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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복수

  피터지게 싸우거나 빈정대거나 자존심 싸움을 하거나 며칠동안 서로 말을 안한다거나 하는 과도기를 지나고 되도록 빨리풀어버리는 단계입니다
물론 마음이 너그럽지 못해 나름의 복수는 합니다
그동안의 이야기를 해보려합니다 ㅎ
1. 결혼 초, 양말을 뒤집는다  한짝을 묶어서 둔다
신던 양말 일일이 뒤집어서 만지작 거려서 세탁을 하다보니 너무 번거롭고 더러운 기분이라 이야기를 했더니 그냥 세탁하자고 한다
접수
양말만 따로 빤다
뒤집힌 채로, 묶인 덩어리 채로 넌다
편하다 남편도 불만이 없다
해피
2. 빨래연장선
빨래 후  너는데 걸쳐 놓는 수준이라 셔츠는 구김이 가고 빨래가 냄새가 나고 잘 안 마르니 팡팡 펴서 널으라 요청
본인은 상관없다 함
상관 없단 사람 옷만 대강 걸쳐 넌다 양말 팬티 집어 던지든 넌다
편하다 남편도 불만 없다
해피
3. 마지막 1회 사용량 만큼 남은 것들
가글액이라던가 삼푸라던가 치약이라던가 등등
한달이 지나도 그대로 있다
초반엔 아끼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으나, 새것을 사다 두니 새것을 뜯어쓰고 헌것은 그대로 있다
으엥? 치우라 요청했으나 변함없음
참고로 나는 쓰지않는 것들 ...
접수
사다두지 않음 새로 꺼내지않음
언젠가 쓰고 정리가 되어있음
해피
4. 1회분 연장선
베스킨 아이스크림 등등
사다둔 아이스크림이며 등등이 먹으려면 늘 없길래 내 몫을 남겨 달라고 했더니 아이스크림이 한숟갈만큼만 항상 남아있음
접수
점심때 애랑 먹고 남은 고기 몇조각 남겨 저녁에 먹으라고 줌
기분 나빠하지않는 걸 보면 나 기분 나쁘라고 그렇게 둔것같진 않고 남긴건 남긴거니 넣어두는 것이라 생각하기로 함
해피
5. 늦잠
아주 어릴때부터 아이가 잠이 없었다
늦게 자든 일찍 자든 6~7시  사이 기상한다
더 어려 아이 모유 먹을땐 푹잠을 잔적이 별로 없다
새벽에 수유하고 눈 붙였다가 아이 일어나면 일어났다
내가 그런 좀비 시기를 보낼 때
평일은 내일 일하니까 잘 자고, 금요일은 금요일이라고 여가를 즐기는 남편은 늦은 귀가 후 꿀잠. 오후 1시쯤 기상
그전에 일어나도 자는척 핸드폰 함
아무리 이야기해도 일어나지 못함 안함
접수
아이가 쉬를 가리면서 아이가 일어나도 아침에 잠을 잔다
푹 자고 나니 넘나 상쾌하다 몇년만에 숙면을 한다
평일엔 출근 준비하면서 아이 케어하고, 주말에도 새벽같이 일어나 아이가 남편을 깨운다 꼭 남편만 깨운다
둘이 노는 소리에 눈을 뜬다 머리가 맑다
해피
마무리는 어떻게하지요
사실 눈 떴으니 일어나면 되는데 최대한 버텨봅니다
일어나려하면 아직도 도로 저를 눕히는 기억이 있습니다
초여름 아이가 기어다닐 쯤, 두시간쯤 잤나...  시계보니 새벽 6시 좀 지났다
아이는 신이 나서 꺅꺅 소리지르며 기어다니고
나는 비몽사몽 지근거리는 머리를 감싸쥐며 아이와 놀며 이유식 만들며 시간을 보낸다
조용하고 시원했던 느낌이다
문뜩, 문 넘어 침대를 보니 코골며 깊이 잠든 남편이 보인다
밉다는 감정도 있지만 부럽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잠 좀 원하는만큼 자봤으면 소원이었던 시기였다
아직도 그 감정 그대로 떠오르는걸 보면 아직 좀 더 이기적이어도 되겠다 싶습니다

댓글
  • 6시46분 2017/06/10 12:15

    공대 남편 느낌이..
    아니 그냥 귀찮은건가요 빨래들.
    아이가 남편만 깨우는거 통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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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조 2017/06/10 13:21

    해피....게속보다보니 피식하네요. 빨래랑 1회분 왠지 공감가요. 빨래는 아직 정의되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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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리꼬 2017/06/10 13:38

    4번에서 엄청 웃었네욬ㅋㅋㅋ 상상하니 귀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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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onggogoo 2017/06/10 16:40

    소심한 복수 저도 완전 공감가요.
    지금은 많이 바뀌었는데. 처음엔 얼르고 달래도 그때뿐이고 나중엔 찌증내니 같이 짜증내다 싸우고.
    행복하고 싶어서 한 결혼인데 아니다 싶어 어느순간부턴 '복수할거야!!' 라고 말하고 꼭 복수해줍니다
    익숙해지니 덜 억울하고 복수하니 재밌고 신랑도 재밌어하니 싸울일 없고 웃으면서 말하니 고치더이다 ㅋㅋ
    로또 한달 못사게하기. 여름에 발톱에 메니큐어 발라놓기. 급할때 대답 늦게 해주기. 화장실 휴지떨어지면 '마마님 휴지주세요'세번 시키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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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3ra 2017/06/10 20:44

    현명하세요 ㅋㅋㅋ굳이 상대를 바꾸려하지말고 그걸 그냥 인정하고 나도 신경안쓰면 진짜편해욬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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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tsfred.kr 2017/06/10 20:47

    접수 - 해피 구조가 첨엔 낯설었지만
    적응되니 즐겁네요! ㅋㅋㅋ
    다음은 누구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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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차엄마 2017/06/10 20:57

    저도 양말 일일이 뒤집고 잔소리하다 어느순간부터 그냥 빨아버리고 다돌아가서 같이 널자고 했더니, 신랑이 널다말고 양말이 왜 뒤집어져있냐고 그러길래... 오빠가 그렇게 벗어서ㅇㅅㅇ 라고했더니
    그다음부터는 본인이 제대로 벗어놓더라구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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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zyLazy 2017/06/10 21:10

    뒤집어진 양말과 셔츠 대공감요ㅋㅋㅋㅋ
    제대로 벗어놓으라니까 걍 널어서 개키라더라구요
    그래서 시키는데로 뒤집어진대로 개놨어요ㅋㅋ 별말없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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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쵸콜렛케익 2017/06/10 23:51

    애가 크면서 아빠좋다고 하기시작하면..
    어찌나 홀가분하고 좋은지.. ㅋㅋ
    울딸 이제 두돌다되가는데..
    꼭 새벽이면 엄마 부르며 울어서 2년간 깊이 자본적이 거의 없음..
    근데 며칠전에 딸이 새벽에 깨서는
    처음으로 엄마가 아니라 아빠 아빠야~~ 하고 우는데...
    엄마~하고 울땐 절대 안깨고 자던 남편이 아빠~하고 우는 소리에 자다가 벌떡일어나 달래러 가는데 어찌나 통쾌하던지요..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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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콜라는펩시 2017/06/11 00:02

    아직아기가없어서 4번은 잘모르겠는데
    1~3 넘 공감돼요 ㅋㅋㅋㅋㅋ해피 빵터짐
    저도 잔소리 할만큼하고 이젠 에라모르겠다 하고
    세탁한 양말 그대로 다 바닥에 깔아서 말려요
    예전엔 다 마르면 짝지어서 양말통에 넣어줬었는데
    이제 그냥 주워담아서 그대로 넣으면 알아서 짝찾아신더라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스트레스 받았다가도
    그런모습보면 왠지 귀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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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나여 2017/06/11 00:09

    저도 신혼초에 빨래땜에 마니 싸웠어요
    전 빨래를 분류해서 종류별로 돌리는데 양말빨래는 화장실옆칸에 마련해두고 다른빨래는 뒷베란다에 넣어요.
    양말빨래통도 신랑이 계속 화장실 옆에 놓고 안치워서 작은통 마련한거 ㅡㅡ..
    신랑이 샤워하고 벗은 속옷을 뒷베란다 빨래통에 넣기 귀찮아서 항상 양말통에 던져놓더라구여
    몇번 얘기했지만 대답만 응응 하고 안고쳐짐
    최종통보로 그럼 양말이랑 속옷이랑 같이 돌리겠다.
    선언한뒤 속옷이 잠깐 뒷베란다 속옷 빨래통에 있다가  다시 양말통에서 발견.
    난 그대로 양말과 신랑속옷과 발닦개를 같이돌림
    문제해결 ㅇㅇ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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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51345 2017/06/11 00:11

    그 티비 프로 있지 않았었나요? ㅋㅋㅋ
    남편한테 빨래좀 개 둬~ 하면 죽어도 안하는데
    빨래 몇 시 까지 개 둬~ 하면 그 시간에 맞춰서 척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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