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천국 코하비닷컴
https://cohabe.com/sisa/403764

내가 너를 좋아하면서 느낀 작은 것들

관심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해도 내 쪽으로 돌리기 어렵다는 것


내게 없는 사랑을 남에게 줄 수는 없기에, 아직은 내가 사랑불능자인 걸 안 것

자주 안 보던 책을 네 덕에 읽게 된 것

그 책을 통해 단 한 마디라도 더 하고 싶었던 나를 발견하는 것

네가 정말 못났다고, 못생겼다고 생각하려고. 그러면 좀 잊기 쉬워질 것 같아서 네 못난 점만 보려고 하는데, 더 예쁘게만 보이는 것

마지막으로 봐야지 하고 모임에 나갔는데 네가 더 진해지기만 한 것

둘이서 시작한 연애가 아닌 짝사랑이기에 나 혼자 두 배 이상의 노력을 해서 끝내야 하는것 

내가 널 좋아하는 동안 생긴 네 남자친구에 대한 질투와 시기, 부러움

답을 알고 싶지 않은 질문을 던지고 상처받는것

만난 적도 없이 헤어졌고  가까워진 적도 없이 멀어졌다는 것

인간관계에 주파수 맞추기와 가까워지는 속도 맞추기는 언제나 어려운 일이었고, 이번도 그랬음을 깨달은 것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너를 좋아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데도 네가 좋은 것

외모도 이상형이 아니었고 

약속도 아예 잊기 일쑤였고 

너는 나랑 무난하게 친한 사이로 지내려 한 게 보이지만 난 그게 머리로는 알아도 어려웠다는 것

나에게 관심이 없는 게 보였고, 내가 할 수 있던 일에만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알지만

내가 재미있는 일을 하는 사람같지만, 사람 자체는 정말정말 재미없는 사람이라는 것

사람들이 생각하는 '예술 좋아하는'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고 외향적이고 활기차지는 않다는 것. 

너도 나도 가장 보통의 존재라는 것

문제는, 네가 한번 특별해 보인 이후로는 내가 직접 눈으로 봐온 보통의 사람의 것들도 잘 와닿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쓰지 않은 수많은것

너는 선인도 악인도 아닌 것

나도 선인도 악인도 아닌 것

말 한 마디, 말을 걸기 위한 대화를 하고 무뚝뚝하게 '그렇구나' 라면서 자체종결을 하는 나를 정말 정말 한심하게 보게되는 것.










그냥 어쩌다 그렇게 너를 좋아하게 된 것

잡힌 적도 없는 너를 혼자 놓으려고 바둥거리는 나를 보는 것 
댓글
  • 치어럽베이비 2017/10/16 13:44

    오유인의 애환을 문학적으로 승화시킨 훌륭한 글!!

    (UTtq3A)

  • 돈두댓노노 2017/10/16 18:54

    공감되네요 ㅎ 힘내세요 짝사랑은 맘이 아프죠

    (UTtq3A)

  • 오☆리 2017/10/22 16:43

    마지막에 여운이 깊네요..

    (UTtq3A)

  • 레몬상어 2017/10/22 16:56

    의식적으로 짝사랑에 빠지지않게 처음부터 마음을 다잡는 연습을 하세요.

    (UTtq3A)

  • 자전거가여친 2017/10/22 17:33

    만난 적도 없이 헤어졌다는 말이 와닿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UTtq3A)

  • 보검is뭔들 2017/10/22 21:50

    글에서 사랑이란게 느껴지네요.
    좀 나이가 들다 보니까요... 이것저것 따지게 되는거에요. 만나기도 전에... 외모든 직장이든요.
    근데 웃기는건 저런 조건들이 머리에 맴돌면서도 조건없이 사랑하고싶다는 생각이, 그런사랑이 진짜 순수한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은 마음이 따뜻하고 노력하면서 사는 사람이면 되는데 그걸 알기가 힘들어서 조건이라는걸 고려하는거같기도 하구요... 그냥... 그분 부러워요. 근쓴분같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다는게. 아 외롭다

    (UTtq3A)

  • 네모네모멈뭄미 2017/10/23 02:09

    마지막줄이 너무 마음이 아프다
    나도 저런 아픈 사랑을 하고 싶은데
    지금 당장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은데
    사랑하고 싶은 상대는 보이진 않고 눈만 높아져가고...ㅠㅠ

    (UTtq3A)

  • 손톱깍이 2017/10/23 03:09

    보낸다는건 내가 가졌던거겠죠

    (UTtq3A)

  • 크르르르르르르르 2017/10/23 03:13

    지금제가 저런 상황=글쓴이처럼 짝사랑하는중이라..심지어 저도 예술하는 친구를 조아하거든요
    이제 정떼야지 하고 그냥 그친구의 일을 보려고 갓다가 더 좋아져버리고 그친구가 마음에 들어오고난 뒤부터 아무도 안보이고...객관적으로보면 이렇게까지 좋아할 아이가 아닌뎈ㅋㅋㅋㅋㅋㅋ친구도 그러면서 제 등짝 엄청 팹미다 ㅋㅋㅋ
    후우...한자한자 새기듯 읽엇어요

    (UTtq3A)

(UTtq3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