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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아카) 괴문서) 짐승 귀가 달린 학생들에겐 발정기가 있을까




 문득 든 생각이었다.


 보충수업부에 가기 전, 가르칠 내용에 대해 정리하고 있을 때였다.


 중요한 내용을 정리하고 있자니 눈에 띄는 것은 옆자리에 앉은 시로코의 모습이었다. 교육할 내용을 정리하는 건 당번 학생의 도움을 받을 내용이 아니기에, 시로코는 딱히 할 일 없이 선생의 옆 자리에 앉아서 선생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시로코와 눈이 마주치자 시로코의 귀가 쫑긋하고 움직였다. 장식품이 아니라 진짜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시로코의 감정에 따라 그녀의 귀는 곧잘 움직이곤 하니, 표정이 드문 시로코의 기분을 읽는 것은 도리어 쉬울 정도다.


 심지어 이따금씩 선생의 주변을 맴돌거나,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는 행동까지 하곤 했다. 영락 없이 제 영역을 표시하는 동물의 모습이다.


 시로코만 그렇다면 그녀가 특이하다며 넘어갈 수 있겠지만, 그건 또 아니었다. 이즈나도 비슷했다. 이즈나는 툭하면 선생에게 달려들어 제 뺨을 부비고, 근처를 맴돌며 꼬리로 선생의 팔을 슬그머니 쓸었다.


 심지어 그 얌전한 마리조차 빈도는 적을지언정 시로코와 비슷하게 선생의 주변을 맴돌며 제 머리로 선생을 툭툭 건드리곤 했다. 그럴 때마다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무언가 불만족스러우면서도 표정이 풀리는 모습을 보이곤 했고.


 여하튼, 그렇게 실제 동물과 비슷한 행동을 하는 그녀들을 보자면, 그런 생각이 들고 마는 것이다.


 과연 그녀들에게도 발정기라는 것이 있을까.


 마침 정리하고 있는 내용도 생물, 그것도 유전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만약 그녀들과 일반 남성과의 아이는 그녀들처럼 귀를 가지고 나올까.


 "하."


 자료를 정리하던 선생이 헛웃음을 내뱉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학생에게, 아니, 학생이기 이전에 같은 사람 대 사람으로 실례되는 생각이었다.


 선생에게 호감을 표하는 학생들이 몇 있다고 분홍빛 망상에 휩쓸리기라도 한건지. 이성이 드문 키보토스이기에 이성과의 거리감을 잘 재지 못할 뿐일 터였다.


 객관적으로 보아도 키보토스의 초인 여고생들에 비해 외모부터 능력까지 한참 모자란, 선생이라는 직책이 아니라면 그녀들과 만날 일 조차 없었을 일반인 성인 남성을 이성으로 좋아해줄 이가 얼마나 있겠는가.


 본래라면 접점조차 없었을 학생들을 만나고, 그녀들의 앞 길 한 걸음 앞이라도 비춰줄 수 있는 이 기회가 기꺼울 뿐이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보충수업부의 학생들의 성적을 올려주어야 했다. 얼마 전 일손이 부족하다며 코하루의 손이라도 빌리고 싶다던 하스미의 투정이 있기도 했고.


 그렇게 말도 없이 교재에 정신이 팔려 있자니, 옆에서 살짝 거친 숨이 들려왔다.


 "흐으…."


 옅은 ㅅㅇ이 섞인 한숨 소리에 선생이 퍼뜩 놀라 옆을 바라보았다. 자세 하나 바꾸지 않은 시로코가 약간 붉어진 얼굴로 선생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시로코? 어디 아프니?"


 표정 변화가 크지 않은 시로코가 드물게 흐물거리며 풀어진 표정으로 선생을 바라보고 있었다. 슬쩍 치켜올라간 평소의 눈매와 다르게 반쯤 감겨 늘어진 눈매, 서로 다른 색의 동공이 선생의 시선을 좇았다.


 "저기, 선생님…, 이상해. 두근거림이 멈추질 않아."


 상기된 얼굴, 평탄한 목소리는 어디에 가고, 시로코는 나른한 목소리로 제 가슴에 손을 얹으며 그리 답했다.


 덜컥 놀란 선생이 시로코에게 다가갔다.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 감기라도 걸린 걸까. 조금 덥다고 에어컨을 세게 튼 것이 문제였을까?


 "열이라도 있어?"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시로코의 답을 기다릴 틈도 없이 선생은 제 이마와 시로코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체온이 높은 수준으로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달아오른 얼굴이나 상태를 보면 그리 넘어갔다가 나중에 더 심해질 수도 있었다.


 "열은, 딱히 없는 거 같긴 한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 휴게실에서 잠깐 쉬자."


 어차피 급하게 할 일도 없었기에, 선생은 시로코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시로코는 슬쩍 비틀거리며 선생의 손길에 끌려 일어났다. 트레이닝을 특히나 좋아하는 시로코의 힘을 생각한다면 선생의 힘은 가볍게 뿌리칠 수 있을텐데 그럴 생각조차 못하는 걸 보니 생각외로 상태가 심각한 모양이었다.


 휴게실에 도착한 선생은 시로코를 침대에 앉히고 그녀의 머플러를 풀고 재킷을 벗는 것을 도와주었다. 얇은 셔츠가 땀에 젖어 슬쩍 달라붙은 것을 보니 식은땀도 꽤 흘린 듯 했다.


 그제야 시로코가 입을 열어 선생에게 물었다.


 "저기, 선생님, 음, 땀… 냄새, 안 나?"

 "그런거 신경 쓰지 말고 푹 쉬어."


 이 와중에 신경 쓰는 것이 그거라니, 여고생이란 참으로 섬세한 존재인 듯 했다. 선생은 싱긋 웃으며 그리 답하고는 시로코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대로 한숨 자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그렇게 불을 끄고 밖으로 나가려는 선생의 손목을 시로코가 붙잡았다. 조금은 강한 힘에 통증이 느껴졌지만, 선생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뒤를 돌아보았다.


 "흐으, 흐으…."


 시로코의 숨이 거친 걸 보니 상태가 더 악화된 듯 싶었다. 선생은 걱정 어린 눈빛으로 시로코를 바라보며 일렀다.


 "오늘은 별 일 없으니 쉬었다가, 좀 나아지면 바로 돌아가도 괜찮아. 몸이 영 아니다 싶으면 샬레에 계속 있어도 괜찮고. 아비도스에 연락은 내가 할게. …시로코? 듣고 있니? 괜찮아?"


 시로코의 멍한 눈이 빤히 선생을 바라보았다. 색색거리는 거친 숨소리에 덜컥 겁이 난 선생이 시로코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저기, 시로…."


 그 입술이 슬쩍 열렸을 때, 갑작스럽게 시로코가 달려들었다.


 반전하는 시야, 시로코에게 우악스럽게 잡힌 팔부터 휘둘려 그대로 선생은 침대에 쓰러졌다. 놀랄 틈도 없이 침대에 쓰러진 선생의 벌어진 입술 새로 말캉한 감촉이 닿고, 축축한 점막 넘어 무언가─시로코의 혀가 들어왔다.


 조금은 길쭉한 시로코의 혀가 선생의 입 안을 누볐다. 누볐다, 라는 표현보다는 능욕했다, 라는 표현이 옳을 지도 몰랐다. 선생의 입 안을 탐하고 타액을 삼켜낸 시로코는 이내 가쁜 숨을 내쉬며 입술을 떼어냈다.


 선생의 시야를 가득 채운 것은 휴게실의 천장이 아니라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하악거리며 거친 숨을 내쉬는 시로코의 모습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이해할 수 없는 그 와중, 선생의 위에 올라탄 시로코가 제 아랫배를 손으로 가리며 작게 중얼거렸다.


 "저기, 선생님…. 나, 아랫배가 뜨거워."


 발정기도 있는 모양이었다.


 그 와중에 떠오른 생각은, 이전의 물음에 대한 답변 뿐이었다.


-


 아니 솔직히 다들 궁금하잖아

댓글
  • GOM-newp 2022/09/03 22:08

    이자를 잡아 야설을 쓰게 하라

  • 누구나장군 2022/09/03 22:08

    으헤~ 시로코 쨩~
    달아오른 척하며 저지르는 새치기는
    아저씨도 용서 못해.

  • 배니시드 2022/09/03 22:08

    돌겠네


  • 누구나장군
    2022/09/03 22:08

    으헤~ 시로코 쨩~
    달아오른 척하며 저지르는 새치기는
    아저씨도 용서 못해.

    (zG7Y0M)


  • 배니시드
    2022/09/03 22:08

    돌겠네

    (zG7Y0M)


  • GOM-newp
    2022/09/03 22:08

    이자를 잡아 야설을 쓰게 하라

    (zG7Y0M)


  • Mask빌런
    2022/09/03 22:09

    추잡한 생각인데 발정기가 따로 있다면 생리도 안오는거 아닐까?

    (zG7Y0M)


  • 니코코
    2022/09/03 22:11

    그럴듯? 포유류 발정기는 결국 배란활동하고 이어진거니

    (zG7Y0M)


  • 배신하고싶어라
    2022/09/03 22:15

    응...이건 다 야한 선생님 책임이야...

    (zG7Y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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