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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압]작성자 오늘 주마등 본 썰.Ssul

수영 못하는 인간이 익사 할뻔한 얘깁니다.
초딩 때 4개월인가 배웠는데 강사님이 ㅇㅇ이 너는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할 것 같다고 했었더랬죠..
아무튼 새 삶 얻은지는 이제 12시간 정도 되네요.
오늘 아는 가족들 여럿이 계곡에 놀러가게 되었습니다.
애기들 놀아주고 동생들 놀아주다가 물놀이용 공기매트가 하나 남길래
좀 쉴겸 물에 띄우고 그 위에 편하게 누워있었습니다.
둥실둥실 천천히 주변 풍경보면서 흘러갔죠.
폭이 좁은 곳에선 좀 속도가 붙기도 했지만
두번째로 온 계곡이기 때문에 발이 닿는다는 것과
물살도 그렇게까지 빠르지 않다는 걸 알고 있어서 별생각 없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눈으로만 보다가 처음으로 간 넓은 지점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속도가 떨어지는데다가 우리 일행은 보이지 않고
한 70미터 멀리에 두 사람이 낚시? 하고 있는게 바위 사이로  보이더라구요
암튼 그런 연유로 매트에서 내려서 다시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계곡 가의 무릎 께 오는 얕은 물을 걸으며 매트를 끌고 올러가고 있었는데
맨 몸으로는 큰 어려움 없이 거슬러 올라갔던, 폭이 약간 좁아서 물살이 빠른 지점에 도착하니
대강 쥐고 있었던 매트를 그만 손에서 놓쳐버리고 말았습니다.
제 손을 떠난 매트는 쉬바 난 자유다! 닝겐 고멘!! ㅇㅅㅇ/ 하면서 즉시 물살을 타고 빠르게 떠내려갔고
저는 그 매트를 다시 잡으러 다시 맨몸으로 계곡을 내려가게되었습니다.
물론 물살이 느려지는 부분에 도착하면 매트를 쉽게 잡을 수 있단걸 알기에 큰 걱정은 없었지만
그동안 거슬러 올라온게 아까웠기에 정신없이 따라갔습니다.
그럼에도 결국 매트는 잡히지 않고 이윽고 물살이 너무 느려서
매트에서 내렸던 그 부근까지 떠내려 갔습니다..
매트를 끌고 올라갔던게 전부 수포로 돌아갔으니 빨리 매트를
잡아야 한다는 급한 마음이 사라졌고.
문득 어께정도까지 물에 잠겨있다는 사실을 깨닿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폭 넓은 중앙 쯤에서요.
섬뜩하더라구요. 정신 못차렀으면 깊은데서 죽었겠구나 하구요. 구명조끼도 안 매고 겁대가리 없이 왔었으니 말예요.
그러곤 물가를 향해 방향을 바꿔서 딱 '한 발' 내딛은 순간
발이 땅에 닿지 않았습니다;;;
놀라서 뒷걸음질 치려했지만 물살은 날 밀고 있고 밟히는 게 없으니 뒤로 갈리 만무했죠.
냉탕에서 이쪽저쪽 갈때 하던 식으로 팔을 휘두르고 다리를 움직여보았지만
그건 그냥 익사전에 버둥거리는 몸부림이었습니다.
나아갈 듯 했던 몸은 빠르게 가라앉았습니다. 필사적으로 고개를 젖혀 하늘을 보며 숨을 들이마셨고 결국 완전히 물에 잠겼습니다.
앞이 캄캄해지고 '죽을 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 말곤 아무생각도 안 들더군요.
본능적으로 발버둥을 치며 팔을 크게 휘저었더니 수면 위로 머리를 내밀 수 있었습니다.
물론 밖에서 보기엔 머리가 쏙하고 나왔다가 바로 잠기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겠지만
그 마지막 몸부림에서 저는 계곡 위를 보고 아무도 없단 걸 보고 절망하고, 계곡 아래 저 멀리에 큰 바위에 가려 등만 살짝 보이는 사람을 할끗 보며 '내가 "살려주세요" 한 마디를 크게 소리지를 시간과 허파 속 숨이 남아있는지 그리고 누구든 아마 딱 한번만에 그 소리를 듣고 내가 죽기 전에 구하러 올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고 그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걸 깨닫고 절대적으로 절망적인 체념을 하게 됩니다. '아, 난 정말로 진짜로 무조건 죽는다 이렇게 어이없게 혼자 뻘짓하다가 물살도 빠르지 않고 아무도 구해주지 않는 곳에서 꼼짝 못하고 발버둥치다가 그렇게나 뻔히 듣던 계곡 사망사고를 내가 이렇게 겪는구나...'
집에 계신 할머니나 저 윗 굽이 너머에서 놀고 있을 지인들, 내가 죽고 나서 발견된 그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지에 대해 정말 시간이 멈춘 듯 머리가 돌게 되더군요.
팔을 크게 휘둘러서 수면위로 빠르게 솟아올랐던 만큼 수중으로 추락하는 속도도 빨랐습니다.
사실 여러분이 팔을 머리 위에서 한번 강하게 밑으로 내리고 그 팔을 다시 가슴께로 올리면 제가 위 상황을 끝내고 다시 물 속으로 잠기던 시간과 비슷할 겁니다.
그렇게 내가 죽은 상황을 생각하게 되자 퍼뜩 정신이 다시 들면서 정말 말그대로, 반드시 죽을 상황의, 필사(必死)의 각오를 하게 되더군요. 잠기는 속도 그대로 바닥까지 내려가보기로 한 겁니다. 고개를 젖혀 가라 앉는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숨을 들이 마시곤 발버둥을 그치고 바닥에 닿도록 몸을 최대한 밑으로 넣었습니다. 밑바닥에 발의 앞꿈치 정도가 닿자 팔로 물가쪽으로 몸을 틀며 발로는 땅바닥의 자갈들을 긁었습니다.
땅에서 크게 한 걸음 걸으면 나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저는
그저 바닥을 조금 세게 긁는 수준에 그치고 다시 수중에 머물게 되자 육지를 향해 돌리던 몸을 그대로 가슴이 하늘을 바라보도록 돌렸고, 수영장과 목욕탕에서 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 배영을 시도했습니다. 그렇게 1자로 허우적 거리던 몸이 \이렇게 비스듬해졌고 억겁과도 같은 찰라의 순간이 지나 얼굴이 다시 수면위로 나왔습니다. 발장구는 계속 치면서 가쁜 숨을 서너차례 몰아쉬곤 혹시하는 생각에 다시 바닥에 발이 닿는지 시도해보았죠. '몸무게가 실린' 발 끝이, 땅에 다시 걸린 그 순간은 바로 직전에 땅에 닿았던 발 끝과는 180°로 의미가 달랐고. 저는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실패했다고 생각했던 초딩적 수영강좌 4개월이 제 지금 목숨을 살릴줄은 정말 몰랐네요. 물론 만약에 정신줄을 잡지 못했다거나 필사의 각오로 땅을 밟으려 했을 때 땅에 발이 닿지 않았다면 저는 패닉과 절망으로 배영까지는 생각도 못하고 죽었을 겁니다. 물살이 정말 정체된 수준으로 느렸기에 흘러가다가 어느 곳에 발이나 몸이 걸릴리도 없었구요....
육지를 밟은 저는 저 옆에 동동 떠있는 쉬발 줘까튼 매트를 챙기곤(어떻게 챙겼는진 지금도 기억이 안나네욬ㅋㅋ) 등에 짊어져 뭍을 걸어 다시 캠핑장으로 돌아갔습니다. 섬뜩했던게 제가 죽을 고비를 넘기는 사이 물에서 놀던 사람들은 다 점심을 먹으러 올라갔더군요.. 뭐..  하튼 그랬습니다.
쓸데없이 긴 글이었네요.
공교육에 생존수영을 필필필수과정으로 넣어야한다고 생각하고 최소한 개나 소나 할 수 있는 배영정도는 경험을 시켜놔야한다고 여겨지네요. 수영강좌 힘드시면 냉탕에서 교육시키세요. 사람 허파가 가슴 쪽에 달려있기 때문에 정상인이라면  다들 가능합니다.
모두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새사람 되겠습니다. 앞으로 죄 짓지 않고 더 열심히 살께요..ㅠㅠ

댓글
  • 베오베상주녀 2017/08/13 00:17

    큰일 격으셨네요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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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르트구름 2017/08/13 00:28

    줘까튼 매트색히!!!!!
    천만다행이네요. 만수무강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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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무 2017/08/13 00:40

    저도 눈앞에서 친구가 작성자님처럼 한발자국만에 머리끝까지 잠기는 걸 본적 있어요;;
    저희도 튜브 잡으러 내려가던 중이었는데 진짜 한발짝만에 머리가 푹 잠기더라구요
    물 위로 동동 떠있던 친구 얼굴이 갑자기 수면 밑으로 사라지던 그 충격이란;; 전혀 빠질 거라 예상도 안되던 상황이라 더 놀랐어요
    전 당사자가 아니었는데도 그때 아주 오만 생각이 다 들더군요.. 이렇게 사람이 죽는구나 싶기도 하고..
    저도 수영 못하는지라 어떻게 구해줄수도 없고 나뭇가지 같은걸 구하려 해도 넓은 물 한가운데여서 구할 수도 없고 진짜 머릿속이 새하얘졌는데
    저흰 다행히도 옆에 보트타고 노시던 아주머니 아저씨분들이 노를 잡으라고 주셔서 그거 잡아서 보트로 끌어올려주셨어요
    그분들 아니었으면 진짜 뉴스에 나올 뻔 했다고 몇년 지난 지금까지도 모이면 얘기하곤 해요 ㅎㅎ 정말 사람 죽는 거 한순간인 것 같아요
    빠진 친구 얘기 들어보니 얘도 작성자님처럼 발이 안 닿아서 아예 바닥까지 들어갔다 박차고 나오려고 했었대요. 얘는 첫 시도만에 건져져서 다행이긴 한데 그 상황에서도 물에서 발버둥 치느라 안경까지 빠뜨려서 잃어버리고 왔어요 ㅋㅋㅋㅋ
    결과가 무탈해서 이렇게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는 거지 물놀이 할땐 정말 안전장비 필수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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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즈엘린 2017/08/13 00:44

    저런 상황에서 돌아오셔서 진짜 천만다행입니다 ㅠㅠㅠ 진짜 수영 배우는게 나중에라도 있을 안전사고에 대비해서 유익할 것 같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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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불에눕자 2017/08/13 02:00

    어휴 저도 한발짝 뒤로 갔는데 훅 빠진 적이 있어서 진짜 물놀이의 위험성을 깨달았어요ㅠㅠ 다행히 일행이 구해줬는데 몇초만에 이렇게 죽는구나 싶었던ㅠㅠ 조심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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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haraja82 2017/08/13 03:03

    전 초딩 저학년때 아부지 계모임하던 가족들이랑 계곡을 갔다 죽을뻔했어요
    차를 산길에 세워놓고 어른들은 다리로 짐을 나르고
    아이들은 덥다고 계곡 얕은데를 걸어서 건넜는데
    언니들이랑 다른애들이 다 걸어가길래
    저도 무심코 걷다가 깁자기 쑥하고 발이 빠지더라고요
    나는 살아보겠다고 필사적으로 허우적대는데 그걸 깔깔거리며 보고있는 언니란 닝겐들....
    마침 아주머니 한분이 애들 잘 건너나싶어 뒤따라오셨다가 건져주셔서 살았네요
    제가 물에서 나와서 언냐들이 나 안구해주고 웃고있었다고 대성통곡을 했더니
    그제서야 장난인줄 알았다고 하는데 와...내가 무슨 신들린 아역배우도 아니고
    장난을 그렇게 필사적으로 쳤겠냐고요
    그래서인지 저는 죽을뻔했던 공포보다도 더 기억에 남는게 원망이더라고요
    아마도 그날 죽었더라면 분명 물귀신돼서 우리 언니들 끌고갔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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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순팬티 2017/08/13 13:08

    그래서 전.. 정말 확실하게 바닥이 잘 보이고 주변을 다 탐색한후에 빠져도 죽지 않을 곳에서만 놉니다..
    바다도 무조건 서해로만 가구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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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agdad 2017/08/13 13:19

    작성자님 필력이 ㅠㅠ 정말 계곡에서 헤엄치고온기분들게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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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dqruya 2017/08/13 13:30

    저도 수영못인데
    이거하나로 살앗습니다.
    뭐 그전부터 빠지면 이렇게 해야겠다라고 생각을 해오던 터였기에
    정말 강은 닥 한발의 차이로 발리 안닿는데가 많아서
    저도 그런 상황이 되자 그간 생각한데로
    1. 1번 손을 내려쳐서 몸을 떠올려 숨을 최대한 들이 마신다.
    2. 물에 들어가 뭍밑으로 머리를 숙이고 몸을 쭉펴자마자 양팔을 열나게
    (잇는 힘껏입니다. 이 힘을 다쓰면 죽으니 기회는 단 몇번의 팔젓기라는 각오하에)
    자유형을 합니다. 머리는 물안에 참다가 밷다가 숨이 다하는 시점에 우측 팔이 물을 저을때 왼쪽 고개 돌리면서
    다시한번 숨 들이키고 고개 물에 넣고 팔로 풀 물스윙. 이 두번의 호흡으로 뭍으로 이동해나올 수 있었습니다.
    항상 오늘 빠지면 이렇게 나와야지 했던터라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수영장에서 기껏 가봐야 5m ~8m 가고 다리를 내려야 하는 수영못입니다.
    수영을 오래못해도 자신이 숨 한두번에 5m정도 물을 이동하는 방법은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정말 이거 하나가 사람 목숨 좌우합니다.
    몸의 힘을 다해서 자유형을 해서 갈 수 잇는 거리를 실내 수영장 등에서 체크하고 연습하세요.
    3~5m가 사람을 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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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잠만보ㅠ 2017/08/13 14:14

    와 이거보고 예전에 수영장 놀러갔다가 죽을뻔했던거 기억났네요.
    초딩땐가 그랬는데, 수영장 바닥이 경사가 져 있어서 가장 높은곳은 어린애가 놀아도 괜찮은 정도인데 가장 낮은 데가 어른이 들어가도 깊은 정도였거든요. 그래서 애들이 거기까지 못들어가도록 반절되는곳에 줄을 매고 못들어가게 해뒀어요.
    근데 그날 거기 단체로 놀러간 애들이 워낙 많아서 수영장 절반정도는 꽉 채울 수준이라, 저는 그 틈에 끼어 놀다가 누군가한테 밀쳐져서 제 키보다 깊은 곳으로 들어가버린거죠.  숨은 막히는데 잡히는게 하나도 없어서 패닉하고 있었는데, 그 순간 물 밑에 보이는 수많은 애들의 모습이 저와달리 너무나 평화로워보여서 기분이 이상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러다가 뒤를 보니까 더 깊은곳이 보이는 거에요. 그걸 보고 진짜 죽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필사적으로 수영장 바닥을 짚고 기다시피 해서 겨우 빠져나왔습니다.
    솔직히 그때 물안경 안쓰고 있었으면 어떻게 되었을지‥ 근데 나와서 선생님 붙들고 죽을뻔 했다고 하소연하는데 전혀 진지하게 듣지 않으시더라구요. 장난인줄 아셨겠지만 아직도 똑똑히 기억납니다 그 귀찮아하는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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