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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으로 인한 부부싸움으로 이혼까지 생각했던 과거

 첫째가 7세 둘째가 6개월입니다.
남편과 만난지 9년째고 연애할 때는 제가 게임애니오덕인건 숨겼고요.
제가 그냥 드래곤볼이나 슬램덩크나 읽은 여자인 줄 알던데 풉.
각설하고 저나 남편이나 둘 다 만화게임 좋아합니다.
지금도 좋아합니다만 즐길 시간이 극도로 적을뿐이죠.  
첫아이를 낳았을때 저는 26세였습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출산을 하여 직장도 없이 어쨌든 고학력 전업주부로 새 인생의 스타트를 끊었죠. 상상이 가시나요? 하필 속도위반으로 어쩌다보니 직장도 못 가지고 애를 낳고 엄마에 취직한 대졸여성의 삶이... 나도 내 전문성을 살려서 멋지게 취업 한 번 해보고 싶었는데 ㅋㅋ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애가 좀 크고나니  새삼스레 자기 인생이 비참해져 우울증이 옵니다 ㅋㅋ
(내 탓인데 남탓만 하면서요 ㅋ)
 그 때 하루종일 밖에서 열심히 일하고 퇴근해서 밥 먹고 겨우 한 숨 돌리려고 남편이 옆에 누워서 게임을 틀면 내 입에서 무슨 소리가 나올까요?
내가 옛날에 게임좀 해 봐서 아는데 저건 지금 해야돼! 이런 생각이 들까요?
아닙니다 들고 있는 핸드폰을 뺏어서 머리에 던져버리고 싶어집니닼
내 남편이 밖에서 얼마나 몸을 굴리고 왔건 힘들게 돈을 벌었건 나는 집에서 전업주부 하지만 육아는 공동이잖아 니새끼잖아 너 에이티엠이야? 라는 소리를 이틀에 한번꼴로 던지면서 칼로 물베기를 시전하죠.
실제로 이혼까지 생각했습니다. 싸울 때마다 이혼서류 떼어오라고..
남편은 담배를 피지만 술은 못 마시고 취미는 하나도 없고 친구도 안 만나며 오로지 스트레스 해소가 게임하나인데 저는 그것을 절대로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10대 인생을 게임에 바쳤던 저였지만 그럴 수 없었죠..
 그랬던 제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둘째가 0세입니다. 태어난지 반년됐어요.
남편은 언제나처럼 집에 오면 게임을 합니닼
저는 게임하게 놔두고 별로 스트레스도 받지 않아요.
저 때와 무엇이 달라졌느냐?
아이가 달라졌고 제 마인드가 달라졌고 남편의 육아스킬이 늘었습니다.
둘째도 그냥저냥 순둥이고 저는 전업주부로 파트타이머나 뛰어야 애들이 학교갔다가 집에왔을때 엄마가 있는 가정을 만들 수 있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마음을 먹었고 혼자서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니가 파트 안 뛰게 내가 더 열심히 할께 라는 남편의 립서비스도 은근히 기분좋고요. 기대는 안합니다)
 남편은 자신이 밖에서 돈을 버는 것처럼 제가 집에서 애들을 키우는
육아가 중노동에 속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저에게 자유시간을 주기로 결심했습니다. "일하고 집에오면 누워서 게임" 이 아니라 "내가 애들하고 놀테니까 당신 좀 나갔다 와. 집에만 있으면 스트레스 쌓여" 라고 말을하고 제가 나갔다 온 다음에 게임을 하고 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첫째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출근하고 새벽에 제가 아기때문에 잘 일어나기 때문에 아침에 저를 깨우지 않습니다. 아침밥이 셀프로 바뀌었죠. 물론 남편은 돈을 벌기 때문에 처음부터 가사일은 단 하나도 시키지 않았고 물 한잔도 제가 가져다주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육아만 공동입니다. 안 부탁해도 가끔 자기가 해줄때도 있어요 설거지만.
  그리고 저도 애를 한 번 키워봐서 애 보면서 게임하는 스킬이 쌓여서 틈틈히 모바일로 놀 수 있게 되었죠 ㅋ 물론 밥먹을 시간도 충분치 않고 애들하고 있다보면 하루가 금방이라 내 시간이 없기는 하지만 이제는 남편이 제 아군이 되었으니까요.. 아기가 6개월이지만 영화도 보러 갔다왔고 쇼핑도 다녀요. 제 사고방식도 많이 바뀌었고 무엇보다 애들도 아빠를 많이 따르고요.
(그런데 갑자기 분유거부해서 장시간 자유시간은 끝남ㅋ)
 하지만 아기가 민감하고 잘 울고 엄마한테서 못 떠나는 아기면 가정은 어떻게 될까요?
혹은 부인이 게임과는 너무나도 상관없는 인생을 살아왔다면 어떨까요
혹은 부인이 육아에 자기 자신을 잃어가며 올인하는 사람이라면?
"집에 와서 할 일 다 하고 2-3시간 게임하는 남편" 은 같으나 주변 상황은 각 가정마다 다릅니다.. 우리집은 이런데-라고 넋두리를 할 수도 있고 조언이나 위로를 할 수도 있지만 좌절하는 과정이나 극복하는 과정이 각 가정마다 너무나도 다릅니다. 그러니까 너무 부인을 나무라지도 마시도 남편을 나무라지도 마세요.. 저 부인은 정말 이해가 안간다! 라고 해도 그 분은 정말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일지 모릅니다.. 사람마다 다르니 결국은 "나는 할 일 다 하고 2-3시간 게임한다" 그런데 과연 나는 할 일을 다 했는가? 한 번 생각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결혼을 했으니 설거지보다도 중요한 것은 파트너가 오늘은 무엇을 하고 지냈나 알아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인생 이야기를 처음으로 써봤습니다. 힘들었지만 남편을 향한 에이티필드는 이제 없습니다. 커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
결혼하신 분들 모두 행복한 가정 꾸리시기를...
전 이만 게임하러.. 

댓글
  • 망상종자 2017/07/11 05:21

    저는 아예 게임에 관심조차 없다가 게임 엄청 좋아하는 남편 만나 신혼 초에 많이 싸웠어요. 흔히 나오는 레파토리였죠.
    싸우다 싸우다 못해 도저히 안 되겠어서 남편을 이해하기 위해 제가 그냥 게임을 배워버렸습니다. 확실히 저도 게임에 재미를 들이니 남편을 이해하게 됐고 자식을 낳아도 같이 하고 싶어요. 지금은 남편 게임방 하나 만들어주는 게 목표구요.ㅋ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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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멍멍하는냥이 2017/07/11 08:22

    강령술사가 나와서 요새 조금씩 디아를 하는데
    하는 시간은 정해져있지 않고
    애기가 늦은 낮잠 잘때
    애기가 잠들었을때
    주말 아침에 애기 잠에서 아직 안깼을때
    정도 진행합니다.
    핸드폰 게임도 하긴 하는데
    오토 돌리는 게임이거나 아에 빠져서 해야하는
    게임은 안하고 캐주얼 게임 간간히 합니다.
    오랜만에 복귀해서 강령하는데 계속 죽는거 보고
    와이프가 왜케 약해?
    이래서 끄고 잔적도 있...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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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면안에민트 2017/07/11 08:54

    멘붕게 보고 쓰신 글이죠?
    근데 본인 잠을 줄이고 게임할수도 있지 않나요?
    다들 이 생각은 안해보시는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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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라반 2017/07/11 09:12

    많이 힘드셨을텐데 지금은 그나마 여유가 느껴져서 다행입니다
    저도 유뷰남이지만 애초에 이런 논란이 벌어지는거 자체가 사실 잘 이해가 안갑니다
    와이프가 주부라면 가사일 전담하고
    남편은 밖에서 돈 버는 일 전담하고
    육아는 공동으로. 참 쉬운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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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집트 2017/07/11 09:15

    제 친구는 와이프가 아예 PC방을 차려서 앉혀놔버리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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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와오리 2017/07/11 09:44

    비슷하네요, 저도 담배는 피지만 술은 안마시고 친구도 없...퇴근하고 바로 집으로 오는데
    좀 놀다가 아내가 애 재우러 들어가면 저는 2시간 정도 게임하네요, 저도 스트레스 푸는건 게임 밖에 없어서..
    가끔 아내가 자기랑은 안놀아주냐고 감수성 대폭발하는 날에는 같이 영화나 한 편 보고 예능 한 편 보지만 머리속에 안들어오고...하하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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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gdha 2017/07/11 09:46

    제 경험을 말씀드리자면
    아내가 임신하고 있던 중 : 퇴근 후 집에 와서 짬짬히 스타크래프트 2 공허의 유산 시나리오를 다 깼습니다.
    아내가 아이를 낳은 후 :  군단의 심장? 공허의 유산? 손도 못댔습니다.
    회사 다니느라 피곤해서 집에 와서 좀 쉬자고 말 할 수도 있죠.
    근데 하루종일 아이 본 아내도 다른 애 볼 사람 오면 좀 쉬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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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노우드래곤 2017/07/11 11:12

    곧 아이들과 함께 온가족이 겜 하는 즐거움을 맛 보시겠네요.. ㅎㅎㅎ
    저도 제 애가 자라 제가 좋아하는 B급 호러 무비 같이 볼 때 정말 좋았어요.
    물론 그 날을 위해 미리미리 조기 교육 틈틈히 시켰죠. ㅎㅎㅎ
    근데 작은 애가 아들인데 다른 아이들처럼 겜 좋아하는데 늙은 엄마라 같이 못해줘서 좀 아쉬워요.
    아들은 영화보단 겜을 더 좋아하거든요...
    여유가 되면 플스같은 거 사서 배우면서 같이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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