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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딸)괴문서)금강팔중원류 비기, 음양합일 (2)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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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읍- 후우….”

트레이너실 문 앞에 당도한 무테키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본가에서 출발해 이곳에 오는 동안 마음을 다잡았다고 생각했는데, 트레이너의 얼굴을 떠올리니 또다시 마음이 제멋대로 요동친다. 얼굴이 은근하게 달아오르고, 귀는 경망스레 파닥이고, 꼬리는 이리저리 흔들린다.


‘좋아!’

드디어 결심을 굳힌 무테키가 눈을 부릅뜨고 문에 손을 가져다 댄다. 하지만 그 손은 문에 닿기 직전 멈춰서서 더이상 움직이질 않았다. 당장이라도 문을 열고 들어가 트레이너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그 품에 안기고 싶지만, 거절당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 그녀를 좀먹고 발걸음을 잡아세운다.


‘아냐, 역시 나는… 트레이너 님과 어울리지 않아….’

또 몇 분간 망설이던 무테키는 힘없이 손을 떨어뜨리고 발걸음을 돌렸다. 일평생 무예만을 갈고닦은, 귀염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런 우마무스메를 과연 그 어떤 사내가 사랑해줄 수 있을 것인가.


-무테키.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허나 두려움에 집어삼켜져서 주먹 한 번 내밀지 못하고 도망치는 것은 더없이 수치스러워 해야 마땅한 일이다. 두려움을 마주하고서도 한 걸음 나아가, 스스로를 가둔 껍질을 깨뜨리는 것이 바로 우리 금강팔중원류의 정신이 아니더냐? 나는 널 그런 겁쟁이로 가르친 기억은 없다.

-지금은 용기를 내야 할 때야.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어영부영 지나가면 분명 두고두고 후회할 거란다. 등을 떠민 우리를 원망해도 좋으니, 단 한 걸음, 한 걸음만 나아가 보렴. 무테키.


하지만 그 때 조부모가 전해준 격려의 말이 떠오른다. 이대로 지레 겁먹고 도망친다면, 술병을 건네주며 용기를 북돋워준 두 사람의 마음을 짓밟는 것이나 다름없겠지.


‘그래. 어차피 거절당한다 한들 달라질 것도 없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이대로 졸업하는 것과 별반 차이도 없잖아. 사범님의 말씀대로, 주먹이라도 내밀어 봐야…’

무테키가 다시금 마음을 가라앉히고 문 앞에 서서 주먹을 들어올린다. 이번에야말로 노크를 하고 들어가서 트레이너에게 마음을 전하리라.


-벌컥

“무테키? 뭐해?”

무테키가 노크를 하기도 전에 돌연 문이 열린다. 문을 연 것은 당연히 무테키가 그토록 그리던 트레이너 본인이었다.


“!!!”

“크헉!”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 무테키가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내지르고 만다. 정확히 명치를 찔러드는 주먹에 외마디 비명과 함께 나동그라지는 트레이너.


“트, 트레이너 님! 괜찮으십니까? 죄송합니다!”

“괘, 괜찮… 쿨럭! 괜찮아!”

무테키의 안색이 순식간에 새파랗게 질린다. 무테키는 쓰러진 트레이너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그의 상태를 살폈다. 트레이너는 숨이 막혀 연신 콜록이면서도 애써 웃음지으며 무테키를 안심시켰다.


“그래서… 무슨 일이니, 무테키? 왠지 문가에서 인기척이 한참동안 느껴지길래 문을 열어본건데, 조금 놀라게 해버린 걸까?”

“아, 아니, 별 건 아닙니다. 그저….”

몸상태가 진정된 트레이너는 무테키를 트레이너실 안으로 들여 그녀와 마주앉았다. 무테키는 조금 우물쭈물하다가 품 안에 든 술병을 탁자 위에 내려두었다.


“조부모님께서 술 한 병을 드리고 싶다고 하셔서… 말이죠.”

“술?”

“네에. 제가 입학할 때 담가둔 술이 마침 다 익어서, 3년간 잘 가르쳐 주신 것에 대한 답례로.”

트레이너는 술병을 조심스레 집어들고 이리저리 살폈다. 술에 대해 그다지 해박하지는 않지만, 얼핏 봐도 빛깔이 아름다운 것이 적잖은 정성이 들어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3년간의 답례…라.”

트레이너가 조금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이제 무테키가 졸업하고 나면 더이상 이제까지처럼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고 만 것이다. 


“...영광인걸. 하지만 이런 선물을 받아도 되려나? 내가 한 거라고는 무테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힘껏 발버둥친 것 뿐인데.”

괜스레 눈물이 차올라, 겸연쩍게 웃음지으며 무테키를 치켜세워보기도 한다. 하지만 되려 초짜인 자신에게 과분하기 그지없던 무테키의 존재가 더욱 크게 느껴져, 한층 더 울적한 기분이 될 뿐이다.


“그, 그런 말씀 마십시오! 무예 외에는 아무것도 할 줄 아는게 없었던 절 영광으로 이끌어 주신 것은 트레이너 님이십니다! 제 담당이 트레이너 님이 아니셨다면, G1 2승이라는 성과도 절대로 거두지 못했을 겁니다!”

그 말에 무테키가 펄쩍 뛰며 부정한다. 그녀는 그녀대로, 레이스에 대한 재능도 관심도 없던 자신을 빛나게 해준 트레이너야말로 엄청난 재능의 원석이라 여기고 있었으니까.


“고마워, 무테키. 그렇게 말해줘서. 무테키가 내 첫 우마무스메가 된 것은 내 인생 다시 없을 행운이야.”

“저… 저야말로 트레이너 님이 제 담당이셔서 3년간 행복했습니다. 앞으로 제 인생에 트레이너 님처럼 좋으신 분은 두 번 다시 없겠죠….”

두 사람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헤어지고 싶지 않다고, 가지 말라고 외치며 매달리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상대가 가지고 있는 한 줌의 호감마저도 바스라질 것만 같아 도무지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선물 고맙다고 조부모님께 말씀 전해줄래? 나도 답례로 뭔가 드려야겠네.”

먼저 입을 연 것은 트레이너 쪽이었다. 그는 어딘가 슬퍼보이는 얼굴로 술병을 힘없이 쓰다듬었다.


“아, 아닙니다. 답례하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받은 은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걸요. 다만….”

“다만?”

“...술 한잔 올리게 해 주시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3년간의 가르침에 대한… 제 작은 보답이라 생각하시고….”

“참 소박하네, 무테키는. 그런 것 정도야 얼마든지 해줄 수 있지.

마침 오늘은 더 업무 볼 것도 없으니 지금 해버릴까?”

트레이너가 피식 웃으며 찬장에서 작은 잔 하나를 가져온다.


“3년간 정말 많이 신세졌습니다. 트레이너님.”

“나야말로 3년간 신세 많이 졌어. 고마워, 무테키.”

트레이너는 술을 한 잔 받고 그대로 목 뒤로 털어넣었다.


“...!”

술이 목구멍에 닿는 순간 점막을 통해 뜨거운 열기가 퍼져나간다. 겨우 한 모금 남짓한 양이었음에도, 시야가 빙글 돌 정도로 술기운이 돈다.


“어으, 꽤 독하네. 맛은 있지만.”

트레이너의 호흡이 다소 거칠어진다. 술에 익숙지 않은 그에게는 꽤나 버거운 도수였지만, 무테키의 면전에 대고 불평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아무렇지 않은 체를 하였다.


“한 잔 더 올려드려도 될까요?”

“어? 한 잔 더?”

“네. 3년간의 답례로 겨우 한 잔 올려드리는 것이 어쩐지 아쉬워서 말이죠.”

“음… 두 잔 정도야 괜찮겠지.”

트레이너의 반응을 보고 시치미를 떼며 두번째 잔을 권하는 무테키. 거절당할 가능성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그럴싸한 핑계를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는다. 


“후우우우….”

두번째 잔을 연이어 비운 트레이너의 호흡이 한층 더 가빠진다. 얼굴에 붉은 기가 돌고, 눈의 초점도 흐려져 물체의 윤곽이 흐릿하게 뭉개진다.


“이제 된 것 같…”

“3년간의 인연이니, 3잔을 드리는 것이 맞겠지요.”

트레이너가 조금 어눌해진 발음으로 사양하지만, 무테키는 굴하지 않고 잔을 한 번 더 채웠다. 이미 반쯤 제정신이 아니었던 트레이너는 반사적으로 술잔을 비웠다.


“어으으.”

세번째 잔까지 비우자, 이제는 눈이 완전히 풀려 척 봐도 정상이 아닌 모습이 되고 말았다. 무테키는 그런 트레이너를 보며 죄악감을 느끼면서도, 슬쩍 일어나 그의 옆에 앉았다.


“트레이너 님은…”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작게 속삭이는 귓속말.


“저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제껏 몇 번이고 묻고 싶었지만, 이런저런 핑계를 대가며 도망쳐 왔던 바로 그 질문. 이 용서받지 못할 마음을 입 밖으로 꺼냈다는 그 사실만으로 가슴이 터질 듯 요동친다.


“무테키는…”

무테키의 귀가 쫑긋 선다.


“멋진 우마무스메야…. 귀엽다고도 생각해….”

다행히도 트레이너의 대답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긍정적이었다. 무테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트레이너에게 조금 더 가까이 붙어 앉았다.


“그, 그럼… 저와 남녀의 관계를 맺고 싶으시다는 뜻인가요?”

무테키의 목소리가 기대감으로 가득 찬다. 이 흐름이라면 트레이너와의 관계를 단숨에 진전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 그건 아니야….”

“앗….”

하지만 트레이너는 거절의 뜻을 내비쳤다. 크나큰 실망감에 무테키의 귀가 한순간에 접혀내려간다.


“왜… 왜죠? 생긴게 귀엽지가 않아서? 사귀어도 재미없을 것 같아서? 이런 답답한 성격이라서?”

무테키가 다급하게 묻는다. 싫어하는 부분이 있다면 어떻게든 고쳐서라도 트레이너의 마음을 돌려야 하니까. 졸업하기 전까지 어떻게든 그의 마음을 바꿔야만 하니까.


“무테키짱… 귀여워. 트레센에서 최고로 귀여워….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나…. 어른스럽고 진중한 성격이라 많이 의지가 돼….”

“엣? 그,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기쁘긴 하지만…! 그럼 더욱 이상하잖아요! 왜 사귀고 싶지 않다는 거죠?”

무테키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든다. 꽤나 노골적인 칭찬이라 적잖이 민망했던 것이다. 가능한 평정을 유지하려 노력하며 거절의 이유를 묻는 무테키.


“어쩔 수 없잖아…? 무테키짱은 나같이 평범한 놈에게는 너무 과분한걸….

무테키짱은 나보다 훨씬 더, 엄청나게 좋은 남자를 만나서 행복한 가정을 꾸려야 마땅하니까….”

“네? 그게 무슨…!”

트레이너의 대답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무테키는 트레이너가 이제껏 자신보다 아득히 높은 입장에 있다고 여겼는데, 오히려 트레이너는 스스로를 매우 낮게 보고 있었다.


“제가… 제가 트레이너 님을 좋아한다면요? 제가 당신의 연인이 되고 싶다면요?”

“후후… 무테키짱은 마음씨가 고우니까… 그렇게 말해줄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랬다가는 내가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할거야. 무테키짱의 친절함에 기대어 그녀의 행복을 빼앗는 짓은… 할 수 없어….”

무테키가 다급하게 솔직한 감정을 털어놓아 보아도, 트레이너는 한걸음 물러서며 선을 긋는다. 트레이너 스스로의 감정보다 자신을 우선해 주는 것은 기쁘지만, 그 결과가 실연이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꾸, 꿈이라면요? 꿈 속에서 제가 당신을 좋아한다고 해도 그럴 건가요?”

“꿈? 꿈이라….

참 행복한 꿈이겠네…. 꿈이라면… 조금은 제멋대로… 무테키짱을 껴안아 볼래….”

트레이너는 한가지 조건을 더 붙인 후에야 대답을 바꾸었다.


“꿈이에요. 트레이너 님은 지금 꿈을 꾸고 계세요.”

무테키가 트레이너를 껴안으며 서슴없이 거짓을 그 입에 담는다. 트레이너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한순간도 더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무테키짱 냄새다…. 무테키짱이 졸업하고 나서는 못 맡아보겠지….”

“...!”

트레이너 역시 무테키를 마주 감싸안으며 무테키의 목덜미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았다. 그는 무테키를 부서져라 껴안고, 그녀의 모든 면면을 만끽하고 싶다는 욕망을 거침없이 표출했다. 그동안 트레이너로서의 입장상 억눌려 있었던 만큼 더욱 강렬하게. 


머리를 쓰다듬고, 귀를 간질이고, 꼬리의 뿌리 부근을 톡톡 두드린다. 귓가에 좋아한다는 말을 속삭이기도 하고, 목덜미를 감싸안아 옴짝달싹하지 못하게도 만들고, 치마를 들추어 허벅지를 더듬기도 한다.


트레이너의 거침없는 스킨십에 무테키의 얼굴이 당장이라도 터져버릴 것처럼 붉게 달아오른다. 하지만 그녀는 눈을 꼭 감고 트레이너의 품에 더욱 깊이 파고들었다. 꿈에서도 그리던 이 순간을 조금이라도 더 생생히 느끼기 위해서.


“앗….”

그때, 트레이너의 아랫도리가 불룩 부풀었다. 조금 전 마신 술의 자양강장 효과가 이제서야 돌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무테키는 자신의 하반신을 쿡 찔러 들어올리는 그 감촉에 얼굴을 더욱 붉혔다. 술의 효능을 알지 못하던 그녀로서는, 트레이너가 자신과의 스킨십에 반응하여 흥분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나, 남성분들은 분명… 성적으로 흥분했을 때 이렇게 되는 거였죠…? 그렇다는 것은 트레이너 님이 제 몸에 흥분해 주셨다는 뜻….”

무테키가 트레이너의 품에서 슬쩍 빠져나와 당장이라도 터질듯 팽팽해진 바지를 조심스레 벗겼다. 덜덜 떨리는 무테키의 손이 바지의 지퍼를 내렸을 때, 흉악한 형태로 변한 트레이너의 물건이 거세게 튀어나왔다.


“....”

무테키는 그 흉물을 아무 말 없이 홀린 듯 바라보다가, 속옷을 벗어던지고 트레이너의 허벅지 위에 올라탔다.


“죄송합니다. 못할 짓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지금은 무슨 수를 써서든 트레이너 님을 제 것으로 만들고 싶어요.”

무의식 상태나 다름없는 트레이너를 범하기 위함이었다. 제아무리 고지식하고 둔감한 트레이너라도, 확실한 기정사실이 있다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리라는 계산이었다. 무테키는 심호흡을 두어 번 한 후 그대로 허리를 내렸다.


(대충 격렬한 우마뾰이)

(뾰이 도중 깨어나는 트레이너)

(아직 비몽사몽해서 꿈인 줄 알고 좋을 대로 움직이는 트레이너)

(너무 큰 쾌감에 힘이 빠져서 트레이너가 리드하는대로 메챠쿠챠 당하는 무테키)

(동시에 음양합일에 도달하는 무테키와 트레이너)


——————————————————


“저질렀다….”

트레이너가 참담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전라 상태로 곁에 누워 잠들어 있는 무테키를 보고 어젯밤 있었던 일을 떠올리려 하지만, 무테키가 준 술을 마셨던 이후로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술에 만취해서 졸업하지도 않은 제자를 건드리다니! 그것도 앞길이 창창한 무테키를! 겨우 나 같은 놈이!’

그동안 그렇게나 잘 참아왔는데 하필 졸업식을 며칠 남겨둔 바로 오늘 이런 사고를 쳐버리다니. 자신이 이런저런 징계를 받는 것은 둘째치고, 무테키의 앞길을 망쳐버렸다는 생각에 더없이 머리가 아득해진다. 무테키가 깨어나면 머리를 박고 비는 수밖에.


‘...예쁘다.’

멍하니 무테키를 바라보던 트레이너는 무심코 그리 생각했다. 고양이 같은 눈매, 윤기가 감도는 갈색 머리칼, 딱 보기 좋을 만큼 조화롭게 근육잡힌 몸. 언제나 아름다운 우마무스메라고는 생각했지만, 트레이너실 창문으로 새어들어오는 햇빛 아래에서 곤히 자는 그 모습은 무어라 묘사하기 어려울 만큼 아름다웠다.


“...으음….”

“!”

그때, 무테키가 눈을 끔뻑이며 일어났다. 트레이너는 화들짝 놀라 그녀와 거리를 벌리고 즉시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트레이너 님…?”

“무테키! 미안해! 어젯밤에 취해서 사고친 것 같아! 이 죄는 어떻게 해서든 갚을게!”

무테키는 필사적으로 사죄하는 트레이너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어젯밤에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고 얼굴을 붉혔다.


“아…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사과드려야 하는걸요. 죄송합니다.”

무테키가 트레이너에게 역으로 사죄한다. 트레이너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유도에 휘말린 피해자였으니까.


“무테키가 사과할 일이 아니야. 이유야 어찌됐든 내 잘못이니 무슨 짓을 해서라도 죄를 갚을게.”

하지만 트레이너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머리를 숙인 채로 연신 잘못을 빌었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입니까? 그, 그럼… 결혼해서 책임져 주십…시오. 그게 가장 원만한 해결책 같군요.”

무테키가 쑥스러워하며 조심스레 제안했다.


“어? 결혼? 하지만… 나 같은 놈이랑? 무테키가?”

이제서야 고개를 들고서 되묻는 트레이너. 꿈만 같은 제안이라 덥석 받아들이고 싶지만, 무테키에게 너무 큰 짐을 지우는 것 같아 망설여지고 만다.


“트레이너 님. 자신을 낮추지 마십시오. 저를 G1에서 두 번이나 우승하게 만든 것도, 포기하고 싶을 때 한 걸음 더 내딛게 만든 것도, 진정으로 달라지고 싶다고 마음먹게 만든 것도 모두 트레이너 님입니다.

전 그런 트레이너 님이 정말 좋습니다. 그러니 저와 결혼해 주십시오.”

무테키가 트레이너의 손을 마주잡으며 투박한 진심을 전한다. 말재주가 없는 탓에 다소 멋없는 고백이 되어버렸지만, 그런 만큼 그녀의 진심어린 마음이 생생히 담겨 있었다.


“저… 정말이야? 무테키? 내가 이런 짓을 해버렸는데도?”

트레이너는 무테키의 고백에 눈을 크게 뜨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애초에 제가 드린 술 때문인걸요. 무엇보다, 정말로 싫었다면… 얌전히 트레이너 님의 품에 안겨 있지도 않았을 겁니다.”

무테키가 트레이너의 마지막 한 조각 걱정을 말끔히 날려버리며 그를 일으켜 세웠다. 간밤의 일이 다시 떠올라 버린 탓에 볼이 발그레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여러가지로 순서가 잘못된 것 같긴 하지만… 좋아해, 무테키. 너와 함께한 3년간 정말로, 정말로 행복했어.

트레센에서 졸업하고 나서도, 쭉 네 곁에서 함께 걷고 싶어.”

더이상 연심을 숨길 필요가 없음을 깨달은 트레이너가 무테키를 부서져라 안으며 그동안 가슴에 품어왔던 감정을 전한다.


‘이것이 내 기나긴 여정의 종착지. 난 이 순간을 위해 줄곧 달려왔던 거구나.’

사랑해 마지않는 남자의 품 안에서 따스한 체온을 전해받으며, 무테키는 넘실대는 행복의 감정을 갈무리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과연 그녀의 조부모가 말했던대로, 음양합일의 끝에는 궁극이 있었다.


늘상 평행선을 달리던 서투른 두 남녀의 마음이 하나로 조화되어 합쳐진 그 날, 두 사람의 이야기도 하나되어 새로운 페이지를 열었다.


행복과 사랑으로 가득한 흔해빠진 이야기. 하지만 그 이야기를 함께 써내려가며 그 누구보다도 행복할 것임을 알기에, 두 사람은 더없이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


졸업식이 끝나고 트레이너와 무테키는 셋이서 무테키네 집에 인사드리러 갔답니다.


잘됐군 잘됐어


쓴지 1년 넘은 괴문서 CPR함.


댓글

  • 메에에여고생쟝下
    2024/10/27 12:45

    우우우우우 우마닸찌

    (hbMpQ5)


  • 카니에타
    2024/10/27 18:59

    메데타시 메데타시

    (hbMpQ5)

(hbMpQ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