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977년 1월. 장소는 한국.
경기도 연천에서 여친과 데이트 중이던 어떤 미군(고고학 지식 있음)이 희한하게 생긴 돌을 발견한다.
놀랍게도 그것은 구석기 시대의 유물인 주먹 도끼.
서양 학계 :
유럽과 중동에만 있는 줄 알았던 아슐리안 주먹도끼가 한국에서도 발견되다니!
이건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었던 인류 문명의 발전사를 뒤집는 역변이야!
옆 나라 일본 :
데뎃?! 한국에서 27만 년 전* 구석기가 발견되었다고?!
위대한 대일본에도 없는 구석기 유적이 어떻게 미개한 쵸우센진 땅에 있을 수가 있어!
* 발견 당시의 추정치. 현재는 학자마다 추정이 다름
후지무라 신이치 :
당연히 그럴 수는 없습니다!
일본 :
당신은... 미야기에서 4만 년 전 유물을 발굴해낸 고고학자, 후지무라 신이치?
후지무라 신이치 :
그렇습니다. 이제 안심하십시오.
제가 무려 70만 년 전의 구석기 유물을 토호쿠 땅에서 발굴해냈다 이겁니다.
일본 :
에에엣! 슥고이! 역시 대일본이야!
문명의 발상지로 여겨지던 메소포타미아보다도 앞선 고대 문명이 다름아닌 일본에 있었다는 것인가?!
후지무라 신이치 :
그 뿐만 아니라 제가 최근에 또 다른 유적지를 발견했는데...
대충 80만 년 전 쯤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암튼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일본 :
신의 손(神の手) 후지무라! 일본 고고학계는 당신만 믿겠소!
교과서에 실어드리는 건 물론이고, 토호쿠 지역 예산까지 끌어다가 팍팍 지원해드리리다!
후지무라 신이치 :
걱정 마십시오. 이제 일본은 전세계 고고학의 중심이 될 겁니다.
...그러나 일본이 전세계 고고학의 중심이 되는 일 따위는 없었다.
70만 년 전은 개뿔, 자기가 직접 만든 2000년산 싱싱한 석기를
스스로 땅에 묻어 발굴해내는 미친 똥꼬쇼가 언론에 포착된 것이다.
일본 열도는 당연히 패닉에 빠졌고, 후지무라는 고고학계에서 제명당했으며,
교과서는 개정되고 책은 절판되고 유물들은 폐기처분되는 등 큰 혼란이 일어났다.
그 이후로 일본 역사학/고고학계 또한 위상이 바닥까지 떨어져
유물의 연대를 측정할 때는 외국 학자(특히 한국인)를 초빙하는 것이 관례가 되었다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