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연애는 우정같고, 어떤 우정은 연애같다. 쇼코를 생각하면 그애가 나를 더이상 좋아하지 않을까봐 두려웠었다. 사실 쇼코는 아무사람도 아니었다. 당장 쇼코를 잃어버린다 해도 내 일상이 달라질 수는 없었다. 쇼코는 내 고용인도 아니었고, 나와 일상을 공유하는 대학동기도 아니었고, 가까운 동네친구도 아니었다. 일상이라는 기계를 돌리는 단순한 톱니바퀴들 속에 쇼코는 끼지 못했다. 진심으로 쇼코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쇼코에게 내가 어떤 의미이기를 바랬다.
-할아버지는 평생 좋은 소리 한번 하는 법 없이 무뚝뚝하기만 했는데 그게 고작 부끄러움 때문이었다니. 죽음에 이르러서야 겨우 부끄러움을 죽여가며 나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할아버지가 떠올랐다.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걸 사내답지 않게 여기며 깔보던 시대에 태어난 사람이었다. 가끔씩 그런 통제에도 불구하고 비어져 나왔던 사랑의 흔적들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하나의 관계가 끝날 때마다 나는 누가 떠나는 쪽이고 누가 남겨지는 쪽인지 생각했다. 어떤경우 나는 떠났고, 어떤경우 남겨졌지만 정말 소중한 관계가 부서졌을 때는 누가 떠나고 누가 남겨지는 쪽인지 알 수 없었다. 양쪽 모두 떠난 경우도 있었고, 양쪽 모두 남겨지는 경우도 있었으며, 떠남과 남겨짐의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도 있었다.
-상대의 고통을 같이 나눠질 수 없다면, 상대의 삶을 일정부분 같이 살아낼 용기도 없다면 어설픈 애정보다는 무정함을 택하는 것이 나았다.
-우리는 서로에게 나쁘게 대하는 법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가장 나쁜 건 서로에게 나쁘게 대하지도 못하는 무지 안에 있었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누군가와 깊이 결합하여 분리되고 싶지 않은 마음,잊고싶은 마음,잊고 싶지 않은 마음, 잊히고 싶은 마음, 잊히고 싶지 않은 마음, 온전히 이해받으면서도 해부되고 싶지 않은 마음,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 상처받아도 사랑하고 싶은 마음, 무엇보다도 한지를 보고싶다는 마음을.
올해 상반기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최은영단편소설집 '쇼코의미소'중 몇 구절을 옮겨 적어보았습니다.
'언니,나의작은,순애언니'는 김영하작가님 팟캐스트에도 있으니 작가님의 꿀보이스로 들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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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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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추천 잘 보고 가요! 스크랩하고 갈게용
먼가 멋있어서 추천 ㄷㄷㄷㄷㄷ
꼭 읽어봐야 겠어요
문장들이 너무 와닿아요 ㅠㅠ
좋은 글 감사합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를 정말 예리하게 읽어내는 작가더군요. 80년대 중반 이후에 태어난... 저보다 어린 작가가 인혁당 사건을 바탕으로 글을 쓰는 모습을 볼 줄이야... 후생가외입니다.
쇼코의미소.. ㅜㅜ
2017년 한국 작가50인의 소설추천중에 선정되었던 책중에
보후밀 흐라발의 <너무시끄러운 고독>도 추천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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