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009년에 결혼해 8살, 5살 딸 둘과 행복하게 살고 있는 아재입니다.
결혼한지 8년여가 흐르다보니 수많은 다툼과 갈등, 그리고 행복들을 겪었기에
저의 경험이 결혼을 막 시작하거나 결혼을 준비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 글을 남깁니다.
저는 베오베에 오는 다수의 결혼게시판 글 중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시댁/처가와의 갈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결혼해보면 그로인해 발생하는 갈등들이 상당히 많지요.
저도 그 부분 때문에 결혼하고 2-3년간은 정말 스트레스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시행착오를 거쳐 와이프와 수많은 대화를 나누고나서 정리되는 것이 있었는데요.
저같은 경우는 바로 "가족의 재정의" 였습니다.
적게는 20여년, 많게는 30여년 이상 우리는 부모님, 형제/자매들과 함께 자랐습니다.
그리고 결혼을 했어도 나의 가족이라는 범주에는 아내나 남편 외에 부모님과 형제/자매가 들어갑니다.
제가 생각하는 모든 시댁/처가 와의 갈등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우리는 흔히 남편이 또는 아내가 시댁/처가와의 중간자적 입장에서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해
갈등을 키우는 상황을 흔하게 접하게 됩니다.
이런 원인은 바로 가족에 대한 개념이 모호해서 발생한다고 봅니다.
제 생각에는 우리가 충분히 내 삶의 반쪽이라고 확신이 들어서 결혼을 했다면,
결혼을 하게 되는 순간 내 가족은 더 이상 아버지/어머니/오빠/형/누나/언니/동생이 아니라 바로 내 아내. 내 남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가장 먼저 생각하고, 내가 가장먼저 이해해야 하는 사람도 역시 내 아내, 내 남편입니다.
그렇다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누구의 입장을 이해하고 대변해야 할까요?
네 당연히 내 가족입니다.
저는 저희 어머니와 아내가 갈등이 있었을때, 그리고 저와 처가식구들의 갈등이 있었을 때
그리고 "너희 집, 우리 집" 이라는 말이 오가며 서로에게 상처가 되었을 때
(이 말은 부부가 가족임을 부정하는 가장 나쁜 말이라고 봅니다.)
아내와 진지하게 나눈 대화는 바로 이 가족이라는 것에 대한 재확인 이었습니다.
"지금 내 가족은 나랑 결혼해 살고 있는 당신이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낳은 소중한 우리 자식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세상 무엇보다 어떤 이유보다 당신,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이해하고자 노력하겠다."
"당신에게도 내가 이 세상의 가장 중요한 가족이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정리가 되면, 시댁/친정의 갈등에서 부부는 예전의 나의 이해관계자 (부모님, 형제/자매) 들과의 관계에 있어
서로가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개념을 나의 예전 이해관계자들에게 정말 부드럽고 이해할 수 있게 천천히 납득시키는 것 또한
나와 함께 평생을 같이하기로 한 나의 가족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해관계자라고 상당히 자극적으로 썼지만, 그 역시 저에게는 제 인생에서 정말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다행히 오랜 대화를 통해 저와 제 아내는 이 부분에 대해 정리가 잘 되었습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않는 솔직한 대화를 정말 많이 나누었기 때문이었고
싸움과 갈등 후에는 왜 어떤생각으로 그랬는지, 서로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시간은 고통스럽지만, 만약 피하고 쌓아둔다면 평생을 함께 해야하는 소중한 내 가족을 잃어 바리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단 한번도 그냥 없었던 일처럼 싸움을 마무리 짓지 않았습니다.
서로 이해시키고 납득시키고 합의점을 찾고자 노력했습니다.
내가 먼저 쉽지 않은 이야기를 꺼내고, 상대방에게 배려하기 시작한다면
당신을 정말 사랑해서 결혼한 당신의 가족도 당신에게 그렇게 다가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또한 결혼을 앞두고 있다면, 내 반려자가 이러한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인지 꼭 확인해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저의 주관적인 생각인 만큼 저와 다른 의견들도 많이 있으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제가 생각하는 결혼은 그리고 그렇게 탄생한 가정은 한순간의 감정, 절실한 노력없이 깨어져서는 안되는
너무나도 소중한 사회의 근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유 여러분 모두 행복한 가정을 만드시길 기원합니다.
200% 공감요 ㅎㅎ
추천백개 누르고싶네요~
부모 형제보다 처자식이 먼저다.. 라는 고대 격언(?)이 있는데요..
개인적인 해석으로는 부모 형제는 내가 선택한 가족은 아니지요.
배우자와 자녀는 내가 선택한 가족이죠. 그래서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무조건 스크랩합니다ㅠ
저는 조금 다른게 결혼 한 순간부터 배우자의 가족도 내 가족이 되는 거라고 생각 합니다.
처가의 일은 와이프의 입장에서 이해해주고,
시댁의 일은 남편의 입장에서 이해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게 진정한 사랑하는 상대에 대한 배려 아닐지요.
서로 상대 부모를 내 부모처럼 모시면, 배우자도 자연스럽게 상대 부모에게 내 부모처럼 모시게 될 거라고 믿으며 살고 있습니다.
맞아요. 그래야 하는데.
그게 어려운가 보더라고요.
서로 안챙기자는게 아니라 우선순위를
이제 새로만든 우리 가정에 두자는 건데..
그게 그렇게 힘든가 보더라고요...
사실상 가족의 재정의가 가능한 배우자와 그의 가족들이라면
애초에 재정의가 필요 없을지 모를정도로 잘 지낼수 있을겁니다
많은 가족들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고요
그렇지 않은 가족들은
아무리 부부가 가족의 재정를 해도 끊임없이 치고 들어오죠
일반적인 부모와 형제들이라면 굳이 재정의까지는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부부스스로 가장 우선은 내 배우자 내 자식이다라고 생각해야겠지만
이것도 일반적인 부부라면 당연히 하게되는 생각이죠
상식에 어긋나는 부모형제도 재정의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냥 끊어야합니다
출력해서 집에가져갑니다.
결혼 선배님의 조언 잘 읽고 참고할께요!
작성자님께 박수를~!
아내분도 데리고살아주세요 ㅋㅋㅋㅋ
딸둘만 같이 사시면 허전하지않으신가요 ㅎㅎㅎㅎ
남기신글에 매우 동감합니다
보통 어떤 배우자도
너의 부모형제자매를 버려라 끊으라 하지 않을겁니다
어린시절의 생계를 함께한 것만큼 끈끈한게 없어요
가족은 한집에 살아서 가족이고
식구는 같이 먹고살아서 식구지요
같이산적없는 조부모님은 내겐 식구가 아니지만
부모님께는 식구였지요
이런것처럼 내게 식구였다고해서 지금배우자에게는 식구가 되는건 아니란걸 잊으면 안돼요
너무나도 자기위주로만 생각해서
나의 초등학교친구랑 고등학교친구를 같이만나서
그 둘이 친해지지않았다고해서
혼자 실망하고 강요하고 자꾸 불편한자리만드는거랑 뭐가 다를까요
부모님이 너무 고맙고, 형제자매랑 너무친했고, 아내가 사랑스러웠고, 자녀가 너무예뻐서
모두 나한텐 가족이니까 이들이 모두 친해야한다고 강요하는경우가 많아요
심지어 부모자식간이나 형제자매간에도 안맞는경우가 태반인데도요
우리나라에 며느리를 종속시키는 인습이 있었다보니 아직 인식변화가 되는 도중이거든요
그래서 유독 며느리(역으로 사위에게 심하게 구는경우도 많음)에게 더 내가족이랑 친해지라고 등떠밀어요
많은분들이 문제제기하시고
각 가정에서도 세대가 넘어가고있으니
점점 달라지겠지요ㅡ 달라지는 과정이겠지요ㅡ
핵공감합니다. 부모형제 편들면서 개거품 물면서, 정작 지 처자식 눈돌아가게 하는 인간들 있더이다. 그런인간들이 꼭 하는생각ㅡ부모형제도 소중한 식구인데 니가먼데 지롤이냐! 백퍼임..
가족의 정의도 정리해야 하고... 또 친구와 지인의 정의도 다소 정리가 필요하더군요.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