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사교육시장에서 고3애들 수학을 15년 가량 가르쳐왔습니다.
지금까지 수능문제들 충분히 풀어봤고요(수학뿐 아닐 타과목역시) 해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전형들을 여러가지로 연구해보고 접해봤습니다.
교육문제를 자꾸 정치권에서 이리저리 해보려는 움직임이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제 밥줄때문에 이런글 쓰냐고요? 아니요. 그럴리가요. 수능 절대평가하고 전형이 다양해지고 구술면접 같은 본고사가 부활한다면 저같은 사교육으로 먹고사는 사람은 아주 좋아할수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입시제도가 복잡해지면 일반 학부모는 그걸 다 알아내기가 어렵습니다. 담임 교사가 학생을 위해 다 하나하나 학생들 붙잡고 설명해줄거라 생각하시는분 계신가요? 개략적인거는 이야기할지 몰라도 구체적인거는 공교육 교사분들이 자세히 해주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지요.
그럼 결국 사교육시장에 손을 엄청 담구고 계신분들에게 유리합니다. 이유인 즉슨, 사교육 시장은 변화에 가장 빠르게 대처할수 있거든요. 수많은 복잡한 입시정보를 재해석해 학생들에게 일대일로 맞춰줍니다.
필요한게 있으면 그걸 더 강화시켜주고요.. 이걸 공교육에서는 대처하기 힘듭니다.
당연히 일대일 맞춤식 수업방식이라 수업비용은 동네 학원수준이 아니죠. 훨씬 높아질게 뻔하고요.
강남에 돈있으신 분들은 대부분 이걸 얼마든지 대처해 나갈 능력이 있으시지만, 지방에 일반적인 학생은 대처할 방법이 줄어들게 됩니다.
여러분 생각해보세요. 수능 절대평가하면, 난이도는 어느정도로 나와야 할까요?
어렵게?? 좀더 쉽게? 현행 수준??
그어떤걸 선택한다 해도, 몇년 지나면 그 수준에 내성이 생겨서 아무리 어렵게 내던 쉽게내던 시험수준 이상에 맞춰서 가르치게 되어 있습니다.
무슨말이냐면 결국 공부좀 한다는 학생은 올 1등급이 엄청 많이 나올수 있다는 말이지요.
그럼 그 학생들이 전부 서울대만 들어갈까요? 그럴리 없죠. 서울대도 정원에 제한이 있기에 모든학생이 원한다고 서울대 갈수 있는게 아닙니다. 올 1등급을 맞아도 서울대를 못갈수가 있습니다.
(참고로 1등급이 등급제 없던 과거 상위 4% 입니다. 올 1등급이 전과목 상위 4% 수준이고요, 이정도면 이과에서는 한양대 수준입니다.)
즉, 올 1등급이 한양대 가는 수준학생까지도 다 나올수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스카이, 한양대 정도..
그럼 올1등급 나오는 수많은 학생들을 어떻게 분류해 대학을 갈까요?????
결국 해봤자 학생부 강화(저정도 학생들은 학생부 꽤 잘나옵니다 별 차이 없음)..
이걸로 안되니 구술면접 강화(강남분들 좋아함)... 또는 다양한 특기전형(이것도 강남분들이 좋아하죠)
구술면접이 과거 본고사와 사실 다를게 별로 없습니다. 저거 어렵게 내면 본고사 저리가라할정도로 출제 나올수 있습니다.
상대평가가 딱히 좋다고는 생각안하지만, 적어도 지금시점에서 절대평가하면 좋은 이점이 전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방학생들 일부는 학생부를 강화해야 좀더 스카이에 갈수 있다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이건 절대평가와 관계 없습니다. 그저 농어촌 전형 및 지역균등 전형 같은거 더 늘어나면 되는문제라고 봅니다.
제가 호주에서도 몇년 살았고 고등학생 호주아이도 가르쳐봤습니다. 실제 호주 수능문제도 다풀어 봤고, 한국 들어와서 미국 SAT도 수년간 풀어 봤습니다.
그래서 실제 그나라들 수능이 어떻게 나오는지도 나름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나라들 수능문제는 '굉장히 쉽게' 나오는게 보통입니다.
한국이 확실히 어렵습니다. 그럼 우리가 문제 아니냐?? 라고 말하실수 있겠지만.. 무슨차이냐면..
호주는 40% 이내 학생들만 대학진학을 합니다. 상당수가 대학을 갈생각 안합니다. 그럼 10학년 지나고 12학년전에 졸업할수 있습니다.(한국 고1 정도에 졸업)
근데 고졸이라도 부모들이 싫어하지 않습니다. 노동제도가 아주 잘되어 있어서 먹고사는데 아무지장 없거든요. 고졸이라고 무시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럼 대학은 어떤 학생들이 들어가냐면... '그 전공을 좋아하는 학생' 이 대학에 들어갑니다. 그저 누구의 압박보다는 그 과목을 좋아해서 그 전공을 하고 싶어서 더 공부하고 싶어서...
그런 이유로 대학에 갑니다. 그래서 대학을 가면 레벨이 달라 집니다.
실제 시드니 대학을 졸업한 제 친구(현직 호주 수학교사)에게 물어본적이 있습니다.
한국학생과 호주학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해..
제 친구 왈: 고등학교 까지는 자기도 공부 잘하는 편해 속했다.(전교 1~2등에서 놀았습니다.) 근데 대학을 가니까 공부가 좋아서 대학을 온애들에 따라가기 너무 어려웠다고..
가장 많이 느끼는 순간이.. '토론 하는 순간' ... 토론할때 상상하는거 자체가 달랐다고 합니다. 좋아서 대학을 간 학생과 억지로 사교육 받고 대학간 검은머리 학생과의 차이가 말이죠.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오겠습니다.
제가 여행을 무지 좋아해서 수많은 유럽인도 만나고 선진국이라는 나라 이야기는 참많이 들어왔습니다.
대부분 대학가는 비율이 높지 않습니다. 30~40%도 대학 안갑니다.
근데 우리는 어떤가요? 90%가 대학가는 시대 아닙니까? 좋아서 가나요?? 대다수가 억지로 가지요. 공부를 잘하는 애들도 많지는 않은데, 공부를 즐기기위해 가는애들은 손에 꼽히지도 않을정도라 생각합니다.
근데 왜 그들이 대학을 가야만 하는가요?? 딱 하나죠. 취업을 위해서...
대학을 나와야 그나마 버틸까 싶으니 말이죠.
하지만 우리나라도 문과계열은 상위권 대학을 졸업해도 먹고살기 힘든 시대가 슬슬 오고 있고 이미 왔지요.
제가 이런말 하는 이유는 뭐냐면요. 대학 제도 아무리 바꿔봐야, 노동제도가 바뀌지 않는 이상..
입시제도 바꾸는거 아무도 득이 될게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교육 자체에 의미도 없고요.. 공교육 살리기도 딱히 아니고요. 그저 사교육을 더 활성화 하는것 같고.. 학생들 괜히 힘만 빼게 하는것 같아서 씁쓸해서 글을 쓰게 된겁니다.
(학력차별없는) 고졸로도 먹고살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대학을 덜가게 되어 있습니다.
대학을 최소 지금보다 절반 이하로 안가는정도가 되어야... 서울에 유명 사립대와 각 지방에 국립대정도 남을수 있다고 봅니다.
그정도가 될때 대학을 가는 학생이 있다면 '학과공부가 좋아서 대학갑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올수 있는거라 생각합니다.
그시점이 된다면 비로소 대학이 취업하는 도구가 아닌 상아탑 기능을 할수 있다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외국처럼 학점을 짜게주고 졸업을 더 어렵게 해도 괜찮겠죠. (지금은 그렇게 하다가는 교수분들 날벼락 맞을수 있죠)
개인적으로 이 시점이 될때 수능 절대평가를 해도 괜찮다 생각합니다. 이쯤되면 수능이 쉽게 나와도 괜찮습니다. 외국처럼 입학은 쉽게... 졸업은 어렵게 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아니예요. 어차피 대학가려는 사람이 훨씬 많으니까요. 대학서열이 무너질리도 없고요.
지금 교육감분들의 교육에 대한 지향하는 바는 이해할것 같습니다만, 현실은 그렇게되기 어렵다고 봅니다. 교육문제의 대다수는 노동문제에 달려 있습니다. 이걸 교육자분들끼리 어떻게 해결해 보려하니 꼬이기만 하는거고요.
두서없이 글쓴거라 정리가 상당히 엉망이긴 합니다만, 지금까지 글 읽어주신 분이 계신다면 제생각을 읽어주셔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이 더욱 행복해 하는 그날이 오길 바랍니다.^^
진짜 우리나라 입시는 누가되든간에 점점 이상하게 변하는듯요
커제// 학생들 마루타로 생각하니 저런정책이 나오는거죠.
현장에 계신 분이 쓴거라 잘 이해가 되네요 좋은글인데 묻힐까봐 추천박고 갑니다
현장에 계신분이 대학진학률도 모르고.. 90% 아니에요.. 70%대임..
Meme// 2017년도 기준으로 일반계고 졸업생 대학진햑률이 76.9%(재수생빼고)였고여, 재수생까지 포함하면 90% 가까이 나옵니다. (결과론적 대학입학 비율이 90%가까이 나오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