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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깨서 써보는 일기

힘든 하루였다.

그 여파인지 좋지 않은 꿈을 꾸다가 잠에서 깨어났다.
창밖 가로등 불빛이 깜빡 어둠속에 잠시 빛난다. 
멍하니 누워서, 깬김에 화장실을 갈까 아님 더 잘까 고민하다가 더워서 에어컨 리모컨을 찾기 위해 베개 밑을 뒤졌다.
평소엔 옆에서 굿을 해도 안 일어나는 남편인데 베개 한번 들어봤다고 음냐음냐 소리를 내다 뒤척인다.
남편에게도 힘든 하루였을 것이다. 역시 좋지 않은 꿈을 꾸고 있는 걸까.

"더 자"

남편이 나를 다짜고짜 끌어안고 토닥토닥 등을 두드린다.
토닥토닥이 점점 느려지고 힘이 빠진다. 잠시 깼지만 다시 잠속으로 끌려들어가는 중인 듯. 느려지는 리듬속에서 꿈꾸듯 중얼거리는 한마디.

"사랑해......"

입을 내 이마에 대고 그대로 잠들었다.
나는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아 돌아 누웠다가 화장실을 핑계로 일어나 앉았다.
품에서 빠져나온 나를 뒤에서 끌어안으려 팔을 허공에 휘둘다가 베개를 끌어안고는 안심한 듯 다시 코를 골기 시작했다.
나는 조금 울다가 이렇게 깨서 폰으로 세상을 보며 부서진 마음을 알량하게 어루만져본다.

아마 언젠가. 먼 훗날 혹은 가까운 날에.
우리가 헤어지는 그 날에도.. 
나는 오늘의 이 밤을, 남편의 잠에 취한 손길을, 다정한 목소리를, 살짝 덥고 습한 이 공기를, 남편의 꿉꿉한 숨냄새를 기억하게 될 것 같다.
  
댓글
  • 엉더테이컹 2017/08/11 07:19

    부럽네효 ㅎㅎ ㅠㅠ

    (fGYmrs)

  • 허니순살치킨 2017/08/11 10:37

    병원에 다녀와 정리되지 않은 기분으로 뒤척이다 새벽에 우울한 기분으로 남긴건데 부럽다고 해주시는 분이 계셔서 다행이네요..
    전 길거나 혹은 짧은 투병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남편의 다정함이 사랑스러우면서 동시에 시한부라 생각하니 한없이 외로운... 그래도 전 이런 기억들을 가지고 갈 수 있지만 남편은 또 얼마나 외로울까 싶어 많이 울었던 새벽이었습니다.
    아무쪼록 잘 치료되어 긴 노년을 함께하고 새벽의 이 기분을 기억하면서 남편과 이별할 수 있기를...
    사랑하니 가시밭길이 더 외롭습니다.

    (fGYmrs)

  • ㅅrㄹ5ㅎH 2017/08/11 22:47

    이별은 먼훗날의이야기가되길바랍니다 꼭 잘치료되실거예요!

    (fGYmrs)

  • 외톨이인생 2017/08/12 01:14

    아이궁..힘내세요

    (fGYmrs)

  • 유민- 2017/08/12 01:43

    남편보다 조금더 오래 살아서
    사랑을 더많이 챙겨 주세요
    먼저 떠나는 그를 웃으면서 보낼수 있을 만큼만요

    (fGYmrs)

  • iGo슬기이누마 2017/08/12 12:24

    건강해지실거예요. 오래오래 그 사랑 받으며 행복하실거예요. 힘내세요!

    (fGYmrs)

  • veluga 2017/08/12 14:53

    건강해지셔서 두 분 백발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떠올리며 웃으시길 빕니다

    (fGYmrs)

  • 하은성은아빠 2017/08/12 19:42

    힘내시라는 말밖에..... 힘내십시요. 응원합니다.

    (fGYm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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