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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할까말까 고민하실 남성분들께,

우리 부부는 작년 2016년 3월 12일에 결혼했습니다.

결혼과 동시에 성격적인 문제로 엄청 다퉜습니다.
안사람 성격은 불같이 화를 내는 부분은 있지만 뒤끝이 없는 반면, 제 성격은 차분한 듯 뒤끝 작렬에 지속적으로 화를 내는 성격이였거든요.
그래도 이런 저런 시간이 지나면서, 차근차근 서로에 대해서 조심해야할 부분은 무엇인지도 알게 되고, 서로가 좋아하는 말과 행동은 무엇인지도 알게 되고 해서 다툴 때는 다투더라도 사이가 더욱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작년 12월 말 크리스마스 전 23일에, 예쁜 동동이가 뱃속에 잉태되었음을 알았습니다.
새벽에 화장실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2줄이 그어진 테스트기를 들고 뛰어와, "오빠!" 하고 절 깨우던 안사람 얼굴이 또 생각나네요.
저도 어안이 벙벙한 상태에서도, 병원 가서 확인해보자~ 하고 꼭 안아줬습니다.

네, 아이가 온 게 맞더라구요. 더욱 큰 행복이 찾아와서 너무 좋았습니다.
그런데, 입덧이 너무 심했어요. 안사람이 아무것도 먹질 못해서 눈에 띄게 야윈 얼굴을 보니 참.. 
돈이라도 더 있었으면, 맛있는 거 이것저것이라도 종류별로 줘보고 먹을 수 있는 거 먹이고 싶은 마음에 안쓰러웠고..
그래도 힘든 3개월을 보낸 후엔, 다시 잘 먹어줘서 고마웠어요. 그 때, 아기의 태명도 정했어요. 동동이라고.

그리고 2017년 9월 4일, 동동이가 태어났습니다.
좀 쉽게 태어나주지.. 아이 엄마가 진통 때문에 너무너무 힘들어하는 와중에, 동동이 맥이 떨어져서 응급수술을 했는데
탯줄이 목에 감겨져 있어서 그랬다고 하더라구요. ㅜ 그때 생각하니까 또 눈물이.. ㅜㅜ..

보통 산모들이 무통천국이라고, 무통주사 맞고 좀 지나서 아이가 나올 때 다시 아픈 건데..
동동이가 엄마 오래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는지, 예상보다 문이 빨리 열려서 무통이 아예.. 안 먹혔습니다. ㅠㅠ..
그러다가 못나오니까.. 탯줄 때문에.. 그래서 안에서 스트레스 받아서 맥이 떨어지고..
수술하자고 얘기했는데, 자연분만으로 낳고 싶다고 하는 아이 엄마.. 또 엄청 아파하는데 너무 마음이 아프고..
무통주사 삽관 때문에 뒤돌아 있는 아이 엄마 등에 대고, 동동아~ 이름 부를 때마다 잠깐만 아이 맥이 120줄 찍고 다시 90줄까지 떨어지고..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출산 시에 160~180까지 맥이 잡히는데 동동이는 많이 지친 거였대요.
어렵게 간호과장님이 아이엄마를 다독여줘서 수술하기로 하고, 동동이가 태어났어요.

ㅠㅠ.. 자연분만 하려다 갑자기 수술하게 됐다고, 장모님, 어머님께 전화로 알려드리고..(아 이때 왜 이렇게 목소리가 떨리던지..)
그 와중에 수술실에서 들려오는 응애~ 소리에 음..? 설마, 했는데
전화통화가 끝나니 동동이가 보온인큐베이터 안에 뉘여서 제 앞으로 왔어요..
감동이었고 대견했죠. 그 고사리만큼 자그마한 손으로, 그 발로, 엄마 뱃속에서 응차 나오려다가 목에 탯줄이 걸려서 못나오고 울었을 아이 마음이 짠하게 전달되는 듯 해서..
"우구, 우리 동동이 수고 많았어~"
한마디에 또 얼마나 힘들었는지 응애하고 웁니다.

안사람 회복실에서부터 조리원까지도.. 처음엔 출혈이 좀 있어서(수술을 받으면, 오로 양도 출혈로 체크합니다..)
무통주사 끝나고 나서 오는 복통에, 처음 일어날 때 숨이 안쉬어진다고 해서 x-ray 촬영을 하니, 폐에 물이 조금 차 있다고 하고..
하.. 입원실에서 있던 일주일은 매일이 긴장의 연속이었고, 안정을 찾아서 조리원으로 갔을 때도 옷가지류 챙기느라 처음으로 집에 왔을 때..
저도 모르게 기절하듯이 잠들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행복했습니다. 아.. 진짜로 애기가 태어났다!! 하고요. ㅎㅎ

지금은 은하를 그저께 토요일에 집으로 데려왔습니다.(이름은 우리끼리 정했어요. 작명소 안 믿어요. 은하수의 은하 입니다.)
너~~!!! 무!!! 귀엽습니다. 사랑스럽습니다.
창 너머로 밖에 못 봤던 아기를 이렇게 제 품에도 안아보고, 수유도 해주고, 기저귀도 갈아주고, 트름도 시키고~
ㅋㅋ ~_~ 아이 엄마가 자기는 밥통이냐고, 왜 오빠 품에 가서만 잘 자냐고. 자기한텐 치대기만 하는데 ㅋㅋ;;

어제랑 그제는 진짜 하루 죙~~일 같이 있었는데, 잘 때 허리 아픈 거 빼고는 피곤한 게 안 느껴졌습니다. ㅋㅋ;;
마약이예요. 너무 합법적이고, 도핑한 듯한 그런 마약. ㅋㅋ.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그 날의 느낌을 강렬히 줍니다.

여러 인생 선배님들이 걸어가셨던 그 길을 저도 걸어갑니다.
육아에 킹왕짱이 되고 싶지만, 자신이 부족한 것도 알고 있고, 무엇보다 아기가.. ㅎㅎ
항상 안 아팠으면 좋겠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 그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살고 있습니다.


여러분, 결혼할까말까 고민하시는 남성 여러분. 결혼하세요. 
사랑하는 사람과 나를 똑 닮은 아기가 태어나고, 나를 향해 씩 웃어주고, 입가에서는 달콤한 젖냄새가 나고, 여리고 여려서 어떻게 목 주변을 지지해줘야 하는지 설레이는 마음으로 배울 수 있어요. 치대는 소리에 간신히 들은 설잠에서 화들짝 깨고, 우는 소리에 애엄마가 그냥 두라고 하는데도 안아줘서 달게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빠져보세요.

힘들 것 같죠? 아뇨. 하나도 안 힘들어요.
적어도 저에겐, 하나의 특별함으로 인식이 되서, 제가 노예가 된 듯한 느낌 따위 하나도 들지 않아요. ㅎㅎ 너무너무 좋기만 합니다.

안사람이 그래요. 이틀밖에 안 지나서 그렇다고. 아뇨, 부성애는 모성애와 다르게 지치지 않는 특별함으로 그 아이를 대하니까, 힘들지 않다고 했어요.
물론 매제나, 친구들, 선배님들이 아기 때문에 힘든 부분을 말씀하시는 거도 알고 있어요.
그런데, 너무 특별해요. 진짜 평생 팬이 될 듯한? 묘한 마약이라도 한 느낌입니다.

결혼하세요. :) 아기를 낳으세요. 너무 좋아요. 행복해요. >_
댓글
  • ItIsLoveDear 2017/09/25 15:08

    우리남편도 애 낳고 난 후에 결혼 안했으면 이런 기분 못 느껴 봤을거 아니냐며 결혼은 꼭 해야하는거라고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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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기노루 2017/09/26 09:31

    이틀밖에 안돼서 그래. 더 있어봐~ 비야냥대는 사람들 무시하세요. 그사람들은 님의 마음을 질투해서 그래요. 님은 아이가 아무리 커도 지금 마음 변치 않으실 거예요. 힘들어지는 순간에도 바탕에는 이런 사랑의 마음이 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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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ios 2017/09/26 15:24

    돌쟁이 딸 아빠입니다ㅎ 정말 너무 좋고 사랑스럽고 그건 맞는대
    하나도 안힘든건 아닌거같아요ㅋ힘든것도 사실입니다ㅠ 육아 진짜 어려워요
    육아휴직한 와이프님보면 회사나가서 일하는게 육아보다 쉬운거같습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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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방울소리 2017/09/27 23:14

    저는 엄마라 아빠의 마음과는 또 다르겠지만..
    ㅋㅋ 정말 세상제일 이쁘고 세상제일 기쁘고 세상제일 행복한데 세상제일 힘든일인거 같아요...
    ㅋㅋㅋ 물론 사람마다 다르기야 하겠지만 저에게는 육아가 그렇네요 ㅎㅎ
    어떻게 내뱃속에서 이런 생명체가 나와 나를 이렇게나 행복하게 해주나 싶다가도
    왜 나를 이렇게나 힘들게 만드나 싶어지기도 하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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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탕꽃 2017/09/27 23:21

    저희는 남들의 모범이 되는 부부가 별명일 정도로 사이 좋았는데 육아 하면서 휘청휘청 했어요 산후우울증이 심하게 온 탓도 있었지만 방랑벽 있는 제가 24시간 풀로 아이에게 묶여 걸어서 삼분거리인 편의점에도 못간다는 거에 미치겠더라구요 저 결혼은 강추하는데 욱아는 진짜 신중하게 생각하라고 하고 다닙니다 그래도 세상에서 가장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하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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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ollmarket 2017/09/27 23:24

    축하드립니다.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 오유인들은 결혼 할까말까 걱정 안 해요. 애당초 결혼을 안 하는게 아니라 못 하는거거든요. (빵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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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픈소금 2017/09/27 23:55

    축하드려요! ㅎㅎ 자신의 존재가 기쁨이 된다는 것을 경험하는 아이를 세상에 주셔서 감사하네요. 가족 모두 건강하시고 화목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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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도니♥ 2017/09/28 00:10


    물론 부러워서 이러는 거 아님. 암튼 그럼.....
    주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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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저민트 2017/09/28 00:29

    어...? 토했어? ㅋㅋㅋㅋㅋ
    이런 글을 토할 수 있어서 기뻐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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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들아는남자 2017/09/28 00:33

    ^^ 현실적인 문제로 비관적인 결혼관을 가졌지만 상상하니 너무너무 행복할 것 같네요! 은하야 사랑 듬뿍받고 자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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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릿 2017/09/28 00:39

    좋은글 감사합니다!
    저도 일찍 결혼해서
    일찍 아가들 만나는게 꿈이었습니다ㅎ
    ㅎ....
    ㅎ..
    여친님.. 태어는 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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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oldragon 2017/09/28 00:43

    6월에 아이 아빠가 되고서 육아로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폐해지지만 아이가 방긋 방긋 웃어주는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고 행복합니다
    아빠가 되어가면서 제가 저의 자식에게 주는 사랑만큼 저의 아버지도 저에게 같은 사랑을 나눠줬을 것 새삼 느끼게도 해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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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블링v 2017/09/28 00:44

    힘들게 곁으로와서 더 애틋하실것 같아요^^
    지금처럼 아내분과 함께 행복한 육아시간들 만들어나가셨으면 좋겠어요 아이가 새로운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해낼때마다 그걸 처음 옆에서 본다는게 얼마나 큰 축복인줄 몰라요ㅎ 저도 아가가 태어나고 부부사이가 더 좋아져서 곧 둘째도 태어난답니다ㅋㅋ
    수면시간 늘어나기 전까지는 힘드시겠지만 두 분이서 예쁘게 다독여주면서 잘 견뎌내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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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eel 2017/09/28 00:52

    작성자님께서 정말 좋은 아내를 얻으셨나보네요. 축하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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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측량기사 2017/09/28 01:08

    일단 나랑 똑 닮은 아이가 나온다카니 망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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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잇쿠마 2017/09/28 01:12

    축하드려요~산모들이나 남편들이나 구분 없이 제왕절개 하는게 아이한테 나쁜것인양 혹은 미안한 일인것처럼 알고있는 분들이 많은데, 의사들이 자연분만 하다가 제왕절개 할때는 대부분 저런 위험이 강력히 의심되서 권하는거니 괜히 자연분만만 고집하지는 않으셨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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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텐숀포스 2017/09/28 01:13

    7살 아들녀석이 아빠 회사잘다녀오세요
    라고 배웅하는 거에 하루하루 힘냅니다
    작성자님  가정이 항상 행복하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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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브미고기 2017/09/28 01:31

    저도 우리 아부지가 저 태어나기도 전에 토목공사 하시는 친구분 불러서 동화속 공주님 같은 호박 침대 만들주고. 태어나니까 이쁘다고 공주 같은 옷만 입히시고,  회사 다녀와서 다른일 다 제쳐두고 둥기둥기 해주고 하셨데요. 돍사진을 엄마랑 찍은게 아니고 아빠랑 찍었을 정도로 아빠가 예뻐해 주셨어요. 비록 제가 엄마 안 닮고 아빠 닮아서 뚠뚠한 오징어 이지만ㅠㅠ 아빠는 어릴때 제 임금님 이셨어요. ㅋㅋ. 뭐든지 할수 있고, 무엇이든 다 알고 있는 아빠를 보면서 동화책 속에 엄청 쎈 임금님 이라고 상상했어요 ㅎㅎㅎㅎㅎ 와. 어릴때 생각 나네요. 그땐 그랬는데....ㅋ 지금은 서로 못생겼다고 비난 한다는 ..ㅋ 특히 아빠가 저보고 엄마 안 닮고 뭐했냐고 하면 청하 땡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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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돼고소 2017/09/28 01:39

    이런 것을 보면서 수많은 동물들도 만약 인간과 대화가 된다면 똑같은 말을 할까 아닐까 매우 궁금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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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엘조라임 2017/09/28 01:43

    아기가  힘들게 나왔더니 아빠가 우리 동동이 수고많았어~ 하고 말해줘서 아빠한테 홀딱 반했나봐요ㅎㅎ 엄마한테 치대다가 아빠품에서 잘잔다는 말을 들으니 갓태어난 아가도 알건 다 아는구나 싶어서 신기하기도 하고 글쓴이분의 따듯한 배려심도 너무너무 부럽고 보기 좋네요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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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사 2017/09/28 01:43

    지금 결혼 후 신행 라스베가스입니다 허니문베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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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다사이다 2017/09/28 02:01

    우리애도 목이랑 겨드랑이 떼가 많았는데 말이죠
    애기때는 몰랐는데...지금보니까 토실토실
    하더라고요~~ㅎㅎㅎ
    저도 우리애 은하라고 하고 싶었는데
    시엄니의 강력한 주장에 걍 포기했어요 ㅠㅠ
    진짜 애는 금방크는것 같아요..
    즈희집 애가 벌써 초2거든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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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빼사람되자 2017/09/28 02:11

    혼자만 죽을 수 없다는 글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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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소연 2017/09/28 02:19

    이틀밖에 안되서그래~~
    시간가면 완전....더 사랑에 빠진다는ㅜㅜ
    흘규흘규 개인기가 하나씩늘고 사람이되어가는 모습이 또 넘 이쁘고 사랑스럽고 정말 안낳아보고는 못느껴보는 감정인듯해요ㅡ! 결혼하세요 거기에 애는 꼭 낳으세요! 저5갤엄만데 벌써 둘째 생각이 가득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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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탱이밤탱이 2017/09/28 03:04

    전 와이프가 직장나가고 16개월차 아들 키우는 아빠입니다.
    1-6개월: 처음엔 밤새도록 옆에 누워 지켜봐도 피곤한 줄 몰랐습니다. 때되면 젖주고 젖먹으면 자고... 이때는 그나마 편했습니다.
    6-12개월:  기어다니기 시작하면 부터 헬게이트가 열리기 시작합니다. 충돌사고 예방 및 뭐든지 입에 넣을 시기라 스토킹해야합니다.
    12-16개월 : 낮잠도 하루 두번자다가 돌지나면서 부터 한번 자기 시작하고.. 자기 나름대로의 요구사항이 있습니다. 밥도 반찬도 같은걸 두번주면 안먹습니다. 번갈아가면서 줘야하고.. 책도 좋아 하는책이 있어서 맞춰 읽어 줘야하고.. 눈감고 걸어다니는 장난치기 좋아해서 몸과 마음을 최대의 긴장상태로 맞춰 놓아도 넘어져서 가구에 머리찧고 멍들고... 휴...
    하지만 너무 사랑스러워요. 저도 둘째 가지고 싶은데.. 하나키우기도 이렇게 힘든데 어찌 둘째까지 키울까 내심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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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멋 2017/09/28 03:16

    조마조마하면서 읽었네요. 아이는 사랑이죠. 가족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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