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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칭얼대던 아기와 엄마

글쓴이는 사실 아기를 매우 좋아하지 않습니다 (순화된 표현입니다)
어쨌든 이건 이거고 아침 출근시간
종점에서 타서 긴 시간 멀미에 시달리면서 출퇴근 하느라 버스타면 5분안으로 잠듭니다
무슨일이 있어도 자야해요. 안그러면 오전내내 업무가.. ...
 
오늘도 어김없이 뒷자리 구석에 콕 박혀서 기절하듯 자고있는데 반대편 자리의 고음의 목소리
어린아이 특유의 그 쨍쨍한 하이톤 초음파 소리에 한방에 잠에서 깼습니다 ㅜ
보통 어른들이 아무리 떠들어도 라디오 소리가 얼마나 커도 좀 괴로울지언정 잠에서 깨진않는데
애기들 소리는 뇌에 다이랙트로 때려박히는 느낌..
그렇게 확 잠에서 깨고 피곤+멀미+신경줄 팽팽히 당기는 고음소리에 순간적으로 짜증수치가 맥스로 달렸죠
 
감정적으로 깊은 빡침이 올라온 그때
애기를 안고있던 애기엄마가 조근조근 달래기 시작했습니다.
'아가야 버스안에선 그렇게 큰 소리를 내면 안되'
'엄마를 봐. 버스에서 내리면 엄마가 ???를 해줄게'
'자장자장 우리아기 엄마품에서 잘까?'
등등등 ( 저도 막 깬 참이라 정확한 대화내용이 기억나질 않습니다)
 
만약 저 상황에서 달래는게 아닌 아이와 대화를 버스안 대국민 토크쇼를 시작했다던가
이쁘다 이쁘다 우쭈쭈했으면 빡침이 2배가 되었을텐데
정말 조용한 목소리로 아기를 마주안고 조근조근 달래는데
 
그 화장기 없는얼굴 
한쪽으로 대충묶은머리
푸석푸석한 안색과 머릿결
편하기는 할테지만 여성적 매력을 어필할순 없는 옷차림
불편한 자세로 마주안고 아기와 눈을 마주치는 모습
그 모든게 좋아보였습니다. 전혀 초라해보이지 않았어요.
이 아이엄마는 어떻게 자신을 인내하고 주위의 눈치를 보며
어떤행동으로 자신의 아이를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지켜내는가를 보면서
저와 비슷할 나이의. 혹은 조금 언니일 그 엄마를 보며 정말로 그 모든게 좋아보였어요
 
그리고 전 그 아이를 달래는 자장가와 닮은 목소리에
아이와 함께 다시 잠들었습니다.
그 엄마는 아이와 함께 저도 재워주셨어요.
 
몇일전 일이 이따금씩 떠오르면서 글을 남겨봅니다
그 아이엄마에게 아기와 함께 꿈꾸던 삶과 행복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댓글
  • 이더쿠 2017/09/27 12:09

    이 글에 나온 글쓴님, 아가, 엄마 모두가 예뻐보여요.(흐뭇) 글쓴님에게도 꿈꾸던 삶과 행복이 있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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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압생두 2017/09/27 13:01

    코끝이 찡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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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지앙마 2017/09/27 13:11

    글을 왜 이렇게 잘 쓰세용..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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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나시엘 2017/09/27 13:15

    진짜 멋진 어머니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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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공♡♥ 2017/09/27 13:32


    이렇게 훈훈한 글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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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찮은닉넴 2017/09/27 13:35

    아~~~~  아늑한 이 느낌~~
    마음씨도, 글도 참 따뜻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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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rizona그린티 2017/09/27 13:46

    진짜로 대중교통이나 공공장소에서 보면 많이 느껴요.
    아이들 잘못에 대해서 진짜 올바른 훈육 방법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부모님들이랑
    본인이 짜증나서 아이들한테 감정적으로 대하면서 애가 이런데 나보고 어쩌라고 식으로 나오는 부모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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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orycube 2017/09/27 13:48

    그리고 그렇게 잠든 글쓴이는 내릴 정류장을 놓쳤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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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테일 2017/09/27 13:51

    아 힐링된다...
    저는 얼마전에 여행다녀오는 비행기안에서 한시간동안 찡찡거리는 어린이땜에 이성의 끈이 끊어질뻔했거든요;  많이 어려보이지도 않고 7,8살정도 되어 보이던데 한시간동안 징징징징ㅠㅠㅠㅠ
    애가 엄마 제발 내 얘기좀 들어봐~ 라면서 징징되던데 엄마라는 사람이 대꾸도 안하더라구요. 징징거리는 애보다 비행기라는 장소에서 애가 민폐끼치고 있는데 아무런 조치도 안하는 엄마때문에 딥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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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줄 2017/09/27 13:53

    작가세요?
    뭔 글을 이렇게 찰지게 잘 써요?
    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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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ighfly2017 2017/09/27 13:54

    아.. 따뜻한 엄마 모습이 그려지네요.
    그런 엄마 품의 아이는 괜히 이뻐보이고 미소가 지어지죠. '아이고 고 녀석 짜증이 많이 났나보네~' 그럼서..
    맘충이란 맘 아픈 단어가 사라지도록 엄마들이(아빠들도) 남 배려하는 모습부터 몸소 보여줬으면 좋겠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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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피밥통 2017/09/27 14:00

    뜬금없지만,
    글을 참 잘 쓰십니다.
    영상이되어 보여지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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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고양이 2017/09/27 14:09

    버스에서 자야하는건 본인 사정이고 아기가 버스에서 난장판을 부렸어도 상대방의 입장에서도 들어봐야 하는거다라는 소설 아닌 소설을 머리에 그려가면서 글을 보다가 잔잔한 미소와 함께 저 자신을 반성하며 조용히 추천을 누르고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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