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와 서인 세력이 마치 청나라를 배격하는 행동을 보이고, 군사 준비를 했으면 모를까.
사실 그렇지도 않았어요. 오히려 청나라를 대비한 준비는 광해군 대와, 이괄의 난 직전 인조 시절입니다.
영화 '남한산성' 보면, 조선군이 청나라군이 가지고 있지도 않은 조총병들이 주력에 나서는 것도,
광해군이 '저 오랭캐들 무서워. 저 오랑캐들 막아야 해'라고 해서 일본에서 대량 수입하고, 자체 생산력 늘리고 합니다.
편제가 일거에 궁수+창수에서 조총수로 완전히 바꾸는 것도 관해군 때 일이예요. 말타고 달려오는 기마병들을 막는데
는 궁수나 창수보다 조총수가 짱! 이라는 생각에 그렇게 만든거고, 당시 조총 부대는 일본과 버금가는 정도로 육성합니다. (근데 사라하 전투에서 순식간에 모래처럼 사라지죠...)
광해군이 주도했던 중립외교도, 실상은, 여진 그러니깐 후금 편드는게 아니었어요. 오히려 저 오랑캐들 적대해서 나온 외교 전략입니다.
저 오랑캐 놈들 무서우니, 어찌 어찌 전쟁 안 나게 해보자였고, 명나라에 대한 사대로 선조 뺨치게 해요. 아예 광해군은 조선 팔도에, 명나라 사신 오는 길 마다, 명나라 숭배비 세우고, 임진왜란 참전 장수 비석 세우고 합니다. 광해군도 명나라 책봉 못받고 있었고, 명나라 조정도, 둘로 나뉘었는데, 이게 왕위 계승권 다툼이라 서자 출신 광해군 왕으로 인정하면, 명나라 조정 주 세력이 밀던 정통파 황자를 태자로 못세우는 터라 광해군이 명나라 사서에서도, 논란의 중심에 서 있게 됩니다. 광해군도 나름 엄청나게 명나라 사대 했어요. 그런 이유로.
인조 정권이 정묘호란 터지고, 나온 반응이 "저네들 왜 저럼??? 우리가 뭐 잘못함? 빨리 잘못한 거 있는지 찾아보삼"입니다.
말은 숭명배금 말은 했지만, 현실적으론 후금에 나름, 굽신도 하고, 잘 지내자라고 저자세로 나간 게 인조 정권이예요.
문제는 인조정권과 광해군 밀던 대북정권의 현실 파악인데, 인조정권의 서인은 명분론에 목숨 건거고, 광해군 대북 정권은 현실론을 택한 차이입니다. 서인 정권이 말한 명분론도 엄청난 현실적 준비가 아니라, 사실, 모문룡 지원이 서인 정권의 마지막 남은 명분론 자존심이었고, 이 모문룡 지원이 청나라 심기 건든거예요. (사실 알고 보면 모문룡하고 청나라하고 나름 짝짝꿍했다는..)
역사 학자 대부분은 광해군이 있었더라도, 정묘호란, 병자호란은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로 판단합니다. 호란이 일어난 가장 중요한 이유는, 후금 그러니깐 청나라 내부 문제가 원인이였다는 분석인거죠. 후금이 갑작스레 팽창하는데, 사실 후금이라는 나라가 시스템이나 경제적으로 자신들이 일궈낸 팽창력을 감당할 수준을 이미 훌쩍 넘어선 상태였고, 그런 상황에서, 명나라까지 교역 금지까지 하다보니, 당시 청나라는 내부에서 엄청난 고난을 겪게 됩니다. 식량 부터 부족해서 굶어죽는 사람들 나오기까지하고,
청나라가 조선을 친 거는 식량, 경제적 문제가 제1원인입니다. 군사적 역량은 플러스 알파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