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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를 두눈으로 봐버림

한가롭게 퇴근하는 버스에서, 아줌마 두분만 타있고, 왼쪽 창가에 앉아있었다

항상 같은 자리에 앉는 나는 노래를 들으며 창밖에 이곳저곳을 둘러보는걸 좋아하는 편이다.

잠깐 전화가 와서 핸드폰을 보려다가 들어본적도 없는 "쿵!!"하는 소리에 다시 창밖을 바라봤다
자전거와 함께 동네 중학교 교복을 입은 남자아이가 붕 떠오르고 있었다
남자아이의 신발이 내동댕이 쳐지고, 힘없이 버스 옆부분에 부딪히고는 피와 함께 뒹굴고 있었다
아마도 버스 앞쪽에 들이받고 옆으로 밀리면서, 내가 앉아있는 버스 옆부분에 또 다시 박은 것이겠지

나도 모르게 짧은 비명을 질렀고, 이내 버스기사님이 버스를 세우셨다
아줌마들은 재수없다는 듯이, "시간만 버렸네" 하고는 앞문으로 내려버리시고는 다른 버스를 타고 휑 가버리셨다
나는 그 아이한테 가는 기사님을 뒤따랐다. 저 멀리 자전거와 피가 범벅된 아이를 보자마자 
생전 느껴본적도 없는 기분이 나를 감싸왔다.

기사님은 아까의 아줌마들처럼 똥씹은 표정으로 아이를 지켜보기만 할 뿐 말조차 걸지 않았고
주변에 아이엄마들은 본인들 자식 눈을 가리기에 바빴다
아이는 다행이 의식이 있었고,다리와 머리에서 피가 철철 나왔다
나는 괜찮냐고 물었지만 아이는 그저 ㅅㅇ소리만 내며 울고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ㅅㅇ만 내며 의식을 잃어가려는 듯이 쓰러지려 하기에, 연신 말을 걸었지만
애초에, 피라던지 상처라던지 너무 적나라해서, 영화가 아닌 실제인걸 알기에 나는 심장이 벌렁거렸고
더 이상 그 아이를 보지못하고 119에 신고를 한 뒤 그 자리를 떴다

살면서 그렇게 많은 피를 본 건 처음이었다.
다른 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 내내 그 장면이 너무 생생하게 떠올랐다
내동댕이 쳐지는 신발, 붕 떠오르고 아스팔트 바닥에 떨어지는 아이, 피로 범벅되어가는 자전거

나는 그 이름도 모르는 아이때문에 집에 오는 길에 엉엉 울어버렸다

오늘 출근하는 길에, 그 길을 지나가는데 머리가 아파왔다
엄마는 트라우마 생기지 않게 조심하라 했지만, 나는 앞으로 버스 창가에 앉아 창밖을 보는일은 없을것같다

댓글
  • 팀인스팅트 2017/06/30 16:27

    꼭 상담치료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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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철곰탱이 2017/06/30 16:28

    자전거가 진짜 위험함 ㅠㅠ
    어찌보면 오토바이보다 더 위험노출도는 높은거 같어요 ㅠㅠ
    우리나라 학생들 헬멧도 안쓰고 도로가 활보하는거 보면 무서워 죽겠음 ....
    저번에도 중학생하나가 왕복 4차선 도로에서 차들 씽씽 달리는데 무단 횡단 하는거 보고 식겁했는데 학교에서 제발 자전거 안전교육 좀 시키고 헬멧 꼭 쓰고 다니라고 지도 좀 해줬으면 좋겠어요 ㅠㅠ 그런거 하라고 있는 학교 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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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흴기억할게 2017/06/30 16:32

    잘 이겨내실꺼에요 시간이 약이라고 하잖아요.. 119에 신고하신거 엄청 잘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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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흔한닉네임 2017/06/30 16:35

    상담 꼭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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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대괄장군 2017/06/30 16:42

    제 생각엔
    그 아이의 피보다 주위사람들의 무관심이 더 트라우마가 컷을수도요..
    내가 다쳤어도 똑같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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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nager 2017/06/30 16:53

    핼멧은 쓰고 탔을까 ....
    싼거여도 헬멧의 유무가
    사고시 엄청큰역할을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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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스피셔스 2017/06/30 16:56

    와 아줌마들 반응...진짜 무섭다 정이 있고없고를 떠나서 저게 사람으로써 나올 수 있는 반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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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운자리를 2017/06/30 17:05

    어떡해 어떡해 하고 신고하는게 아니고
    에이 재수없네 이러고 그냥 간다는게 사실이에요?? 싸이코패스인데 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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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둡장수 2017/06/30 17:07

    마음이 아프네요....
    작성자님도 마음 잘 추스르셔야 할텐데 걱정이네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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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띠 2017/06/30 17:11

    내가 중학교에 다닐때(40년전)
    어떤 이가 버스에 부딪히고 두개골이 버스바퀴에 박살난 것을 보았습니다.
    지금도 가끔 떠오르는 장면입니다.
    그러나 트라우마가 있지는 않습니다.
    사람의 성향에 따라서 그걸 잘 넘어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경우에 따라서는 트라우마로 남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본인의 성향을 잘 파악하시어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
    충분히 상담이나 위로 혹은 좋은 프로그램을 통해서 트라우마가 남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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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드화 2017/06/30 17:11

    저도 밤에 오토바이사고 눈앞에서 봤는데 사람이 공중으로 5미터정도 붕 날더라구요 벙찌기도하고 심장 벌렁거리기도 하고.. 119 바로 신고했는데 놀란 나머지 말도 제대로 안나와서 사람이 막 위로 붕 하고 날라갔어요! 어버버 거리기나하고 그날 새벽까지 경찰서 소방서 두곳에서 번갈아가면서 전화오고 그래서 잠도 못자고..
    여튼 너무 마음쓰시지 마시구 괜찮아질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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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우링 2017/06/30 17:11

    저도 택시에 피자배달하시는 분 치인 거 봤는데
    진짜 부웅 날아가더군요.. 저 택시 무리해서 가는 거 아니야? 하고 주시하고 있었는데.. ㅠㅠ
    배달하시는 분 헬멧도 잘 쓰고 있었는데 충격때문인지 헬멧도 튕겨져 나가고.. 일어나보려다가 풀썩 주저앉고.. 내출혈인지.. 괜찮으세요 해 보니 머리가 깨질듯이 아프다고 했었는데 너무 앳되 보이더라구요 많아봐야 21살정도..? 더 마음 아프고ㅠㅠ119 바로 신고했고 누워계시라고 하고 벨트며 단추며 조일만한 것들 신발도 벗겨드리고 실려갈때까지 같이 있었는데 건강하실지 ㅠ
    그나저나 저도 그 목격한 트라우마가 오래 가더군요.. 배달하시는 분들께 늦어도 상관없으니 안전운전하고 오시라고 하는데 늘 걱정되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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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앙자몽띠 2017/06/30 17:12

    이 글 읽는데 저도 기분이 이상해졌어요.. 뻣뻣해지면서 무섭고.. 울음이 터지려고 해요..
    작성자님.. 힘들면 꼭 병원 치료 받으세요................ ....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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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뽀리우스 2017/06/30 17:12

    진짜 끔찍하고 무서운 일을 겼으셨네요. 사고자체도 그렇지만 사고당해 쓰러져있는 사람을 보고 무관심을 넘어 불쾌감을 표시한 사람들 마음이 너무 잔인해서 눈물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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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꼬다르레기 2017/06/30 17:14

    저도 횡단보도 건너다가 제 앞에서 오토바이가  승합차에 부딪혀서 날아오르고..
    헬멧이 벗겨지고.. 신발 한짝과.. 배달원 등 뒤에 있던 짜장면 그릇 엎어지는것과 사람이 툭 떨어지는것까지 봐버리는바람에
    어릴때 한동안 너무 충격 먹어서 울고불고 ㅠㅠㅠㅠ 그쪽 횡단보도로 안다녔던 기억이 있어요.
    한동안은 우울증처럼 충격에 힘들어하시겠지만 언젠가는 괜찮아지실거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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