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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대학가요제 시리즈 2 - TBC 제1회 해변가요제(1978)


먼저 내 기억의 오류가 있을수 있다는 점을 미리 밝혀두면서,

며칠전 78' 제2회 MBC 대학가요제 글에 대한 리플로 대학가요제 시리즈 요청이 있어 

부족하지만 2번째로 TBC해변가요제로 얘기해 볼까 합니다. 



1978년 여름 TBC에서 주최하는 제1회해변가요제가 열렸다

전년도, 1977년 MBC에서 시작된 대학가요제가 성공을 거두면서 그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이때, 전국의 많은 음악하는 젊은이들이 이 대회만 벼르고 있었다고 한다.

77'년도 대학가요제는 홍보도 잘 되지 않았고, 참가신청 기간도 짧았던 데다가

성공여부도 확실하지 않아 참가를 못하거나 망설인 팀들이 많았던 상태였지만,

이젠 흥행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전국의 숨은 고수들이 칼을 빼든 상황.


내가 살던 곳은 충남 서산군

당시 연포가 서산군 근흥면 이였는데 지금은 태안군이 생기면서 서산에서 분리 태안군에 있다.

서산에는 해수욕장이 유명해 만리포는 대천과 더불어 서해안 최고,최대 해수욕장이였고,

수도권과의 교통의 편리성인지 동해안 해수욕장보다는 서해안쪽에 많은 인파가 몰렸었다.


해변가요제가 연포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왜 만리포가 아니고? 했었는데

연포가 동양방송 소유였던 걸 몰랐었다.

이젠 TBC가 동양방송의 이니셜인거 부터 밝혀야 할 정도로 시간이 많이 지난 일이다.


하여튼 어찌 해변가요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가보고 싶었는데

당시 중학생의 신분으로써 혼자 간다는데 좀 어려운 일이여서 친구들을 섭외하기도 했으나

그게 뭔데? 라는 답변과 함께 비용문제 등으로 포기하고 있었던 차에

몇해 전 서울로 상경해 레코드점을 하시는 친척들이 휴가차 온 것이다.


한양대 징검다리 - 여름(최우수상)

파도소리와 물새소리가 들리면서 황인용의 멘트로 시작된다.

(전곡 모두 스튜디오 재녹음, 황인용 목소리와 효과음은 믹싱했다고 한다)


기회는 이때다 하고 삼촌들을 설득해 행선지를 연포로 정해 가보게 되었던 그때 

아마 기억으론 그분들도 해변가요제 때문에 연포로 염두에 두고 계셨던듯,  


큰 기대를 했었으나 도착한 그곳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고, 무대 앞쪽으로는 전혀 갈 수가 없었다

멀리서 보이지도 않는데다가 백사장 가득 앰프와 악기, 마이크 소리에

전부 처음 듣는 곡들 뿐이니 붕붕거리는 소리 정도 밖에 들리지 않아 

공연은 제대로 못 보았던게 맞는것 같다. 


아마 TV 생방송이 없었고


(동양방송 FM 주최라 FM에서는 실황중계가 있었을지도, 그 당시 FM은 서울수도권에서만 나오던 시절,

영상이 있는걸 보니 나중에 녹화 편성이 있었던 듯, 아니면 그냥 자료 화면일수도)


방송이 있었으면 굳이 가볼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집에서 TV녹음 하려고 했었을테니까


"나어떡해" 같은 멋진 밴드 음악을 직접 현장에서 보고 들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처참히 무너진 채 

그냥 1박2일로 하루 자고 백사장과 바다에서 놀다가 돌아온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아쉬울 뿐이다 최초의 라이브 공연을 보는 거 였는데... 

아쉬움의 투덜거림이 삼촌들 보기에 안쓰러웠던지 음반이 나오자 마자 카세트 테입을 소포로 받았었다.


구글 이미지 검색에서 찾아낸 해변가요제 테이프


테입에서 제일 먼저 들어온 3곡


휘버스 - 그대로그렇게 (인기상, *유튜브에 올라온 것들은 곡제목과 팀명이 이상하다)


아 어떻게 인기상 밖에 못했단 말인가 이곡이 대상이지 하고 탄식했던 (당시의 기억을 기준해보면)

대학가요제 하면 이후 오래동안 "그대로 그렇게"를 제일 먼저 떠올렸었다.


장남들 - 바람과구름(장려상)


장남들은 모두 장남으로 구성되 그렇게 그룹명을 지었다고 한다

당시 해수욕장 고고장에는 대학생들이 밴드를 구성해 "전지훈련" 이라는 아르바이트를 하곤 했는데,

마침 연포의 한 고고장("산타나" 라는 여름철 한철에만 여는)에서 아르바이트 중이였던

그들이 해변가요제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고 참가 했다는거


바람과 구름은 한참 후에 생긴 노래방의 단골 애창곡이 되었었다


블랙테트라(홍익대) - 구름과나(우수상)

 


당시 홍대생이였던 고상록씨가 만든 이곡은 보컬 구창모 의 맑은 목소리가 아주 인상적인데,

흔히 싸비라고하는 절정부에서의 잠깐 멈춤(이걸 Stop Time 기법이라 한다는데)이 일품이다

연주와 노래를 너무 잘해서 당시 심사위원들은 대학생이나 아마추어 답지 못하다고 

1등상인 최우수상에서 제외했다는 전설이 있다.


당시 다음과 같은 심사평이 있다


이 세곡은 그렇게 찾던 제2의 "나 어떡해" 에 대한 기대를 완벽히 만족시켜 주었고,

이것 말고도 주옥같은, 젊은시절 함께했던 넘버가 몇곡 더 있다


이 테입에서 제일 빛나는 보석 같은곡 (이 곡들은 이미 불펜에 포스팅 했었다)


중앙대팀 블루드래곤스의  "내 단 하나의 소원"

https://mlbpark.donga.com/mp/b.php?p=1&b=bullpen&id=201708260007927333


아마 이시절의 나는 전자 올갠의 서정적인 몽롱함에 많이 취해 있었던듯 하다

인상깊게 남아 있는 젊은 날의 곡들은 키보드라인이 살아있는 곡들이 특히 많은걸 보면 그렇다


이외에도 그들의 사운드에 매료되어 팬이 되어버렸던 런웨이

 

활주로(Runway) -  소월의 시에 곡을 만든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https://mlbpark.donga.com/mp/b.php?p=31&b=bullpen&id=201707190006426193



벗님들(이현식,이용균, 인기상. 이용균은 이치현의 본명) - 그 바닷가


이 벗님들의 곡은 정말로 보석이다 (이후에 발표된 "당신만이" 만큼 좋아했던 곡) 

이치현의 천재적인 면모를 살짝 엿볼 수 있다.


이 가요제에는 주병진도 참가 했었다

주병진,주선숙 - 속삭여 주세요



이런 대학이나 청년 가요제의 그 정치적 동기성이라든가 사회,문화적인 대중의 영향 같은 것을 논하거나,

각 곡이나 참가자들에 대한 특징이나 분석같은 것을 이야기 하자고 하면 끝이 없을 것이고,

지금은 단지 오래된 편린의 옛 기억들을 정리하고 회상 하는데 그쳤으면 해서

조금 부실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여기서 마칠까 한다


제1회 TBC 해변가요제는 아마도 나에게 영향을 준 큰 사건중 하나에는 분명하다

모두 내 어린시절,  젊은날들을 수놓았던 보석같은 곡이였다.


P.S :: 

1) 금요일 밤시간이 제일 편한 시간이라 아마도 몇개의 대학가요제편을 더 쓰게 되더라도  

    토요일 새벽에 올릴 듯합니다.  편안한 휴식이 되시길


2) 이 앨범의 전곡듣기

 

댓글
  • 이러심곤란 2017/09/09 03:58

    선추천 후정독 ㄷ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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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꿀그리움 2017/09/09 04:01

    이러심곤란// ㅎㅎ 감사합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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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싸이드암 2017/09/09 19:00

    잘 봤습니다~ 하나 하나 주옥같은 명곡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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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유아빠 2017/09/09 19:55

    저 이거 LP로 소장중 입니다. 저 가로줄무늬 여성분이 왕영은씨인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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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kgoli 2017/09/09 20:28

    왕영은, 이명훈, 구창모, 배철수 그립네요.
    물론 저보다 한참 윗분들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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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hnexen 2017/09/09 20:54

    이 노래들이 다 그 때 나온 거군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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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urlin 2017/09/09 21:34

    속삭여주세요...주병진하고 누나하고 나왔었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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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꿀그리움 2017/09/09 21:57

    싸이드암// 그렇죠 40여년이 지나 들어봐도 좋은 곡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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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꿀그리움 2017/09/09 21:58

    [리플수정]온유아빠// 오 부럽네요
    저도 LP판 있었는데 어데로 갔는지 모른다능 ㅎㅎ
    네 여성2명중 작은분이 왕영은씨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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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꿀그리움 2017/09/09 21:59

    makgoli// 예전 사람들이죠
    배철수만 활동이 왕성하고 나머지분들은 뭐 보기 어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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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꿀그리움 2017/09/09 22:00

    Ohnexen// 그렇습니다. 1회해변가요제는 최고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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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꿀그리움 2017/09/09 22:02

    Curlin// ㅎ 여기나오신분들중에 제일 성공가도를 달렸죠
    최고의 개그맨으로 MC로 사업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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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니라니 2017/09/09 22:24

    멋진글 입니다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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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뢴트겐 2017/09/09 22:35

    그대로 그렇게 외에는 모르는 곡인줄 알았는데 들어보니 익숙한 곡이 많네요. 처음들어본 가요제인데 역대급이네요. ㅋ 구름과나는 심사평그대로네요.
    감사합니다.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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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꿀그리움 2017/09/09 22:42

    라니라니// 어이쿠 과분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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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꿀그리움 2017/09/09 22:44

    뢴트겐// 역대 모든 가요제 중에 그룹사운드쪽으로
    이 해변가요제를 따라올 경연이 없었다고 단언합니다.
    모두 대단한 팀들 이였고 이후에 성공은 뭐 말을 안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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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의야구 2017/09/10 00:55

    아는 노래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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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카서스 2017/09/10 01:45

    주옥같은 글들 잘 읽고 있습니다. 어쩜 이렇게 저랑 코드가 맞으시는지 ㅎㅎ 시대가 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저는 아직도 저 어렸을적에 들었던 대학가요제, 강변가요제 기타 등등의 그런 곡들이 너무나도 가슴에 와닿습니다. 과거에도 좋아하고, 지금도 좋아하는 그런 곡들인거죠. 개인적으로 구창모 아저씨는 참.. 안타깝습니다. 맑고 명량한 목소리의 보컬에 여러가지로 멋진 분이었는데.. 참 아쉽습니다. 막 내지르는 그런 곡에서의 존재감이 장난이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여튼 좋은 글 많이 올려주세요~ 잘 봤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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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꿀그리움 2017/09/10 02:21

    꿈의야구// 좋은 것들은 늘 시대를 아우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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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꿀그리움 2017/09/10 02:22

    코카서스// 어휴 과분한 말씀 송구합니다
    장문의 댓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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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멘스아찌 2017/09/10 07:44

    와우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여기서 이런 글을 보게 될 줄이야...
    78년도면 제가 국민학교3학년떄라 기억이 안나네요. 그런데 그당시 4살위 형님의 입주가정교사가 부산대학생이었는데
    아마 80년도 대학가요제 마치고 나니 그 전해는 서울대학교가 대상받더니 올해는 부산대학교가 대상이네..
    하면서 공부순이야 뭐야? 하면서 부산대부심을 부린거네요. 지금 생각해보니...
    하긴 그당시엔-70년대말- 서울대 못가면 대부분의 형편어려운 학생들은 부산대로 갔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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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꿀그리움 2017/09/10 19:50

    [리플수정]로멘스아찌// ㅎㅎ 이렇게 찾아주셔서 남겨주는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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