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 사막에서 일몰 촬영까지 마치고 우리는 늦은 저녁을 먹었다.
사막 안에 위치한 '오베르주 카페 드 수드' 호텔로 돌아와 식당으로 내려 가니,
수영장 옆 야외 테이블로 안내한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딱 좋은 아름다운 밤이다.
사막의 호텔은 도시 소음이 없어서 그런지 고요해도 너무 너어~무 고요하다.
늦은 저녁이라 객실 손님도 별로 없었고 그야말로 정적 속에서 식사를 했다.
우리 팀의 도란도란 목소리와 식기 부딪치는 소리만 들린다.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왔을 때 느껴지는 그 고요함은
마치 내가 진공 속에 들어와 있다는 착각이 들 만큼 적막이 흐른다.
사막이라 그런지 백색 소음조차도 없다.
정원과 호텔을 걸어다니면서 촬영할 때는 내 발자국 소리도 흙벽들이 집어 삼키는 것 같다.
아주 가끔 호텔 직원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그들은 발자국 소리를 내지 않는다.
베르베르인은 바닥에서 2센티 쯤 자기부상해서 걷는 것처럼 무소음이다.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싶을 정도로 스르르륵 지나간다.
우리 테이블 근처에 자리한 독일인 관광객팀.
현지 가이드님이 댄스를 출 때 흥을 이기지 못하고 무대로 나오신 독일 아줌마. ㅋ
사막의 이 정적을 깨뜨려 주려는 시도였을까..?
호텔 측에서 마련한 베르베르인 전통음악 공연이다.
빠른 템포로 타악기를 연주하는데 라이브로 들으니 어깨가 들썩거릴 정도로 흥이 난다.
흥이 많으신 우리의 현지 가이드님의 댄스 실력.
빠른 리듬의 음악이 느린 곡으로 바뀌었다.
오홍.. 무언가에 삘을 받으면 신명이 차오르는 내가 또 빠질 수 있나아~~
무대 앞으로 나가서 밸리댄스를 3분(?) 정도 잠깐 추었다.
코인 힙스카프가 없으니 골반과 허리와 팔 동작만 살짝~
자리로 돌아왔더니 일행인 여성분이, 한국무용 하셨냐고, 선이 참 곱다고..
뮝~? 한국무용 아니고 밸리댄스인뎅.. ㅎㅎㅎ
터키 갈 때는 코인 힙스카프를,
아르헨티나 갈 때는 탱고슈즈를 지참해야 할 것 같다.
터키는 마음 먹으면 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지구 반대 편 아르헨티나는 멀어도 너무 너어~무 멀다.
만약 아르헨티나에 가게 된다면.. 신발장에서 잠자고 있는 나의 탱고슈즈를 가져 가야지.
현지인 땅게로에게 한 춤을 신청해야겠당~
바다 건너 멀리서 날아 온 세뇨라에게 한 수 배우시라꼬~ ㅋ
대학원에 입학하고 자그마한 작업실을 알아보러 다니던 중.
아이들도 가르치고 작업실로 쓰면 임대료와 관리비는 나오지 않겠느냐는
부동산업자에게 꼬임을 당해 덜컥 준공도 나지 않은 상가건물 130평을 임차했다.
건물이 반쯤 올라갔을 즈음에 IMF로 시공사는 부도 났고 건물은 중도에 섰다.
그 때 대출 이자를 24%를 내면서 먹는 것도 아껴가며 견뎠다.
분양 받은 사람과 임차인이 협력해서 가까스로 준공을 마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을 열심히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미대입시학원이었는데 다행히 지역에서 나름 인정을 받았고 대출금도 갚아 나갔고
마침 서울 3대 학원가로 부상하는 바람에 다른 지역에 사업장을 하나 더 낼 만큼 순조로웠지만
마음 한 켠에는 '나는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하는 허허로움이 있었다.
아마도.. 미술작업에의 열정을 간간히 달래준 건 '춤'이었던 것 같다.
술도 못하고 모임에 나가 수다 떠는 것도 좋아하지 않으니
명치 깊숙한 곳에서부터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끼'를 춤으로 풀어 내지 않았나 싶다.
춤의 시작은 밸리댄스였다.
밸리댄스가 이제 막 보급되던 시기에 전국 밸리댄스 대회에서 우리팀이 대상을 받았다.
취재 나온 방송작가의 소재 탐색에 걸려 '생방송 화재집중'이라는 티비 프로에도 나왔다.
'울 엄마는 밸리 여왕'이라는 꼭지였는데 집, 일터, 아카데미, 동대문시장 등 5일 동안인가.. 엄청 찍어 가더니
정작 15분(?) 정도 방영이 되었던 것 같다.
( 찐이웃님께서 탱고에 관한 저의 에세이를 읽으시고 탱고 추는 모습을 올려 달라 요청하셨고
오래 지난 영상과 사진을 올립니다. 찐이웃님이 요청하시면 지니는 뭐든지 합니당~ ㅋ)
밸리댄스 배우던 시절의 연습하는 영상
다음이 아르헨티나 탱고였다.
아르헨티나 탱고는 정말 매력적인 춤이다.
혼자서 배우러 다닌 지 3년 남짓 즈음에..
탱고는 그게 참.. 밸리댄스와 달리 피겨를 가다듬고 기량을 향상시키려면 만만한 스파링 파트너가 있어야 한다.
(발 밟혀서 피 흘리고 내 잘못보다는 상대편 잘못이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과정이라 '스파링 파트너'가 맞음)
춤에 대한 진정성이 없는 너절한 넘들 집적대는 꼴도 못내 싫었고.
연습 시간 맞추기 쉽고 성격 좋은 상대가 필요해서 남편을 꼬시고 애원하고 달래고 어르고 사정하고 1년 가까이 꼬드겼다.
그 때 남편은 한창 골프에 빠져 있던 때다.
남편은 자타공인 몸치에 음악치에 춤 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긴 하다.
남편과 함께 배운 시점이 2년이 넘어갈 즈음에 남편 고교동창회 송년회에서 공연했다.
'멋지게 산다'. '멋진 아내를 두었다'.. 반응은 뜨거웠고 이런 칭찬에 남편의 어깨가 으쓱해졌다.
그제서야 남편은 탱고에 다소 능동적인 자세로 돌아선 것 같다.
함께 열심히 배우러 다니다가 남편의 부산지사 발령으로 그만 하게 되었다.
남편 동창회 송년회에서 공연 모습
탱고 연합 밀롱가 (와인을 곁들인 탱고 파티) 에서 남편과 함께 공연한 '아르헨티나 탱고' 영상
나이가 드니..
허리와 골반을 임팩트 있게 움직여야 하는 밸리댄스도
하이힐을 신어야 하는 아르헨티나 탱고도 몸이 부담을 느낀다.
그 후에 팝핀을 6개월 정도 배우다가 수강생이 너무 적어서 폐강이 되었고
골감소증에 좋다는 한국무용을 배우러 다니던 4개월 차에 코로나 사태로 중지되었다.
별 일 없으면 백세시대라는데 몸은 100년을 견디지 못하는 것 같다.
남편과 함께 매일 치던 배드민턴인데 요즘 엘보로 치료 받으러 다니고 있다. ㅜㅜ
이제는 교만하지 말고 내 몸을 잘 달래가며 아껴 써야 한다는 걸 절감.. 또 절감하고 있는 중이다.
내 몸도 내 맘 같지 않고, 내 삶도 내 뜻대로 살아지지는 않았다.
미술작가의 꿈은 어쩌다 저쩌다 보니 희미해졌고
대신 나의 땀과 노동은 나의 주변인들의 따뜻한 밥이 되었다.
가끔 생각한다.
떠밀려 오듯 살아온 이 삶은 내가 선택한 것일까.. 이미 정해진 것일까..
20대 초반에 친구들과 점집에 간 적이 있었다.
무당 아주머니는 나에게 "여자로서는 대단한 사업가가 될 거야."
그 때 나는 화가의 꿈 외에는 그 어떤 것도 내 머리 속에 없었다.
무슨 사업이냐고 물었더니, 가르치는 것과 관련된 사업이라고.
그 당시 학원업은 대중화 되지 않았고 있는 집 자녀들은 과외를 받던 시절이었다.
말 같지도 않은 농담같은 이 예언은 듣고 이내 잊고 살았다.
몇 년 전 사업체 하나만 남겨 두고 일을 정리했다.
일만 하던 나의 생활에서 일이 없어지면 내 존재감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일이 없다는 것에 대한 공포에 가까운 고민을 했던 것 같다.
결국 남편의 설득으로 일을 접고 양평에 새집을 짓고 도시 생활을 청산했다.
어렵게 일을 정리한 후에 신한생명에서 제공하는 사주를 보았는데
일을 정리한 딱 그 나이에 '인생의 전환점으로 삶의 흐름이 바뀐다'고 씌여 있었다.
내게 주어진 삶은 이미 이렇게 정해져 있었던 것일까..?
https://cohabe.com/sisa/3399760
모로코 (30) - 동영상 : 베르베르인 공연 그리고 나의 탱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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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박완서 의 소설 한편을 읽은 기분이 듭니다 ㄷㄷㄷ
ㅎㅎㅎㅎㅎㅎㅎㅎ
알고 보면..
우리네 삶은 소설보다 복선도 플롯도 더~ 다난하지요.
단순하게는
태어나 살다 감 이 아닐까 하는
소설의 소재도 결국 태어나고 살아가고 돌아가고.. 뭐.. 그 범위 안에서이겠죠~
삶이 녹아든 멋진 글 잘 보았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올해도 좋은 사진, 좋은 글 기대하겠습니다^^
녹두호빵님도 좋은 정보 좋은 사진 기대하겠습니다.
늘 관심있게 보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
여행을 사랑하신단 느낌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