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5년 전 맨손으로 내려왔을 때와는 달리
방을 구할 정도의 현금과 받아야 할 미수금액이 많았다.
나는 급한 김에 몇명의 채무인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돈을
좀 당겨 받았다. 이자를 받지는 않았지만 금전적으로
일시적 곤란에 처한 지인들에게 빌려준 돈이 있었기
때문이다. 금액은 십 몇만원부터 몇만원까지 다양했다.
그것도 모으니 제법 되었다.
회사에 대략적인 사정을 이야기해 트럭 한대를 배차받았다
보증금 잔금을 치루고 마침내 집주인에게 큰 짐을 가져다
놔도 된다는 확답을 받은 후 나는 이불과 의자를 사러
변두리의 매장으로 향했다.
이불 한채가 만원이라는 플랜카드가 걸린 매장에
들어서자 주인이 웃으며 맞았다.
"뭐 보러 왔는교?"
"이불 깔거하고 덮을거랑 배게 몇개 좀 보입시더"
"요는 싱글 이만오천원 저는 더블 삼만원"
"아까 보이까네 만오천원짜리도 있다드만"
"그건 싱글"
"내한테는 이만오천원이라 안했는가예?"
주인이 아차 싶은 표정이다. 내가 팔짱을 끼고 쳐다보니
그제서야
"아 그 만오천원 짜리는 내가 안갖다놨지 오늘"
하더니 깔깔 웃는 것이다. 하지만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다.
그래 어디까지 닦을라하나 하는 호기심이 들었을 뿐이다.
"됐고 더블 얼마라고예? 삼만원? 저거 하나 하고
이불 저 이만오천원짜리 하나..."
"아이고 오만원짜리 밍크도 있는데 머할라꼬?
밍크하이소 밍크"
하면서 말하지도 않았는데 내 말을 자르고 이불을
담으려고 하는 것이다.
"됐소. 세상천지에 오만원짜리 밍크가 어뎄노.
그기 밍크가 개털이지. 저 이만오천원짜리 담으소."
"아니 그래도 추울낀데.."
"내 얼어죽든가 더워죽든가 알아서 하니까네 저거 담으소."
주인은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는 눈치로 멋적게 웃으며
내가 말한 매트와 이불을 담았다.
"저 사천원짜리 베개도 세개 담아주이소."
이제 주인은 말이 없이 내가 말한 배게도 담았다.
"다 해서 칠만이천원이네예."
나는 지갑을 들고 가만히 주인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주인이 "내 이천원 빼주꾸마 현금으로 하모"
하길래 웃으며 말했다.
"보소. 삼만원에 이만오천원이면 오만오천원이고
사천원짜리 배게 세개면 육만칠천원인데 우째 그게
그런 계산이 나오노 이말입니더. 내가 틀렸어예?"
"아 내는 그...."
주인은 자기가 계산을 잘못했다던지 날이 춥다던지
하면서 말을 빙빙 돌리다가 마지막엔 자기가 실수했다고
말했다. 결국엔 육만칠천원이였는데, 나는 육만오천원을
주었다.
"아까 이천원 빼준다했지요? 그라고 카드수수료 7프로
잡았으모 더빼줘야지. 하기사 카드현금가 다른것도
불법인건 알지예? 눈탱이 치지말고 정직하게 남가가
장사하소. 가격후리지말고."
"아이다. 은제 후렸노. 아 총각 까칠하네. 미안타."
주인은 더 상대하기 싫다는 듯 돈을 받고 뒤돌아섰다.
나는 차에 이불을 실어 새 집으로 향했다.
내가 처음 이 동네에 왔을 때에는 할 말을 하지 못했다
억센 지방사람들은 때로 교활한 구석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어 많은 피해를 본 적도 있었다.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말이 험해져가는 망할년도 한몫했고, 새로운
사회친구들 중 일부도 나에게 어떤 금전목적을 가지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나도 어느순간 정신을
차리고 살게 되었다.
내가 아직까지도 하나 망할년에게 고마운것은
그런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잘 살아남는 법을 알려줬
다는 것이다. 그런 정도로 이 자리를 빌어 한번 더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하지만 뒤통수맞지 말고 살라고 신신당부하며
제일 걱정했던 인간이 내 뒤통수를 제일 세게 후렸으니
인생이란 참으로 아이러니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텅 빈 방을 대충 닦고 잠들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아직 가고싶지 않은 그 동네에 남은 짐이 있어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돌렸다. 이제 정말로 마지막이다.
축제의 끝에 선 망할년은 나와 어떤 대화를 하게 될까.
https://cohabe.com/sisa/40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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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든 일을 마친 뒤에야 밥을 아직 안먹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뭔가 차려먹기에는 너무 늦었다. 편의점에서 천삼백원짜리 주먹밥과 오백원짜리 물을 샀다. 현금으로 계산하려고 했는데 오랜시간 가방을 뒤졌지만 끝내 백원이 모자랐다.
"미안합니다. 만원짜리로 드려야겠네예"
나는 알바분께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알바분은 조금도 싫은 내색 없이 괜찮다고 해 주었다. 망할년도 한때는 내가 실수하고 실패해도 그렇게 웃으며 괜찮다고 해 주던때가 있었다. 문득 한숨이 나왔다.
아오 이불가게아줌마ㅋㅋㅋㅋㅋㅋㅋㅋ 쌍욕 안하신게 대단하시네요.
행복하세요
사는게 희노애락이 없겠냐만은..인생ㅈ되기전
발빼는건 신이주신 마지막 기회라생각되요~
행쇼~!!
소설인가요?? 글이 너무 맛깔나네요
이불가게 망해라!!!!!!!!!!
글쓰셔도 되겠어요. 상처를 객체화 하는 과정이시겠지만... 그동안 쓰신 글도 그렇고, 굉장히 필력이 좋으시네요.
잘 견디시는 것 같아. 지켜보는 사람도 힘을 얻고 있어요. 건강 지키시길.
그러니까 깍아주는 집, 쉽게 깍을수 있는 집은 가지 마세요.
정찰제가 가장 속편합니다.
깍아주는 집은 이미 깍아줄만큼 가격을 올려놓고 파는 것이고
쉽게 깍을 수 있는 집도 이미 그 가격을 생각하고 적어둔 집입니다.
신상품 할인이란게... 솔직히 웃긴말 아닙니까?? 새로 만든 상품인데... 가격책정 실패 상품이지...
이월 상품 할인, clearance 할인은 이해가 되는데... 왜 신상품인데 할인이냐?? 그냥 가격을 적정하게 붙여놓던지...
아주 좋은 소설의 도입부 같네요. 행복한 내용들이 펼쳐지길 기원합니다.
저 사투리대화를 좀 봐요...그냥 소설책인데...
진짜 글 잘쓰시네요
끼니는 꼬박꼬박 잘 챙겨드세요.
맞아요. 밥은 진짜 꼬박꼬박 챙겨드세요!
이러면 안되지만 재미있어요 ^^;; 음성으로 들리는느낌? ㅋㅋ
님아 힘내소
끼니는 잘 챙겨드세요
님의 글을 볼때마다 뭔가 주저하고 뭔가 기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아직 놓지 못한 얇디 얇은 끈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