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지난 촛불집회를 매주 준비하고, 진행을 한 수고가 큰 단체다. 그런 노고를 인정해서 독일 에버트 재단이 촛불시민에게 수여하는 인권상을 대신 받는 것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마도 거기까지였을 것이다. 시민들이 퇴진행동이 준비한 촛불 1주년 대회에 강하게 반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촛불집회 1주년을 맞아 퇴진행동은 여러 단체들과 연대하여 10월 28일 저녁 6시 광화문에서 를 연다는 결정을 기자회견을 통해 알렸다. 그러나 이에 대한 시민들 반응은 의외였다. 심지어 이 소식을 단신으로 전한 기사에는 ‘좋아요’는 단 하나도 없고, ‘화나요’만 191개가 찍혔다. 시민들이 퇴진행동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근본 원인을 말하자면 ‘촛불의 사유화’ 논란이고, 구체적으로는 퇴진행동이 발표한 28일 일정에 ‘청와대로의 행진’이 특히 문제시 되는 부분이다. 촛불은 적폐를 향한 분노였고, 청와대로의 행진은 그 의지를 담은 상징적 행동이었다. 그 행동을 지금 문재인 정부로 향하자는 일방적 제안에 동의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지난 촛불집회 때에는 목표가 너무도 분명해서, 퇴진행동이 나눠주는 피켓도 구호도 기꺼이 함께했지만 몇 달이 지나고 느닷없이 동의할 수도 없는 제안을 내놓은 것에는 분명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지지율 70%를 넘나드는 대통령이 일하는 청와대로 가서 경고니, 항의를 하자고 하는 것부터가 공감을 얻기에는 독선이 지나쳤다.
무엇보다 “촛불시민이 명령했던 개혁 과제가 단 2%만 완료됐다”는 퇴진행동의 주장부터가 너무 앞서간 것이라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제 5개월이 지났다. 여소야대의 구도 속에 정부 구성조차 난항을 겪으면서도 적폐청산의 임무를 게을리 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았다. 현재도 적폐청산에 열을 올리는 상황에 청와대로 촛불행진을 한다는 것이 과연 적폐청산과 적폐수호 어느 쪽에 힘을 실어줄지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퇴진행동 포스터와 시민들이 만든 포스터23일 기자회견을 통해서 발표된 퇴진행동의 계획에 반발하는 시민들은 퇴진행동의 페이스북에 비난과 항의글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다. 또한 SNS와 커뮤니티에도 비난글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촛불은 내가 들었는데 생색은 왜 너희가?”라는 내용의 글들이 자주 보인다. 또한 일부는 SNS를 통해 즉각 집회 포스터를 만들어 배포하며 “그럴 바에는 여의도로 가자”고 맞불 집회를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실제로 시민들은 여의도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촛불집회에 퇴진행동이 했던 일들과 공로를 부정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촛불1주년 계획은 실패작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퇴진행동은 12월 5일 독일 에버트 재단의 촛불시민 인권상을 대리 수상할 예정이다. 촛불 1주년 논란 속에 모두가 반긴 인권상 수상의 자격, 의미가 흔들리고 있다.
인권상 대리수상 자격 취소했으면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