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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멸이 나지만 (장문)

초딩 시절 포켓몬 정보 찾다가 루리웹을 알게 되고

거기서 기웃거리다 모두가 알만한 바로 '그 사건'을 목격하고
다른 사람이 만든 개쩌는 건담 프라모델도 구경하며,

이후 그냥 사이트 내 여러 게시판을 돌아 댕기다가

성인이 되고 계정을 만들고

눈팅으로만 출석일수 찍은 놈임.


'그 사건'도 목격하고

새우튀김도 구경하고

[sʰo̞ɕʰid͡ʑi]도 실시간으로 보고

붕탁이라는 망측한 무언가로 난리가 나는 것도 보고

한 친구의 너무나도 안타까운 죽음도 함께 추모하면서

인터넷 망령으로 이 곳에서 상주하면서 지냈다고 봐도 무방함.

때문에 통칭 '황달'이라 부르는 사람을 모를수가 없었고

어떻게 그런 일들이 일어나? 하면서 속으로 생각해도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그래 ㅆㅂ 니들이 그렇지 뭐 하면서

넘어간 적도 꽤 많았음.


불과 2년 전에 일어난 03 때도

솔직히 떠나서 갈 곳이 마땅치 않아

결국 가지 못한 것도 있고

내가 보통 쫄보가 아니라 

어디 가서 잘 구경하고 다니고 할 자신도 없고

무엇보다, ㅆㅂ 이게 말이 웃기긴 한데

나에게 있어 인터넷 상 '연고(緣故)'는 바로 여기였기 때문에

떠난다는 생각이 쉽지 않았음.

인터넷 커뮤니티에 소속감을 갖는다는 것

그 자체가 매우 짜치는 말인지라

내가 말하면서도 솔직히 부끄럽긴 하지만

여기 말고 다른 곳을 가서 구경하고 다닌다는

그런 발상을 해본 적이 별로 없었음.

'익숙함'이란 그런 것이기도 했고.


시간이 지나 근! 하면서 놀리는 것도

무뎌지기 시작할 때 즈음

루리웹의 버튜버 프로젝트가 나오면서

이를 근튜버라 지칭하고

좋은 의미에서 여러가지 화제가 되면서

어쩌면 근!이 멸칭이 아닌

다른 의미로도 쓰이겠구나 하는 기대도 했음.

그런데 결론은

스윗한 영 포티가 지 딸뻘 정도는 되는 애한테 삔도라는게 상해서

업계 대외비를 천기누설하는

말하기도 부끄러운 촌극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는 이렇게 되어버림.


해외 모 버튜버를 시작으로 버튜버 취미가 생기면서

국내 버튜버들도 관심이 생겼고

마침 내가 인터넷 상 '연고'를 가진 곳에서

버튜버를 한다니 이건 머뭇거릴 틈이 없었고

일이나 사정으로 다 챙겨보진 못하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방송 보려고 많이 노력? 했음.

그런데 그 결과물이 이거임.


애정을 붙인게 잘못이라면 잘못일거고,

이 곳은 '연고'라고 생각해버린 것도 잘못이겠지만,

적어도 내가 사회생활 하면서 부당하게 당했던 대우들을

내가 지켜보는 누군가가 나와 비슷하거나

더하면 더 했지 덜하지 않은 일을 당했다는 것을 실시간으로 보니

지금 삼키는 침이 참으로 존나게 씀.


환멸이 나지만, 그래도 난 결국 쫄보이기에

다른 어디로 옮긴다거나 내 손으로 탈퇴 버튼을 눌러

떠나지는 못할것임

그냥 시간이 지나 정나미가 떨어지고

바로가기 버튼을 누르는 빈도가 서서히 줄어드는

그런 일이 되겠지.


루니지라 부르면서 하루하루 출석하며 경험치를 쌓아 레벨을 올리고

그것을 서로 자랑하며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며

좋아하는 것들을 공유하고 가끔 ㅆㅂ 내 말이 맞다 하면서

ㅁㅁ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취미인 커뮤니티이기에 가능한 풍경이라 생각했던,

내 유년시절부터 함께한, 그리고 이제는 떠나가는 분들께 한 말씀 드립니다.

여러분과 존나 시덥잖은 이야기 나누면서 

히히덕거리던 시간 진짜 존나게 재밌었습니다.

날 더운데 가시는 길 건강 조심하시고 하는 일 모두 대성하길 바랍니다.

저는 개쫄보새끼이고 

이곳의 끝이 궁금해서 그냥 계속 눈팅이나 하면서 지켜볼랍니다.


그리고, 대표 분.

인생 그렇게 살면 안된다는 좋은 교훈을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반면교사로서 참고하겠습니다.


또, 前 루리웹 소속 버튜버 분들.

언제나 여러분들은 우리들의 오시입니다.


두서없이 쓴 긴 글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댓글
  • 백곰군 2024/06/21 10:54

    저도 님이랑 비슷한 처지인거 같네요....
    00년대무렵 게임게시판으로 들어왔다가 프라모델등
    취미 돌아보다 어쩌다 들어온 유게에서
    히히덕대며 지내온 사람인데....
    아예 떠나진 못하더라도 이전처럼 유게 들어오는 일은 줄어들거 같아요....


  • 백곰군
    2024/06/21 10:54

    저도 님이랑 비슷한 처지인거 같네요....
    00년대무렵 게임게시판으로 들어왔다가 프라모델등
    취미 돌아보다 어쩌다 들어온 유게에서
    히히덕대며 지내온 사람인데....
    아예 떠나진 못하더라도 이전처럼 유게 들어오는 일은 줄어들거 같아요....

    (ZDM0l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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