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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남의 멜랑콜리

 
 
 
이사한 지 이틀 째 되는 날 나는 몇가지를 깨닫게 되었다.
아침까지는 사람이 있어서 잘 몰랐는데, 사람이 없으면 한없이 우울해 진다는 것이다.
사실, 지금도 그렇다. 굉장히 우울하다. 그래서 죄송스럽게도 이곳에 또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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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 있을 적에는, 그저 말 없이 술을 마시거나 떠들면서 마셔도 외로운 것을 잘 알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나 혼자 남겨졌을 때 나는 도저히, tv를 켜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게 되었다.
원래 나는 예능을 잘 보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예능을 보게 된다. 혼자 마우스를 달각거리며 게임하는 것 보다도,
예능을 보면서 혼잣말로 '이야~' 하거나 '그렇지그렇지' 하고 맞장구를 치게 된다.
그렇게 말하는게 바보같아 보이긴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도무지 혼자서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술을 마셨다.
사실 술을 마실 생각은 없었다. 밥을 먹을 생각도 없었다.
 
나의 이사를 도와준 동생은 오늘 아침나절까지도 우리집에 있었다.
그래서 그 친구를 데려다줄 겸 차로 부산대까지 가서 '밥장인 돼지찌개' 라는 곳에서 밥을 먹고 떠들어댔다.
그 친구를 집에 보내고 나서 나는 혼자가 되었다. 운전대를 잡고 오는 길에 줄담배를 피웠다. 라디오를 듣고 싶었다.
하지만 라디오 주파수를 알지 못했다. 나는 바람소리를 소음 삼아 담배를 피우며 집으로 왔다.
 
 
그래서 생각은 없었지만 치킨을 시켜 먹었다. 뭔가를 해먹기에는 늦은 시간이였기 때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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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쪽지에 대해 할 말이 있다.
이 쪽지는 어제 집들이 겸 친구들을 불렀을 때 먹을게 없어 족발을 시켰는데, 그 때 종업원이 손님인 나에게 쓴 메세지였다.
나는 이것을 아주 소중하게 간직할 생각이다. 당연히 이 종업원이 나에 대해 알지 못하고서 호감을 가지고 이 쪽지를 썼을리는 절대 없다.
그러나, 나는 거기에 아주 작은 환상을 더 해보기로 했다. 누군가 나에게 힘내라고 이야기하는 메세지로 받아들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런 메세지는 아주 오랜만에 받아보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손글씨로 무언가를 누구에게 전달해 준다는 것은, 정성이라는 것 없이는 힘든 것이다.
그 정성을 휴지통에 버릴 수도 없다. 누군가는 나의 정성을 휴지통보다 못한 곳에 버렸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사실 솔직히, 힘들다. 웃긴 척을 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려고 해도 혼자 남겨졌을 때의 고독과 텅 빈 방에 울려퍼지는 내 작은 목소리의
메아리조차 이 방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은 그다지 좋은 일이 아니다.
 
때로는 이를 악물고 버텨야 할 때도 있다. 그게 단 오늘 하루만에 일어난 일이다. 앞으로 나는 얼마나 많은 고독과 외로움을 견디며 싸워야 할까?
그 고독의 끝과 외로움의 말로는 무엇이 되어 있을까. 술이 오른다. 나는 업로드 버튼을 누르고 다시 술을 마시러 간다.

댓글
  • 커피카라멜 2017/10/22 21:40

    힘내세요. 혼자 술 자주먹기에 소주보단 맥주가.나아요. 평안한.밤.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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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르부르 2017/10/22 21:57

    행님. 지나갑시다.. 물이듯 술이듯 지나갑시다.
    지나고 웃으면서 돌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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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궁금이 2017/10/22 22:05

    힘내세요. 저도 예전에 엄청난 배신으로 오래사귄 남친과 헤어졌을때 집에 혼자있는게 너무 무섭고 외롭고 우울하고 가슴이 미친듯이 뛰고..그런경험이 있어서 글쓴님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수있을것같아요. 힘드실때마다, 뭔가 얘기하고싶을때마다 게시판에 글 써주세요. 진심으로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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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qetuoadgj 2017/10/22 22:14

    토닥토닥
    힘내시길.정 외로우시다면 소동물추천드려요.
    집비우는 시간이 길지않으시다면 반려동물도 좋아요배신하지않고 주인에게 무한한사랑을 주죠.
    행복하시길.나아지시길.꽃길만걸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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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질추구 2017/10/22 22:17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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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곰 2017/10/22 22:19

    보면서 느끼는데 혼자지내는법도 연습이필요한거같아요
    제 주변에 정말친한친구 한명이있는데 그친구는 집에혼자있는걸 병적으로싫어해요 사람이항상옆에있어줘야마음이안심이되고 외로움을안타게되요.
    사회적동물이라고 들었어요 사람은. 같이있능게당연히 좋고 소통하는게 기쁜건 알지만 언제나 누군가함께있을수 없다는걸 인지해야할텐데요..ㅜㅜ 형님도 좋은사람이란건 짧은글로나마 느껴집니다. 혼자있는연습 .. 행동보단 마음가짐을가지는 연습 한번해보세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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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ESoul 2017/10/22 22:22

    부산지역 99.9 knn 103.7 kbs1라디오입니다.
    mbc는 파업중이라 노래밖에 안나와서 참고하시ㄹ올립니다.
    혼자란게 익숙해지기가 시간이 좀 걸릴테죠.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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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검객 2017/10/22 22:25

    가까운 절이나 교회 다니시며뉴좀 나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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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amyammio 2017/10/22 22:26

    비슷한 상황이라 어느덧 이글을 읽으며 위로를 받고 있네요 나도 적어보려 했는데 저는 글제주가 없어 포기하고 님 글로 대리만족 겸 위로를 받는 기분 까지 드네요 뭔가 동지 ~같은 느낌도 들고요 저도 혼술 하며 오유에서 많이 시간을 보냈었 어요 글 읽었느니 저도 뭔갈 좀 먹으려고요 화이팅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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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몽삼아 2017/10/22 22:31

    아 저도 그 집에서 시켜 먹은적 있습니다 ㅇㅇ
    그때도 손글씨로 쪽지를 받았네요 ㅎ
    작은 정성이지만 기분은 좋아지더군요
    좋은 한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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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빛_날개 2017/10/22 22:32

    술은 외로움과 우울함을 강화시킵니다.
    그걸 감안하고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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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하 2017/10/22 22:33

    다음 주말엔 칼세트 사러가서 후기남겨줘요 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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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꾸물 2017/10/22 22:34

    진짜 글 잘쓰시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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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쵸코냥이 2017/10/22 22:36

    화이팅 ^^ 적절한 취미생활 찾아보세요 아님 애완동물하나정도 키우시는것도 좋으실듯해요
    집에 왔을때 혼자라는 느낌이 없어요
    힘들때 울거나 지쳐있을때 위로도 해줘요
    힘내세요
    그리구 글자주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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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in2 2017/10/22 22:38

    소모임이라도 찾아다니면서 사람들과 어울리세요.
    혼자라는 시간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혼자 있다보면 자꾸 익숙해져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져요. 문제는 혼자가 싫으면서도 자꾸 혼자 있게되는....그러다 우울증도 오구요.
    종교생활이든 취미 소모임이든 자꾸 사람들 대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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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랑빠 2017/10/22 22:42

    어차피 인생은 혼자 가는것 같아요..
    남들보다 조금 먼저 혼자 지내는 연습한다고 생각하면 맘이 조금더 여유로와 지더라고요..
    주말내내 혼자 있었는데 시간 지나면 할만 할거 같아요
    화이팅 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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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압도적인똘끼 2017/10/22 22:44

    혼자 밥먹는 게 습관이 되서 그런지 시켜먹는 게 익숙해졌습니다 어느샌가 또 해먹기 시작하죠 또 그러다 시켜먹고 있는 자신을 봅니다 지금 저도 불꺼진 방에 혼자 누워 자그만한 탭으로 유튜브를 보다 습관적으로 오유를 보고 있네요 이렇습니다 혼자만의 시간이라는 거ㅎㅎ공감은 안 되시겠지만 애가 없어서 다행입니다  보통 주말이면 동네 뒷산이라도 다녀오는데
    오늘은 그냥 왠종일 밥먹고 영화보고 또 밥먹고 영화보고 이러다 열시네요 노동자님 좀 울어도 됩니다 울어야 잠깐이라도 좀 괜찮습니다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노..하지만 그럴 수 있는 게 사람입니다..
    힘드시겠지만 시간에 몸을 맡겨보시길 바랍니다
    술드시는 것도 좋은데 몸 상하지 않게 잠을 잘 자도록 부단히 노력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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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ムゲン 2017/10/22 22:46

    꾸준히 올리시는 글 보면서 마음으로만 응원했는데..글이나마 전하는게 맞는 것 같아 씁니다. 힘내세요. 그리고 다른 분들이 쓰신 내용처럼 술은 적당히...저도 힘들때 술을 자꾸 찾았는데 힘든 때 시간을 빨리가게 하긴 하지만 답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힘들 때 어쩔 수 없이 자기도 모르게 자꾸 손이가긴 하시겠지만..훌훌 털었을 때 축하주로 드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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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밋 2017/10/22 22:58

    사람도 좋지만 애완동물과 sns가 도움이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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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hdiddl13 2017/10/22 23:13

    라디오 말고 팟빵 앱 다운 받아서 팟캐스트 들으세요. ㅎㅎ 팟캐는 종류가 많아서 시사가 강세이긴 해도 요새 핫한 김생민 영수증도 잏고,  컬투쇼도 팟빵에 업로드 되니까요.
    저는 냥이랑 사는데 딸같고 넘 좋습니다. 동물 좋아하신다면, 고양이라 다해이야 이런 카페에서 탁묘를 한달쯤 해보시는 것도 어떨까 해요. 그 기간동안 여행이나 이사 같은 거 땜에 잠깐 고양이 맡아줄 사람 찾는게 탁묘거든요. 출퇴근 때 항상집에서 기다려줄 따끈하고 말랑한 털복수이 넘 좋습니다. 개냥이로 구해서 잠시 같이 지내시면 외로움이나 괴로움도 좀 줄지 않으실까요.
    암튼 방금까지 면봉으로 고양이 귀의 지지한 거 닦아서 깨끗하게 해주고 이글 읽어서 남겨봅니다. 아유, 우리 딸은 귀도 이쁘고. 순해서 면봉도 잘 참아 주고. 매순간이 즐겁고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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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피곤녀 2017/10/22 23:15

    전편의 그 돌은자분을 소환하고싶네욤 ㅠㅠ 두분 케미에 엄청웃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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