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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생각이 나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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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미국 조지아주 디켚(발음이 디카페인이랑 비슷하다) 카운티 스톤마운틴 근처 메모리얼 드라이브 모처에서 식당을 인수 받아 난생 처음 식당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식린이 장린이 비린이(?)
식당도 장사도 비지니스도 평생 안 해본(중학교 때 친구들과 군고구마를 구워서 하루 장사 해본 적은 있다) 무경험자가 큰 식당을 운영한다는게 참 힘든 일이 아녔습니다.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 곳에서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무조건 달려 들었죠.
핫윙(닭날개 튀김-여러가지 소스에 뭍혀 엄청난 양의 감튀와 또 엄청난 양의 탄산소다와 판매를 하는 것.) 가게
그 뿐만 아니라 햄버거 치킨버거 차이니즈 푸드 두가지(볶음밥 종류와 라멘 종류) 그리고 필리치즈스테이크와 여러가지 생선 튀김류까지
이를테면 미국식 김밥스천국스? 없는건 안팔고 있는 건 다 파는..그런 곳입니다.
아 가장 번거러운 샐러드도 팔았군요. 케니준이 아니라 케이준 샐러드 같은거 필리치즈스테이크 샐러드도 만들어 달라면 만들어 준다. 메뉴에 없는거 만들어 달란게 가장 싫었습니다.
아 양고기 갈아서 누룩을 넣지 않은 빵에 쌓아서 주는 캐밥(gyro)도 팔았고, 총체적 국제적인 식당인 샘.
동네는 주로 흑인들 가끔 히스페닉 이나 동유럽 쪽 이민자들이 사는 동네다. 그렇게 할렘이 된 곳은 아니고 왠만한 잡(job)도 있고 자기가 돈 벌어서 쇼핑하는 그런 동네였고 주 고객은 99.9% 흑인.
애들도 나이스 하고 제법 단골이 많아 장사는 잘 되었고요.
손놈중엔 교수도 있고 은행도 다니고 게이도 있고 레즈비언도 있고 남편 이라크로 전쟁 나갔는데 다른 놈하고 맨날 와서 치킨텐더만 시켜먹던 탤랜트 박선영(키작은) 닮은 애도 있었고.. 이뻤던..ㄷㄷㄷ
어떤 애들은 점심도 저녁도 와서 먹거나 투고(to-go:한국식으로 테이크 아웃)해 간다.
거의 주식이다 핫윙이였습니다.
왜냐면 수백년전 아프리카 흑인들을 노예로 끌고와 조지아와 앨러바마와 같은 남동부 목화밭에서 혹은 노동시장에 팔려 나가던 당시 백인들은 닭은 잡으면 살 많은 가슴살과 다리는 자기들이 먹고 날개를 흑인 노예들에게 던져 줬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후로 미국흑인 후손들은 닭날개가 가장 맛있는 걸로 알고 그것만 먹게 된 것이었다고
단골 중에 좀 똑똑한 애가 말해준 자기들의 역사라고 하네요.
사실 저도 날개가 가장 맛있습니다. 노예근성이 있어서.
아무튼 장사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어리버리 무슨말 하는지도 모르고 막 하던 어느날 가게 뒤 프리마켓 몰 주차장에서 총격 사건도 목격하고 경찰이 문 닫아 소리를 치기도 하고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방송국 경찰 헬리콥터 여러대가 하늘에서 촬영 및 서치 라이트를 켜주고 경찰차 수십대와 대치하는 흑인청년
결국 그 흑인 청년은 경찰의 총에 맞아 죽었지만 사실 큰 사건도 아니고 마리화나를 친구들과 나두다가 의심을 받아 도망치다 결국 그렇게 됐는데 미국에서 마리화나면 그냥 이실직고 하고 하룻밤 디텐션(detention-구치소? 경찰서 유치장?)에 가서 하룻밤 자고 나오면 끝날일이였죠.
원래 그날은 조지아 법정에 선 흑인 청년이 재판 도중 보안관의 총을 뽑아 판사를 쏴 죽이고 보안관 경찰들을 쏘고 달아난 사건이 있었는데(한국 뉴스에도 나왔다고 한다) 그 사건으로 카운티 경찰들이 빡돌아 신경이 날카로운 상태에서 잔챙이 같던 아까 그 청년이 걸려서 죽게 되는 안타까운 사건이였습니다.
뭐 이렇게 영화 같고 파란만장한 사건이 매일 끈이지 않는 곳이 미국이죠.
초반에 서쪽 하늘 노을이 지면( 공기도 맑아 맨날 하구한날 노을이 진다) 애들엄마와 한국 향수병에 눈물을 훔친 날도 많았습니다.
집을 구하기 전 아파트맨션에 살면서 누구에게 맡기지도 못해 아이들도 밤 11시 문닫는 시간까지 가게에 같이 감옥생활을 했고,
처음에 흑인 지역이라 밤에 나가면 큰일 나는 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몇년 지나고 시간이 지나니 차츰 나도 흑형이 되가고 흑인들이 쓰는 슬랭어처럼 발음하게 되고 남부특유의 혀를 엄청 굴리게 되는 저를 발견하게 됩니다.
하이둰(How are you doing)이라고 인사하고 탱큐 대신 풀쉣(appreciate)이라고 표현하고 주방에는 멕시코 엘살바도르에서 돈을 벌기위해 불법으로 넘어 온 애들이 주방일을 도와 주고 있어서 평생 운명에도 없던 스패니쉬까지 사용하게 되 내가 미국을 온건지 멕시코를 온건지 헷갈릴 때가 있었습니다. ㅋㅋ
아무튼 너무 길게 썼죠.?
미국 이민 생활을 이야기를 책으로 쓴다면 아마 5권정도의 시리즈 전집정도는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크리스마스 이브날에 출근해서 이 생각 저생각 하다보니 옛생각도 나서 끄적여 봤는데 사람 사는게 다 똑같고 한국이나 미국이민 생활이나 모두 같지만 조금 더 힘든게 이민 생활이였습니다.
다음편은 언제가 될지..
아 마지막으로 가게에 있는 게임기 장사를 하는 동안 단 한번도 해본적 없이 바쁘게 살았습니다. 그렇게 안하면 못 살게 되는 곳이죠. 정말..????????
아무튼 메리크리스마스입니다.
댓글
  • 용박사 2022/12/24 20:03

    나중에 정말로 에세이집 출간하셔도 좋을듯합니다. ^^ 잘 읽었습니다. 즐거운 성탄절 보내세요. 메리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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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StringKing 2022/12/24 20:09

    에구 무의미한 긴글 읽어 주시고 축복까지 ㅎ 감사합니다. 즐거운 성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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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래레더 2022/12/24 20:08

    흥미로운 주제라 몰입했네요 ㅎ
    메리크리스마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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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StringKing 2022/12/24 20:09

    나래레더님깨지 감사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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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웅 2022/12/24 20:15

    열심히 사신것 같아서 존경스럽습니다.
    이민이 생각보다 어려운데 정말 잘하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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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StringKing 2022/12/24 20:17

    네 정말 어렵죠. 처음에 친구들 온다고 해서 뜯어 말렸네요. 다 오래전 이야기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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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비철엄 2022/12/24 20:23

    정말 대단하십니다. 필력도 훌륭하셔서 몰입해서 읽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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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StringKing 2022/12/24 20:29

    두서없는 넋두리 읽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 감사합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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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oodNom 2022/12/24 20:52

    관찰자 시점으로 그 동네 이야기를 글로 남기셔도 좋겠네요. 글 때문인지 내용 때문인지 엄청 스펙타클 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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