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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드디어 뿔났다.


매번 명절이 되면 집안을 지옥의 센터자리로 만드는 작은어머니들.

다행히 아내가 명절의 악순환을 잘 끊어주어 우리집은 별 탈이 없다만 작은어머니의 며느리들은....
명절 전 후로 제수씨들의 괴로움은 극에 달해 우리 아내의 전화통은 잠잠할 날이 없다.

좋은 꼴만 보고 가시라고 그 많은 차례음식도 아내가 손수 다 하고
조카들 선물에, 동생들 용돈까지- 한 달에 10만원씩 따로 모아놓았다 손 크게 쏘는 아내가 있는데도
작은어머니들 욕심은 끝이 없다.

제수씨들에게 한 달 전부터 이런 시댁이 어딨냐면서- 이번 연휴는 친정에 가지말고 시댁가서 보내자며
작은어머니들끼리 단합이 되어 온 집을 들쑤셔놨더랬다.
주는 밥 먹고 용돈에 선물까지 받아오는데, 미안해서라도 이번에는 연휴기간 내내 아내를 도와준다는 핑계로.

며칠 전에는 퇴근하고 돌아오는 사촌 제수씨가 우리 집에 들러 엉엉 울면서
정말 도망가고 싶노라고, 이러면 안되는데 잘해주시는 형님까지 원망했다며 아내 앞에서 울부짖는데....

제수씨가 간 뒤, 아내는 아버지와 통화를 마치고
결연한 표정을 지은 뒤
오늘 집을 나갔다......

물론, 사촌 제수씨들을 모두 데리고.
아버지께서 보내주신 거액의 용돈과 함께 사라졌다.

밤새, 차례음식 가이드를 만들어 예쁘게 프린트 해 놓고
각 집의 아들들에게 전해주라는 말과 함께
DSLR과 삼각대를 챙겨 거대한 트렁크를 이끌고 공식적인 가출을 감행했다.

어디를 가는지 묻지 않았다. 
언제 오는지도 묻지 않았다.

아버지께서, 그동안 수고했으니 내 조상 차례상은 조씨끼리 알아서하겠다며
잘다녀오라 허락하셨고 아내는 당당함의 증거로 아버지께 금일봉을 받은것이다.
작은어머니들은 그동안 떼먹은 돈이 있으니, 아버지께 할 말이 없을것이고.

조씨 집안 남자들은 단체카톡창을 만들어 정말 잘됐다며 신이 났다.
그동안 아내들에게 미안하고 형수님께 죄송해서 명절 전후로 불편했는데 이번에 한 번 해보자고.
양반가에서는 원래 남자들이 다 했던 거 아니냐면서, 이걸 차라리 빨리 정착시켜 명절 전 후 눈치 좀 그만보자고 한다.

역시 몸보다는 마음의 평안이 최고다.

퇴근하고 시장에 들러 전을 살 예정이고, 동생들이 과일을 사기로 했다.
아버지께서는 원래 차례는 차 한 잔 올려놓고 해도 되는거라며 가족이 화목해야 조상님이 편하시다고 신경쓰지 말라셔서
우리는 대충 준비하고 밤새 남자들만의 한풀이를 할 예정이다.

우리 아내는 지금 한국에는 있는거겠지.
가만 보니 차도 큰 거 빌린 것 같은데, 사고 내지 말고 잘 싸돌아다니다
지역 특산물 맛있는 걸로 사 왔으면 좋겠다.



댓글
  • 마네킹맨 2017/09/29 12:59

    이야 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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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팔레포 2017/09/29 13:12

    제일 핀포인트는 막줄이네요.
    -비상금으로는 레고를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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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ㅈㅅ 2017/09/29 13:14

    폰인데 추천누르기위해
    컴터키러 갑니다.
    이건 진짜 추천 눌러야댐
    안누를수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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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정자증말기 2017/09/29 13:15

    아버님, 부인님 두분다 멋지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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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륵드륵흠칫 2017/09/29 13:17

    저도 제작년인가...
    원래 저희집은
    어머니, 작은어머니, 제 여동생, 사촌여동생 둘, 제 와이프 이렇게 전을 부쳤는데
    제 여동생, 사촌여동생들 다 시집가고
    그래서 그냥 와이프도 면제 시켜버렸어요 ㅎㅎㅎ
    어머니, 작은어머니, 저 이렇게 셋이 부치는데
    작은어머니가
    뭐하러 여자애들 넷 데리고 했는지 모르겠다고 ㅋㅋㅋ
    너 혼자있는거보다 못하다고 ㅋㅋㅋㅋ
    치킨타올 두통씩 썼는데
    어떻게 그렇게 한장도 안쓰고 전도 깔끔하게 부친다고 ㅋㅋㅋㅋ
    그래서 그냥 그뒤로 주욱~~ 제가 부쳐요
    채반으로 한 네채반 나옵니다 ㅎ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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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ollmarket 2017/09/29 13:30

    아들: "아버지, 작전성공입니다! 알리바이를 위해 인터넷에 글도 적었어요!"
    아버지: "좋아.. 역대급 연휴인 이번 추석!  남자들끼리 파티닷!"
    동생들: "아이고~ 우리 조상님이 뭘 좋아하실지 모르겠네~ 일단 소주 맥주 막걸리 양주 종류별로 한 짝씩 쟁여놨십니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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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리안 2017/09/29 13:32

    꼬릿말이 매우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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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왓더헬?! 2017/09/29 13:38

    저희집은 대구인데, 큰아버지의 고집과 할머니의 털털함으로, 명절마다 음식은 큰아버지랑 아버지가 하셨어요 평생! 평생 그렇게 자라서..남동생들도 그걸 보고 커왔기 때문에, 저는 남자보는 눈이 그렇게 되고, 남동생들은 솔선수범해서 지들끼리 하고.. 교육에 좋았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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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뽀찰 2017/09/29 13:48

    부부가 쌍으로 멋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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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몬아놀쟈 2017/09/29 13:53

    가족 관계도 설명좀 해주실분..  ?  작은어머니들의 며느리부터 이해가 어려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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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방사랑 2017/09/29 13:55

    사이다 마신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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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RSALA 2017/09/29 13:57

    평소에 올려주시는 글 잘 읽고 있는데요.
    작은 어머니들께서 그렇게 패악을 부리시는 동안 작은 아버지들께서는 뭐 하셨대요? 며느리들 단체로 뿔나서 하기 전에 진작에 좀 미리미리 잘 해주시지. 지금 와서 단톡방 만들어서 신나하시고 하면 뭐하나요. 앞으로 백 번 잘해도 이미 며느리들 마음 속엔 큰 흉이 졌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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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스자이언트 2017/09/29 14:00

    기승전레고. 결론은 레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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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X발라머그래쓰 2017/09/29 14:11

    추석 날 음복은 아침 6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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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crimosa 2017/09/29 14:17

    작은 어머님들 빼고 모두가 해피한 날이군요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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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njsepdl123 2017/09/29 14:20

    신이난 글쓴이는 레고사러 나가는길에 아내를 만나 비상금만 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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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이유머 2017/09/29 14:25

    난 솔로니까..
    레고나 사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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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두와당근 2017/09/29 14:39

    이런내용을 명절앞둔 부부가 많이 봐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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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윈터윈터 2017/09/29 15:15

    아내분도 남편분도 다 멋있으시네요!
    행복하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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