떴다.
빛을 감지하는 신경이 일순간 마비됐기 때문인지
음파의 세상이 눈에 띄었다.
소리의 반향으로 감지되는 움직임 끝에는
고통에 꿈틀거리는 아밋이 보였다.
그 옆을
빈스가 지키듯 엎드려 있고,
다른 팀원은 창 옆에 쓰러진 채였다.
텅.
깨진 창틀에서
무언가가 또 날아들었다.
그것이
두 명의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안쪽에 들어선 후였다.
섬광탄의 여력에서 회복하기 위해
억지로 고개를 흔드는 빈스의 목 뒤를
누군가 강하게 내리찍었다.
창 옆의 팀원도
머리를 얻어맞고 저편으로 뒹굴었다.
키리토는 움찔 놀라 옆으로 기듯 움직였다.
기절해 있는 빈스의 옆을 지나친 그림자가
아밋의 앞에 멈췄다.
또 다른 그림자가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직전,
키리토는
가까스로 침대 구석의 사각지대에 몸을 웅크릴 숨길 수 있었다.
‘뭐야, 대체.’
쿵쿵거리는 심장을 달래기 무섭게
그림자들끼리 나누는 대화가 웅웅거리면서 귓가에 울렸다.
키리토는 품을 더듬어 휴대폰을 손에 쥐었다.
배터리에 자유전자를 더한 손을 뻗어
그들 사이에 오가는 음파를 최대한 끌어모아 보았다.
- 한발 먼저 도착했을 줄이야.
어떻게 연관점을 찾은 거지?
- 서둘러.
놈들의 지원이 오고 있어.
모기처럼 작은 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한동안 둘의 동향을 음파로 감지하던 키리토는
시신경이 회복되기 시작하는 것을 깨닫고
눈을 꾹 감았다가 떴다.
암흑천지인 방안에서
적외선을 볼 수 있는 시야로 그들을 살폈다.
‘나, 납치?’
아밋을 로프로 묶고 있는
두 그림자.
얼굴 전체에 머리까지 가리는 두건을 쓰고 있지만,
미세한 열까지 보는 키리토는
그것을 꿰뚫어서 살필 수 있었다.
왠지 기억해 둬야 할 것 같아
이리저리 최대한 눈에 담아두던 찰나,
아밋을 창으로 끌고 가던 그림자가
노트북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 보였다.
- 챙겨가야 하나?
순간 키리토는
노트북 안에 있을 조합식을 뺏기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을 뻗어
노트북 속 배터리에
가능한 모든 자유 전자를 집중했다.
내부의 분자 세계에
전기 폭풍이 일어난 탓에
급격히 달아오른 배터리에 콰직, 폭발음이 일었다.
흠칫한 그림자가
뻗었던 손을 뒤로 뺐다.
- 봤어? 갑자기 터졌어.
- 자동 폭파 장치라도 달아 놨겠지.
시간 없어.
박사 확보가 우선이야.
아밋이 로프에 매달린 채 창밖으로 사라지고,
두 그림자도 곧장 뛰어내렸다.
불과 몇 초 뒤.
복도 저편에서 열기가 느껴졌다.
수송기를 같이 타고 왔던 직원 셋의 모습.
안도한 키리토는
자리에서 일어서다
아직도 어지럼증이 가시지 않아
비틀하고
침대 위로 꼬꾸라졌다.
문이 벌컥 열리며 세 사람이 뛰어들었다.
『꼼짝 마!』
들어온 직원 하나가
유일하게 움직이던 키리토에게 무언가를 들이댔다.
생긴 게
꼭 총 같아
키리토는
세상이 뱅뱅 도는 가운데서도 멍하니 물었다.
『UN 직원은
그런 무기도 들고 다니나 봐요······.』
『혹시 그 일본인 화학자?』
긴장의 끈이 풀린 키리토는
식은땀을 흘리다가 그대로 졸도했다.
다른 직원이 손전등을 켜서 안의 상황을 비췄다.
불타는 노트북.
뚫린 창문.
사라진 한 사람.
치익.
『본부. 습격이다. 아밋 박사가 납치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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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리웹-6884617133
2024/12/17 14:23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당하다니.........
CIA 체면이 말이 아니네요......
사이보그 탐색자
2024/12/17 21:18
납치...자주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