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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놓치는 환자도 늘 것입니다.

저는 소화기 내과 의사입니다.
의사가 익명이라도 의밍아웃 하는것은 참 꺼려집니다. 일단  책이란건 20살이후 의학서적 외에는 읽어본적도 없어 무지가 드러날까 두렵고, 의사에 대한 사람들의 불신을 알기에 정체를 숨기고 맨날 시시껄렁한 글만 써왔습니다.
하지만 오유는 이런 바보 같은 저의 글도 진지하게 읽어주시는 분도 있을 듯 하여  글솜씨도 없는 제가 한번 써봅니다. 모바일이고 글쓰는 경험도 일천하여 오타가 있거나 가독성이 많이 떨어지더라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몇년전 제가 수련할때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환자가 알수없는 원인의 은근한 복통으로 왔습니다.
1달전에 위대장 내시경 초음파까지 개인병원에서 했는데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고 합니다.
대학병원에 내원하여 꼭 검사를 해달라 합니다.
다시 같은 검사를 합니다.
역시 정상입니다.
CT 는 이 경우 급여기준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언젠가부터
복통에 찍는 CT는 열이 동반되거나 다른 명확한 증상이 있어야, (삭감의 우려없이) 급여로 진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심한 통증도 아니고 더 심해지지 않으며 과잉진료로 몰려 삭감이 될까 우려한 교수는 위장약을 보름치 주고 증상이 지속되면 세달뒤에 다시 보기로 합니다.
세달 뒤에 환자가 다시 옵니다. 증상이 지속된다 합니다. 소화도 안되고 체중도 조금 줄었습니다. 초음파를 다시 해봅니다.
간에 조그만 혹이 생겼습니다. 이제 급여 기준에 부합하는 CT를 찍어봅니다. 췌장암 + 간전이 (말기) 가 발견됩니다.
3개월 전에 발견했다면 수술 (완치) 가능성도 있었던 환자가 시한부 판정을 받습니다.
(췌장은 배 깊숙한 곳에 있어 초음파로 보기 어렵고 숙련된 의사가 보아도 위 등으로 가려져 놓치기 쉬운 부위입니다)
예전 같으면 급여기준이 빡빡하지 않아서 처음부터 씨티를 찍어서 확인 할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돈을 내주기 싫은 건강보험 공단에서 과잉진료를 줄인다는 명목하에 축소한 보험급여 기준이 CT를 늦게 찍게 만들어 환자 한사람을 놓치게 합니다.
재정확보 없는 비급여의 급여 전환은 결국 급여기준의 축소 혹은 삭감의 증가를 초래 할 것입니다. 나눠줄돈이 없으니 결국 어떻게든 덜 줄 방법을 찾아야 하니까요.
그럼 의사는 정말정말 확실한 경우가 아니면 검사를 적극적으로 해볼수 없습니다.
하지만 암은 "이것이 암증상입니다" 하는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런 것이 있다면 의사나 건강검진이 필요없겠죠. 이런 증상있으면 병원 오세요 하고 공표만 하면 되니까요.
위 이야기는 이미 있었던 사례이고 급여 기준의 확대 없이 급여항목만 늘어난다면, 앞으로 위 처럼 애매한 환자를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아 질겁니다.
밑에 어떤 글에 무죄추정의 원칙 언급한 글이 있었죠. 병은 유병추정의 원칙을 따라 급여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봅니다.
정말로 나라에서 환자를 하나하나를 다 챙기고자 급여화를 진행한다면, 급여기준은 확대하는 방향으로 꼭 손봐야 합니다.
아니면 환자 요청이 있을시에는 급여 기준이 안되더라도 검사를 진행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이런 경우 과잉진료를 막자면 검사진행시 꼭 환자의 서면동의를 받고 동의가 없을시에는 의사에게 벌금을 물려야 합니다. 그리고 일단은 의사측에는 원가만 겨우 보전할 정도로 지원해주면서 환자의 본인 부담금을 조금 늘려 여기저기서 검사하는것을 막아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추가 검사에서 정말 이상 소견이 환자에게 발견된다면 환자에게 추가로 받은 본인 부담금을 환급해주고, 의사에게 보험 급여도 정상적으로 진행하면 될것입니다.
이 글은 단순 검사만을 두고 말씀드린것입니다. 치료부분은 이미 많이들 언급하신것 같아 여기선 피합니다.
지금까지 정권들은 표를 의식해선지 의료정책을 세울때 소수이지만 전문가인 의사의 의견은 깡그리 무시하고 다수인 국민들을 호도하여 의사와 국민들을 적으로 만들어서 의도했든 안했든 정부측의 잇속을(표도 얻고 예산도 아끼고) 채워왔습니다.
지금 진행하려는 정책은 보완이 필요한 점이 분명히 있습니다.그래도 이번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부라는데에, 귀가 다른 정부들보다는 열려있는 소통하는 정부라는데에 희망을 걸어봅니다.

댓글
  • La-lune 2017/08/17 03:08

    그럼 현재도 환자가 원할 경우에 비급여로 검사 진행해달라 요청해도 안되는 시스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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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스피다 2017/08/17 18:58

    위에서 설명해주셨네요.
    급여로 정해진것은 정부에서 정한 경우만 진행할수 있습니다.
    급여항목이 있는데 이를 무관하게 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거나, 환자분이 원해서 비급여로 진행을 하면 이건 임의비급여 (불법)라고 합니다.
    이걸 심평원에서 나중에 문제 삼으면 환자에게 받은돈의 5배까지 빼앗아갑니다. 환자분이 동의했든 안했든 상관 없고, 성모병원 예처럼 동의를 했다가도 나중에 민원을 넣거나 소송을 걸면 의사는 물어 내야 합니다.
    인정비급여는 미용처럼 원래 비급여인 항목이죠.
    인정비급여 중에 초음파도 있는데 이제 이것도 나라에서 제한을 걸게 됩니다.
    이제 검사도 나라가 정한대로만 하게 될텐데 이러다 정말 암 놓쳐서 제때 치료 못하면 이제 소송은 나라에다 걸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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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어초보자 2017/08/24 02:02

    국가에서 하지말라면 안해야지요 굽신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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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기견 2017/08/24 02:03

    알면 알수록 꼭 고쳐야되는 문제입니다.
    용기내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배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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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ove_On 2017/08/24 02:04

    글 잘 쓰시네요~
    하고싶은 말 대신 잘 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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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숨은근육찾기 2017/08/24 02:09

    지금 기준이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예외 규정을 두는 것이 옳다고 동의하기 힘듭니다. 생각해보시면 지금도 여전히 과잉 검사나 치료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본문에 환자분은 급여 비급여를 떠나서 검사를 했어야 되지 않았을까요? 환자분이 비용을 부담스러워해서 안하신걸까요?
    의사가 이해할 만한 수준이 되어야 검사를 할 수 있는 현실도 인정이 되지만 의사가 이해할 수 없는 증상이면 더욱이 검사를 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초음파 검사로 확인되지 않는 증상이 지속될 경우 세달 뒤에 보자고 했다니 그것이 놀랄만한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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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숨은근육찾기 2017/08/24 02:15

    유병을 추정한다는게 얼마나 이용하기 좋은 소스인가요? 대책이 필요하다면 정말 세밀한 규정을 필요로한다고 봅니다. 단순히 급여기준을 확대한다는것은 지금보다 훨씬 과잉비용을 요구하게 될겁니다. 그야말로 지금 과잉검사등을 하는 분들 천국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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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숨은근육찾기 2017/08/24 02:50

    두분 댓글이 비슷한 이유로 하신 말씀같아 다시 씁니다
    건전한 의료행위를 하고도 피해를 보시는 의사인구도 있겠죠. 안타까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런 분들 편에서 얘기하기 힙듭니다.
    이렇게 된게 의사들이 만들어 놓은 오래된 현실 아닌가요?  의료라는 직업 안에서 어떻게든 더 벌어보려는
    그런 분들 때문에 이렇게 된거 아닙니까? 그 수가 적지 않습니다. 3차병원은 아니다 그럴 수 있을지 몰라도
    이하 병원들의 행위가 어떤지 모르시지 않을 겁니다. 그 수가 좀 많은가요.
    의사가 원칙대로 일해서 남들보다 못 버는 직종도 아닌데 좀더 좀더 벌어 보려는 사람들 때문에 이지경이 된겁니다.
    오죽하면 환자가 실비 보험 사기 피의자가 되는 정도가 됐을 까요. 그걸 방조 방관했던 분들도 의사들 이고요.
    하지만 네 대책은 필요하겠죠.  단순히 이번 기회라고 얘기하기엔 시간이 많이 걸릴 일입니다. 의사들 협회안에서도
    노력이 많이 필요하고요. 협회에서 어떤 노력들이 이루어지는지 알고 계신게 있나요?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개인적으로 노력하는 좋은 분들도 있지만 이런것이 정부의 무관심이나 무능으로만 여겨지지 않게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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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뽀식이네감잩 2017/08/24 04:50

    뻔한 레퍼토리.. 이런 글엔 항상
    의사들 니들이 나빴어 니들이 자초한 일이야
    그러니까 닥치고 있어봐.
    일단 시행 해 보고 나중에 고쳐보자고.
    이런 댓글..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ㅋㅋㅋ
    이게 말인지 방구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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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숨은근육찾기 2017/08/24 05:07

    자기들만의 세상을 꿈꾸시나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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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롤랑세아크 2017/08/24 06:42

    솔직히
    지금은 뭐 암 걸려도 돈없어서 그냥 죽어야 함
    쉬운 암이면 그나마 시도라도 해보지만,
    이래죽으나 저래죽으나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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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되구마 2017/08/24 10:22

    글 정말 잘봤습니다
    저도 의료게에 글을 적은적이 있지만 비급여 얘기만 하면 돈밝히는 의사로 낙인을 찍고 제가 주장하는 바를 듣지 않을것 같아 저는 적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비급여의 급여화가 초래하는 가장 큰 문제를 거추장스런 수식어 없이 깔끔하게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정도면 많은 분들이 잘 이해하실수있는 글이라 생각되어 꼭 베오베로 가서 널리 읽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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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keItBetter 2017/08/24 10:40

    근데 저런 이유로 병을 놓치면 공단에 안따지고 병원이 사람죽였다고 따지는게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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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기호랑이 2017/08/24 10:42

    좀 격하게 글쓸게요. 우리나란 이래서 안돼요. 사실여부 다 갖다버리고 그저 돈 좀 잘버는 직업이다 싶으면 까고보는 심리 ㅎㅎ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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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락슈미바이 2017/08/24 10:55

    결국 의료비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의료의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게 만드는 형식이군요. 비급여를 전면적으로 급여 전환하면 그냥 의사들의 자율성은 물론 의료의 질과 발전을 저해하는 악영향을 미친다는 게 요지인데.. 차라리 건보료를 인상하고 정부와 의료계가 이 부분에 대해 서로 소통하고 급여 방식을 행정적 편의에 맞게 짜놓은 현행 구조에서 현장에 맞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하는데.. 진짜 제 머리가 나빠서 그런지 깔끔하게 이해하기 힘들군요.. 관련 기사들 찾아보며 이해하려 애쓰고 있지만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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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빛돌고래 2017/08/24 11:10


    수가를 충분히 보장하는 것과 아울러, 급여 확대에까지 이르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쁜 의사들 일부 때문에 성실한 분들이 함께 나쁜 사람처럼 인식되는 것이 슬픈 요즘이네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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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친공대생 2017/08/24 11:20

    결국 심평원의 심사관들이 의사 업무 없이 된 경우라 판단이 안되는 것이겠죠. 심평원의 과잉진료 판단 주체들을 의사 간호사 약사 등 의료계 종사 10년 이상인 사람들로 구성해야 현실성이 있겠네요.
    의사들의 적극적인 행정 참여가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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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맛난고등어 2017/08/24 11:22

    뭘 들여와도 제도개선vs경제제부문과 관리감독 부문은 충돌할 수 밖에 없죠
    현직과 심평원 관계자들간 합리적 제도를 만들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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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훌러리 2017/08/24 11:23

    이번 정부는 소통이 잘 되는 게 아니라 추진력과 일관성이 있는 거죠
    자기들이 추진하려는 방향에 맞는 태클이면 수용하지만 가로막거나 역방향이면 관심도 안 가져요
    성평등 분야가 대표적이죠
    이 문제는 그에 해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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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먼길나서다 2017/08/24 11:24

    동감합니다
    이건 좀 다른 문제인데요  급여약품이었다가  비급여가 된 약들 (연고류 물약종류 등등 ) 또 생산원가보다  약값이 싸서
    어떤 이유인지 생산이  중단되는 좋은 약들   이런거에 대한 관리도 필요할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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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ㄱㄴㄷㄹ 2017/08/24 11:29

    숨은근육찾기님의 말은 한문장 한문장은 논리적으로 다 맞고 틀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본문과 과잉의료의 사례를 바로 그 '결과적'으로 해석해서 말씀하시기 때문이지요.
    의사들은 그 '과정'에서 판단하고 검사하고 진료를 하기 때문에 서로 비슷한 얘기를 다르게 하고 있는 겁니다.
    이걸 이해하지 못하면 의사들의 말을 이해할 수 없고 '결과적'으로 돈만 밝히는 의사로 이해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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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ㄱㄴㄷㄹ 2017/08/24 11:32

    비슷한 예로 보험을 들 수 있지요.
    내일 결과적으로 교통사고가 날 줄 알았다면 보험을 들었겠지만
    오늘(인생의 과정)은 그 것을 모르니 보험료가 아깝게 생각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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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끼와만두 2017/08/24 11:42

    아.. 무슨 얘긴지 알거 같아요.
    의료 무상 국가에 살아요...
    MRI 찍는데 삼개월 걸렸어요. 그것도 새벽 세시에 찍는 타임 간신히 났구요.
    이가 부러지는 교통사고로 현장에서 졸도하고 응급실 갔는데 당일 퇴원 당했어요...
    사고 덕분에 원인 모르는 신경 손상으로 나이 40도 안되어 지팡이 짚고 다녀요.
    신경 검사 받기 위해 넉달 기다렸구요.
    심지어 엑스레이 결과 받는데도 두 달 걸렸어요.
    암 세포 발견되었는데 암전문의 만나기 까지 칠개월? 걸렸구요. 그 동안 아무 치료도 못받았어요.
    무상이죠. 돈은 하나도 안들었어요.
    하지만 이게 과연 좋은걸까? 하는 생각은 들더군요...

    (hd2Hmi)

  • 아정말요? 2017/08/24 11:54

    그럼 기존의 제도와 법을 바꾸는게 낫지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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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ㄱㄴㄷㄹ 2017/08/24 12:03

    네. 토끼와 만두님은 '결과적'으로는 돈을 밝히지 않고 합법적인 진료를 하는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있네요.
    그게 과연 환자한테 도움이 될까? 하는 의문점이 의사들에게는 있는겁니다.
    그리고 그걸 얘기하는 의사들에게 숨은근육찾기님 같이 다들 얘기하고 있는 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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