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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박기영씨 임명 관련 추가 감상

1. 오늘 YTN 기사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52&aid=0001045000) 를 보니,


"박기영 본부장은 순천대학교 생물학과 교수 출신으로, 2004년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에 발탁되면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과학기술 분야 의사결정을 보좌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과학기술 과외교사라고도 불렸는데요."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과학기술 과외교사'라고 불릴 정도면, 과학기술에 대해서는 최고의 신임을 줬다는 얘기입니다. 대통령을 자기 생각대로 가르칠 정도니까요.


당시 문대통령도 노대통령과 같이 자주 있었을테니, 마찬가지로 박기영씨에 대한 신뢰가 컸을 겁니다.


박기영씨가 과학기술(생물학) 비전공자에게 브리핑 또는 설명하는 능력은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2명의 대통령을 자기의 열성 지지자로 만들어 버리다니. 문제는 전공자에게는 씨도 안 먹힌다는 것.




2. 박기영씨가 대단한 연구 경력이 없다는 비판은, 가능한 비판이긴 하나, 요점을 찌른 적절한 비판은 안 됩니다. 박기영씨가 하는 일은 '연구'가 아니라, '연구기획', '정책기획', '정책수립' 이런 것들이니까요.


마치 프로야구 선수가 하는 일과, 코치/감독이 하는 일과, 단장 및 프런트가 하는 일이, 같은 야구이지만 다른 것과 같습니다. 박기영씨는 연구능력으로 따지면, 우리나라 자연과학대 교수 중 최하 수준일 겁니다. 그런데, 연구하라고 박기영씨에게 일 맡기는 거 아니잖습니까? 연구기획, 정책기획 하라는 겁니다.


야구선수 출신 단장, 예를 들어 염경엽 단장에게 선수로 뛰라고 하면 여전히 1할대를 치겠지만, 감독능력은 (논란과 상관없이) 훌륭했고, 단장으로서의 능력도 좋을 것 같은 것과 비슷합니다.




3. 문대통령님은 또한, 박기영씨에 대한 비난이 너무 박기영씨가 한 일에 비해 심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공과' 애기가 나온 것을 보면요. 마치 페스카마호 살인사건을 변호하던 그런 마음이 된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원래 문대통령님은 피고인이 잘못을 했더라도 나름의 사정을 찾아 열정적으로 변호하던 변호사였으니까요.


그런데, 문대통령님은 과학계가 논문부정행위에 대해 처벌하는 방식과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체감을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과학계는 논문부정행위에 대해 '왕따'로 처벌하는 것이 원래 방법이고, 그건 과학계 종사자 각자의 마음속에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결코 없어질 수가 없는 겁니다. 일종의 영원한 주홍글씨가 박힌 거에요.


황우석을 비롯해 연구부정은 형사법으로 처벌되기 힘듭니다. 딱 맞는 규정도 없고요. 소속 대학이나 연구소가 아니면 조사하기도 힘듭니다. 그래서 더더욱 과학계는 한번 연구부정을 한 사람에 대해, 형사법이나 다른 법으로 처벌이 불가능하니, 명예에 대해 처벌하는 겁니다. 한마디로 사람 취급 안 한다고요. 이런 상황인데, 박기영씨가 겉으로 아무리 공이 있다고 한다고 해도, 아무리 높은 자리에 올라간다고 해도, 과학계 사람들이 수그리거나 인정하겠습니까?


이문제에 대해 문대통령님을 이해시킬 사람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해를 못 시킨다면, 변호사의 마음으로 대할 가능성이 높기에 답답합니다.




4. 서울대 몇몇 교수를 중심으로 서명운동이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정말 비극입니다. 화이트칼라 계층이 민주당의 주요 지지층이었던 것을 보더라도, 과학계 종사자는 아주 높은 비율로 민주당과 문대통령의 지지자들입니다. 제 친구들과 선후배들을 보면, 느낌상 7-80프로는 현재 여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박기영씨 문제에 대해 좋게 넘어갈 리도 없습니다. 위에서 말한대로 이건 과학기술자로서 정체성의 문제거든요.


게다가 학교의 교수들은 학교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안전하기 때문인지, 이전 박근혜 정부때 시국선언 할 때마다 앞장서서 서명하던 분들 많습니다. 이런 분들이 취임 몇 개월된 대통령의 인사에 반대하는 서명을 하고 발표할 에정이라니... 비극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겁니다.




5. 제일 좋은 건, 박기영씨가 자진사퇴하고, 이전의 교수 자리로 돌아가는 겁니다. 교수 자리도 충분히 성공한 인생이고, 정 자신이 만든 정책의 실행이 걱정되면, 해당 분야 공무원에게 정책 자문을 해주면 될 겁니다. 그 이상을 바란다면, 대통령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에게 부담만 안겨줄 뿐이에요.


아울러, 3철 또는 비슷한 위치의 사람 중에서 문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해서,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게 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아주 가까운 사람일수록 오해 없이 얘기가 먹힐 수 있으니까요. 노전대통령에게 문대통령이 수석비서관으로서 한 것처럼요. 사람은 누구나 완벽한 인식을 할 수가 없습니다.

댓글
  • 甲철수 2017/08/10 20:47

    글이 좋네요.
    갠적으론 양정철이랑 통화 한번 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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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나볼래 2017/08/10 20:48

    잘 읽었습니다. 애정이 담긴 글이네요.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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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갱과고객 2017/08/10 20:48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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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나플러스 2017/08/10 20:48

    좋은 글이네요.. 공감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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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풍월당 2017/08/10 20:48

    구구절절 공감합니다. 박기영씨는 썰 잘 풀어서 문돌이들을 사로잡은 거고요. 문통은 박이 저지른 짓이 얼마나 심각한건지 감각이 없다. 이 일로 전통적 지지층이 실망하면 답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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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migo 2017/08/10 20:50

    추천하고 갑니다. 많이 들 보셨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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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박시원해 2017/08/10 20:51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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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unyan828 2017/08/10 20:51

    삼철을 무슨 비선실세로 몰아갔으니... 열불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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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이 2017/08/10 20:53

    잘 읽고 갑니다. 전공자분이 이렇게 설명해주시니 이해가 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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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fno06 2017/08/10 20:53

    [리플수정]청와대 핵심 참모들이 읽었으면 하는 글이네요.
    좋은 글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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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솔로부대대장 2017/08/10 20:53

    전체적으로 공감가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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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성곰 2017/08/10 20:53

    2번에 대한 반박. 염경엽 감독에게 선수시절 경력을 요구하는 것과 박기영에게 논문을 요구하는건 다릅니다. 교수, 학자라면 응당 논문으로 인정받아야 하고 그래야 최소한의 전문성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박기영은 과학논문은 물론 하다못해 정책관련 논문도 1저자로 제대로 쓴 일이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박기영이 정책수립에 일조했다고 전문성에 대한 비판을 하지 말라는건 어폐입니다. 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정책, 특히 과학관련 정책을 폅니까? 전문가라서 그런겁니다. 그리고 전문가는 기본적으로 논문으로 평가받아야 하고요. 전문성에 대한 생각이 너무 나이브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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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oonmaru 2017/08/10 20:54

    친한 여당 의원분들이 적극적으로 청와대에 바깥 분위기 좀 잘 설명하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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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요. 2017/08/10 20:54

    일단분위기보니 물러날거같아요
    최대지지층인 민주당지지층에서 비토가심함. 이건 설득의 영역을벗어났죠
    실적없이 라인잘타서 한자리챙긴인간 이미지뿐인데 이거반전못시킵니다 여기집중할이유도없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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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성곰 2017/08/10 20:54

    염경엽이 야구선수로서의 육체적 능력을 요구받지는 않더라도 감독이나 단장으로서 보여줘야할 역량이란게 있지 않습니까? 그걸 박기영이 보여줬냐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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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yrion 2017/08/10 20:55

    [리플수정]1)"박기영씨가 과학기술(생물학) 비전공자에게 브리핑 또는 설명하는 능력은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2명의 대통령을 자기의 열성 지지자로 만들어 버리다니."-->이말을 바꾸면 그만큼 사짜기질에 능했다는 뜻으로도 해석이 가능합니다. 전공자들에게는 씨알도 안먹힐 소린데 비전문가들은 혹하게 만든다니까
    2)"박기영씨가 대단한 연구 경력이 없다는 비판은, 가능한 비판이긴 하나, 요점을 찌른 적절한 비판은 안 됩니다. 박기영씨가 하는 일은 '연구'가 아니라, '연구기획', '정책기획', '정책수립' 이런 것들이니까요."-->이말 또한 박기영을 비판하는 과학계 인사들을 싸잡아서 과학 '연구'와 '연구기획/정책기획/정책수립'의 차이점을 모르는 인사들로 비난하는 뜻으로도 해석 가능합니다.
    3)도종환 임명때도 얼핏 느꼈지만 3과 관련해서는 문통과 그 캠프가 전문학술영역을 좀 무시하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앞으로는 달라지기를 바랍니다. 어쨌든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정부라 생각하니까요.
    4는 격하게 동의합니다.
    5는 박기영이 자진사퇴를 해야한다는 부분에 한해서만 격하게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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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잘추 2017/08/10 20:55

    인사권자가 과학적지식에관한 자질이 떨어지는거져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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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띠로리로티 2017/08/10 20:58

    정말 과학기술인들의 심정을 콕찝어서 잘 정리해주신 글이네요. 청와대가 이글좀 잘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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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둥 2017/08/10 20:58

    여러분들// 리플 감사합니다.
    몇몇 분들이 반박을 하셨는데, 제가 지금 좀 오늘 내로 해야할 일이 있어서, 응대하기가 힘듭니다. 양해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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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기풍 2017/08/10 21:12

    좋은글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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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벌이아빠 2017/08/11 13:26

    과학계 종사자가 압도적으로 민주당 문재인 지지자가 많다니 금시초문이네요. 의사까지 과학계로 치면 아예 밀릴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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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푸 2017/08/11 13:29

    대통령이 고집 부리고 국민과 싸울려고 하면 그때부터
    정권은 통제력을 상실하는거죠! 이번 정권이 그 시기가 빨리 오지 않기를 바랐는데.. 참 한심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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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mmer57 2017/08/11 13:47

    노무현대통령에게는 문재인이 있었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흉금을 터놓고 쎄게 직언할 누가 과연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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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불 2017/08/11 13:49

    의사는 과학계가 아니라 의학계죠.
    졸업장 이름부터가 철학박사/의학박사로 다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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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리로이 2017/08/11 13:51

    박기영은 야구로 치면 약쟁이인거죠. 약쟁이 출신한테 KBO 사무총장을 맡긴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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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마사 2017/08/11 14:01

    한눈에 보기 쉽게 정리를 잘해주셨네요.
    문대통령께서는 현명한 판단을 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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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여기 2017/08/11 14:21

    박기영 이르면 주말 자진사퇴 할듯… 靑, 불가피 입장
    http://m.munhwa.com/mnews/view.html?no=2017081101070121079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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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대급자질 2017/08/11 14:48

    더구나 비례대표 지원경력도 있던데
    이정도면 실무적 과학계 행정전문가가 아니라 다른 욕심이 더 큰사람으로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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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재판 2017/08/11 14:53

    전공자로
    동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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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락윤 2017/08/11 15:53

    과학인으로 이 설명이 맞아요. 연구 부정은 약물이랑 같은 겁니다. 다른 방법이 없으니 사람 취급 안하는 것으로 대응하는 것이에요. 이런 사람이 우리 과학정책을 만든다니 절대 받아드릴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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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ijangsanha 2017/08/11 16:31

    저도 한명의 연구자로서 당연히 반대하지만 정말로 억지로 긍정적인 면을 보자면 대부분의 연구자들이 감히 로비를 할 생각을 못할 거라는 거 하나입니다. 잘못 얽히면 자기도 도매금으로 황우석 신봉자가 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정말 본부장 시킬 사람이 만만치 않네요. 저 자리가 RND 총괄인데 과학 기술 계는 하나가 아니라 보건 부분 기초 부분 산업 부분의 이질성이 꽤 커요. 그 세영역을 아우르면서 조율할 능력자가 사실 잘 안떠오르기는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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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남총각 2017/08/11 17:47

    황우석과 같이 연구하고 논문까지 썼던 사람들은 아무 소리 안 듣고 아직도 설대에서 잘 먹고 잘 살고 있고 직접 연관도 없었던 관리직 박기영은 줘터지고 있네? 검찰조사까지 받고 무혐의도 받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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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oung026 2017/08/11 18:42

    성남총각/ 황우석 논문조작에 관여한 사람 중에 '설대에서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사람이 있나요? 그건 큰 문제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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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재환 2017/08/11 19:55

    정치에 빠지면 답이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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