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토키는
문이 완전히 열리는 짧은 시간 동안
연속해서 10발을 쏘았다.
오른손에 들고 있던
PT92의 탄창을 전부 비워 버렸다.
처음
CCTV 카메라에 쏜 한 발을 시작으로
문이 열리며
시야가 확대되었고,
확대된 시야에
머리가 들어올 때마다
그곳에 총을 발사했다.
복도의 조직원들이
연사라고 생각했던 총알 하나하나는
전부 조준 사격이었다.
잇토키는
순식간에
CCTV 카메라 한 대와
복도에 있던 조직원들 중 9명을 처리했다.
10발의 탄환을 전부 쏟아 낸
PT92는
뜨겁게 달궈져
매캐한 화약 냄새를 내뿜었고
슬라이드는 뒤로 밀린 채로 고정되어 있었다.
손의 힘을 풀자
사명을 다한 PT92가
바닥으로 자유 낙하했다.
허리춤에 꽂아놓았던
제리코 941F가
이제 비어버린 오른손의 그 자리를 대신했다.
“열 일곱, 열.”
잇토키는
이제 다 열린 문을 지나
복도로 나갔다.
복도에
몇 명이 있었는지 알진 못했다.
그저
보이는 대로 쏘았을 뿐이다.
9발의 탄환으로
9명의 머리를 뚫어 버렸고,
더 이상
멀쩡한 머리가 보이지 않았기에
복도로 나간 것이다.
잇토키가 걸어 나가자
복도 왼쪽에서
조직원 하나가 뛰어 나왔다.
12층 복도에 있던
13명 중에서
살아남은 네 명 중 하나,
다행히도
잇토키의 시야 사각지대에 있던 조직원이었다.
자신이
얼마나 행운아였는지 알지 못한 채
그는
자신의 복을 발로 걷어차 버리며
복도에 몸을 노출했다.
그의 복도 맞은편
사각지대에 있던
또 다른 조직원도 몸을 움직였다.
그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그에 호응하여
바로 움직인 것이다.
훌륭한 반응 속도와
대응이었다.
그 결과
앞선 동료보다
불과 1초 안팎의 차이로 몸을 내밀 수 있었다.
그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도로 빠르게 뛰어나왔다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랬다.
그러나
감각의 날을 날카롭게 세우고 있는
잇토키에게는
그들이 뛰어나오는 모습이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차례차례 보는 것처럼
느리게 보였다.
잇토키는
들고 있던 제리코로
먼저 뛰어 나온
조직원의 머리를 맞춘 다음,
바로
반대편에서 달려 나온 조직원의 머리도 뚫어버렸다.
제리코,
베이비 이글에서 발사된
45구경 탄환은
PT92에서 발사되었던
9mm탄환보다
더 큰 소리를 내며
더 빠른 속도로
두 사람의 머리를 뚫어버렸다.
그 모습을 보지 못한
또 다른 조직원이 머리를 노출했다.
몸을 움직인 그 순간
무언가 잘못됨을 느꼈지만
이미 움직인 몸을 되돌릴 기회는
그에게 남아있지 않았다.
그의 머리가
복도로 채 다 나오기도 전에,
그의 시야에
잇토키가 들어오기도 전에,
잇토키의 45구경 탄환은
이미 총구를 떠났고,
일부만 노출된 그의 얼굴,
정확히는 이마에
45구경 탄환의 운동에너지가 그대로 전달되었다.
“열 일곱. 일곱.”
3명을 더 처리했다.
감각이
아직 한 명이 더 남아있다는 정보를 알려 왔다.
앞으로 발을 옮겼다.
남은 자가
나를 쏘려면
스스로를 노출해야 한다.
노출을 하면
내가 먼저 쏠 수 있다.
복도 끝에서
총을 든 손 하나가 삐져나왔다.
벽 뒤에 숨어서
조준하지 않고 쏘겠다는 의도일 테지.
좋은 선택이다.
조준하기 위해 머리를 내밀면
바로
머리에 총알이 박힐 테니.
잇토키는
그런 생각을 하며
그 튀어나온 손목에 총을 발사했다.
560줄(J)의 운동에너지를 가진 45구경 탄환은
깔끔하게
그 손목을 끊어 버렸다.
“열 일곱. 여섯.”
잇토키가 작게 속삭였다.
그는
빠르게 수를 헤아렸다.
12층 회의실에서
검은 양복 3명,
회의실 밖의 CCTV 한 대와 9명,
그리고
복도로 나오면서 3명을 처리했다.
전부
머리에 총알을 박아 넣었다.
그리고
방금 전
한 명의 손목을 끊었다.
확대된 감각에
더 이상의 적들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손목이 날아간 자의 ㅅㅇ소리만이
12층에서 잡히는 유일한 소리였다.
16명.
잇토키는
12층에
총 16명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애매한 숫자였다.
적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많다고 할 수 있는 숫자도 아니었다.
11층에도 몇 명이 있을까?
건물 밖에는?
지역 전체로 따지면?
몇 명이 있건
잇토키에겐 위협이 되지 않는다.
문제는 푸에르토다.
정신을 잃은 푸에르토가
그의 충성스런 부하들의 눈먼 총알에 맞을까 봐
골치가 아파온다.
푸에르토는
자신의 목표물이 어디로 갔는지 알아낼 때까지는
살아 있어야 했다.
푸에르토를 지키기 위해
그의 부하들을 쏴 죽여야하는
진짜 웃기면서도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거
생각보다 더 귀찮아질 수 있겠는걸.
잇토키는 머리를 저었다.
상관없다.
상황이 바뀌면 바뀌는 대로 대응하면 된다.
회의실에서
고이 잠들어 있는
푸에르토를 데려가기 위해서
잇토키는 몸을 돌렸다.
그 때
그에게 직감이 찾아왔다.
위험한 상황이 닥쳤을 때
언제나 그를 찾아오는 직감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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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감의 의도가 궁금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