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천국 코하비닷컴
https://cohabe.com/sisa/381972

동료한테 약써서 성폭O한 사람.. 진심이 있을까요?


날짜를 보니 공교롭게도 딱 3개월 전이였네요...
가해자랑 저는 같은 부서 직장동료였고 입사동기였고.. 27살 동갑이였어요. 
가해자는 잘 생긴편에 키가 컸고 특히.. 말을 굉장히 잘하는 편이여서 
사람들한테 많이 내비춰지는 직업특성상 고객들한테 인기가 많고 아부를 잘해서 상사들이 좋아했어요.

하지만 반대로 말이 너무 많고 간사하고 이중적이라고 느꼈던 사람들도 있었는데
저도 그렇게 느꼈던 사람들 중 한명이였고, 저는 그 사람을 싫어해서 티 안나게 일부러 피했었어요

그 사람과 둘 다 저는 회사 근처에서 자취를 했고 바로 옆 동네에 살았는데,
예전부터 가해자는 저한테 술을 마시자고 많이 말했었어요. 동갑이고 같은 동네 주민이니까 친하게 지내자면서.
근데 그냥 알았다고 말 만하고 계속 미뤘었구요.
그 날도 그랬어야 하는 건데........ 

제가 전 남자친구한테 배신당하고 안 좋게 헤어진 지 얼마 안 됐었는데,
가해자가 그걸 어떻게 알고 제 얘기듣고 싶다면서 술을 마시자고 했고 그 날 스케줄이 또 저희 둘만 시간이 맞더라구요
2~3번 거절했는데도 계속 마시자고 해서 결국 마시게 됐어요. 
둘이 술을 마신 걸 아는 사람은 저랑 가장 친했던 동료 언니밖에 없었어요. 

1차, 2차를 그사람 동네에서 마셨는데 (이것도 그 사람이 우겨서 그 동네로 갔네요..) 
많이 안 마셔서 별로 취하지 않은 상태였어요.
집에 가면서 음료수를 사주겠다면서 편의점에 들어갔고, 제가 음료수를 고르는데 본인은 맥주를 고르더라구요.
그러면서 본인 집에서 진짜 딱 한잔만 더 하면 안되겠냐고.... 그랬고
원래도 자기 집에서 친구들이랑 술을 많이 마신다고 안심시키더라구요. 집에 술도 많고 먹을것도 많다고..
제가 바보인건지 쓸데없이 순수했던건지...... 저는 정말 아무런 의심도 안했어요
맹세코 그 사람이랑 스킨십 생각은 1%도 없었어요 정말 우린 직장동료이자 입사동기고.. 친구였으니까요....
그리고 그 사람이 강아지를 키웠는데 저는 동물을 너무 좋아해서 보고 싶기도 했고.. 그냥 의심없이 갔네요

사건은 그냥 짧게 말하자면...
그 사람 집에 들어가서 맥주를 마셨는데 어느순간 너무 취한 느낌에 다리 힘이 풀려서 쓰러져 버렸어요
그러고 나서는 뭐... 제목처럼 그런 일이 있었고요
저를 벗겨서 찍은 사진까지 그 사람 핸드폰에서 발견됐네요. 하하..

눈을 떴을 때는 아침이였고 전 여전히 취한 상태였던거 같아요 그런 상태로 아침에 도망쳤고
점심쯤에 전화통화를 했는데 자기는 정말 하나도 기억이 안난다고 그러더라구요.
그 통화 녹취를 지금 들어봐도 너무 거짓말을 잘해서 소름돋을 정도에요. 정말 기억 안나는거같거든요.. 저도 믿었구요

그 날 저녁 카페에서 만나서도.. 정말 툭치면 쓰러질것 같은 몰골을 하고 있는 저를 보면서.. 제 눈을 보면서
정말 하나도 기억이 안난다고..... 술 많이 마신걸 너무 후회한다고... 용서해달라고 그랬어요
눈물까지 맺혔고요. (그 와중에 저 준다고 선물 가져왔더라구요..참..ㅋㅋㅋ)

뭐 어쨌든 저는 신고를 했고, 저희 둘 다 경찰 조사를 받았어요
저는 담당형사분에게 가해자가 일단 회사를 관뒀으면 좋겠다고 전해달라고 했고 다행히 가해자는 바로 회사를 퇴사했어요.
회사가 거의 뒤집히다시피 했네요...... 그 사람이 설명도 없이 퇴사를 해버리니
다들 너무 궁금해 하고... 저한테도 많이 물어보고...
저도 2주정도 더 다니다가 힘들어서 퇴사를 했구요.

그리고 그 사건이 있고 한달 후,  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됐어요.
국과수 검사결과  제 몸에서 수면제 성분이 발견됐다는 거였고

다른 혐의는 다 인정하는데 약은 정말.... 절대 안썼다고 1차 경찰조사에서 그랬던 사람이예요.
담당형사가 결과 듣고, 2차로 불러서 조사하는데
끝까지 약은 부인하다가, 마지막에 검사결과 들이미니까 그때서야 펑펑 울면서 약썼다고 인정을 했네요.
가해자 변호사도 깜짝 놀랐다고 해요. 다 숨겼었나봐요
 


구속률이 원래 되게 낮다고 하던데... 제가 형사님을 잘 만난 덕분에 그 사람은 구속이 된 상태예요
지금은 구치소에 있고... 들어간지 1달 조금 넘은거 같네요.
그 전에는 동네에서 마주칠까봐 잘 나가지도 못했었는데 그래도 지금은 그나마 마음이 낫네요.

일주일 전에 공판기일이였어요.
피고인 측은 모든 혐의를 다 인정했고, 변론종결이 돼서 10월 말에 선고기일을 기다리고 있어요. 검사는 6년을 구형했다네요.
국선 변호사님 말로는 아마 4~5년 정도 받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고
제가 합의를 해주면 집행유예 or 낮은 형  을 받을 거래요.

사건 검색해보면 지금 그 쪽에서 무슨 서류들을 내는지 다 뜨는데
걔는 반성문을 계속 내고 있더라구요.
그리고 며칠전에.... 저한테 보낸 사과 편지 8봉투를 국선변호사님 통해서 받았어요.

2장씩 8봉투, 총 16장이네요.
내용은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너무 미안하고 진심으로 잘못했다. 상처를 줘서 너무 미안하다. 잘못 평생 뉘우치면서 살겠다. 
이런 내용들이고
사과편지 6~8 에는 그 앞에 편지에는 없던, '처음부터 의도하진 않았어' 라는 말을 반복해서 써논거 보면
6~8 은 공판기일 후에 쓴거 같아요. (검사가 의도한 사건이라는 걸 강조하지 않았을까? 하는 저의 추측임)

회사에서 있었던 저와의 추억도 많이 써놨더라구요. (그사람이 추억이라고 표현을 해놔서요..ㅋㅋㅋㅋ)
편지를 읽는데....... 우스우면서도 한쪽 마음이 찡하더라구요. 
그냥 무슨 감정인지 모를 복잡한 감정들이 뒤섞이고 눈물이 나는데 왜 눈물이 나는지도 설명할 수 없고..

오늘은 다시 읽어보니 그 사람이 추억이라면서 편지에 썼다는 사실이 되게 괘씸하다고 느꼈어요.
한때 동료이자 친구였다해도, 지금은 피해자와 가해자고
자기가 약까지 써가면서 성폭O한 여자한테 추억이라면서 말을 하는게 우습더라구요

그 쪽 부모들과 변호사는 어떻게든 합의를 하고 싶어서 저를 만나고 싶어하는데
제 국선변호사가 철저하게 막아주고 있어요.
저는 요새 계속 흔들리네요.... 편지를 받고나서는 매일이 우울해요

사실 저는... 정이 많고 사람을 되게 좋아하는 편이예요 그래서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을 택했었고..... 
그런데 사람한테 연속으로 배신과 상처를 받으니까 어떻게 해아할 지를 모르겠어요. (예전부터 남자한테 데인게 좀 많아요..)
원래 제 성격은 사람 잘 믿고 사교적이고 낯가림도 없는데
이젠 너무 데여서사람을 피하려고 하다보니... 

근데 요새 짧게 알바를 시작 했는데요. 아직도 저는 사람을 좋아하긴 하나봐요.
손님들이 웃는 모습을 보면 저도 너무 기분이 좋고.. 아직도 그러네요.
지금은 그냥 외항사쪽으로 취직준비를 하려고 해요. 한국에 있으면 언젠가는 가해자랑 마주칠거 같기도 하고... 

아 쓰다보니 너무 길었네요 원래 글 쓴 목적은 따로 있었는데.... ^^ㅜㅜ.;;; 

저는 가해자가 쓴 사과의 편지들이 모두 정말 정말 진심이였으면 좋겠어요.
정말 진심으로 뉘우치고... 미안해했으면 좋겠어요
이미 사람한테 데이고 데여서 전 더이상 믿지 못하지만, 
그래도... 인간이라면.. 정말 최소한의 사람으로서의 예의는 있었으면 하는 소망이예요

그 사람 편지가 정말 진심이라면... 저는 합의도 조금 생각하고 있어요 
원래는 합의 절대 안해주려고 했거든요.

그사람들의 사과편지... 진심일까요? 아님 어떻게든 형 줄이려는 속셈일까요...... 
근데 평생 본인 잘못 알고 뉘우치겠다는 사람이 왜그렇게 법원에 반성문을 내는걸까요?
어쩌면 제가 답을 알고있는 건지도 몰라요 근데 한 사람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면 두려워요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쓸데없는 생각이 갑자기 드네요...ㅎㅎ
긴 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 댓글이 없습니다. 처음으로 댓글을 남겨보세요!

(12P7q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